shikishen의 기억 제4막 - 색선희준 블로그

이미지출처는 여기. https://www.guntank.co.kr/goods/view?no=1496

2024년에 대충 4~50대라면, '보물섬'이라는 이름을 듣는 순간 떠올리는 이미지가 몇 가지 있을 것이다. 육영재단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창간한 만화잡지 '보물섬'을 떠올릴 수도 있을 것이고, 존 실버가 등장하는 TV판 애니메이션(또는 소설)을 떠올릴 수도 있을 것이고, 여기 소개하는 고전프라를 떠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국내기준 보물섬 1호에 해당하는 해적 로보트 12종

80년대 중~후반기를 관통하던 시절에, 어린이용 조립식 완구류가 저렴한 가격에 많이 나왔었더랬다. 50원짜리, 100원짜리, 200원, 300원, 400원, 500원, 1000원... 그 중에서도, 1천원짜리 한 상자를 사면 작은 로보트 12개가 들어있는... 그야말로 보물섬 같은 조립식 장난감이 이 '보물섬' 시리즈였다. 여기 소개하는 12종은 '1호'라는 이름으로 발매되었고, 약간 궤를 달리하는 로봇 12종이 '2호', 이후 시리즈는 '감시전망대', '해적본부' 등의 이름으로 로봇을 올려놓고 놀 수 있는 무대를 포함한 조립식 장난감들이었다. 이제는 기억속으로 사라지고 실물에 대한 정보를 찾으면 인터넷에서 볼 수는 있겠으나, 아마도 더 이상은 신작 또는 재판으로 만나볼 수는 없지 않을까 싶은 장난감이기도 하다.

흑인해적땅딸이-로보트Z토인우주인-앞
흑인해적땅딸이-로보트Z토인우주인-뒤
해적로버트X-로보트X-앞
해적로버트X-로보트X-뒤
외다리해적로보트Z-로보트Z-앞
외다리해적로보트Z-로보트Z-뒤
검은수염빠이레스-외다리해적Q-앞
검은수염빠이레스-외다리해적Q-뒤
도둑놈 빠이레스-보물상자-앞
도둑놈 빠이레스-보물상자-뒤
해적해골탱크-해골포-앞
해적해골탱크-해골포-뒤

사진에 붙여놓은 이름들은 80년대 '제일과학'에서 발매한 보물섬 시리즈의 설명서에 적혀있던 이름을 기준으로 하였다. 사진상의 킷들은 모두 2010년대 들어 '아오시마'에서 재판한 것을 조립한 것으로, 제일과학 제품과는 사출색도 다르고 사출상태도 비교적 양호하다. 양호하다고는 해도 워낙 오래된 금형인데다 당시의 기술력을 생각해 보면 납득이 갈 정도로 지느러미가 보이기도 해서, 그런 부분이 가득했던 80년대 제일과학 제품의 느낌을 다시 받아볼 수 있다는 미묘한 재현도가 있기도 하다.

참고로, 제일과학의 이름과 이마이(아오시마) 원작의 이름은 대략 다음과 같다.

해적로버트X = 해적로보X
로보트X = 로보X 간다모빌
검은수염빠이레스 = 검은수염 파이레츠
외다리해적Q = 로보Q
도둑놈 빠이레스 = 산시타 파이레츠 (똘마니 파이레츠)
보물상자 = 해적다까라바꼬(보물상자)
외다리해적로보트Z = 해적로보Z
로보트Z = 로보Z간다슈츠
해적해골탱크 = 해적도쿠로탱크(해골탱크)
해골포 = 도쿠로포 (해골포)
흑인해적땅딸이 = 해적타마고로
로보트Z토인우주인 = 타마고로간다슈츠

만들면서 80년대 당시의 추억이 조금씩 되살아나기도 하고, 뭔가 제대로 도색완성을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도 아니었지만, 그럴만한 노력을 투자할 것 같기도 않고... 무엇보다 니퍼나 나이프를 사용하기는 커녕 손으로 빙빙 돌려 뜯어서 맞추고 놀기 바빴던 당시를 생각하면 요정도 가조립을 즐기는 것이 이 제품을 갖고 노는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하는 자기 변명을 해 보았다. 그나저나, 지금봐도 해골탱크와 해골포는 정말 귀엽고 멋진 디자인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릴 적에 나와 동생 둘이서 갖고 놀라고 몇 번은 사주셨던 어머니가 생각나기도 하고... 여러모로 감상에 젖다가도 조악한 조립성에 쓴웃음을 짓기도 했던, 즐거운 조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