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보드를 두들기고 있는 2007년 9월 말 현재의 한국은 비가 계속 오고 있긴 하지만 그럭저럭 시원한 날씨의, 가을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낮에는 에어컨의 힘을 빌려야 할 때도 있을 정도로 더운 시간대가 여전히 존재하긴 하지만 이 날 밤으ㅏㅣ 열대야와는 비교할 수가 없으리라. 이 날은 일본에서도 기록적이었던 섭씨 영상 40도의 무더위와 강렬한 태양이 더욱 기승을 부렸던 날이었으니까. 에어컨이 꺼지면 곧 눈을 뜨게 되었던 열대야를 지나 아침이 되어, 동생과 함께 느긋하게 아침을 먹고 어슬렁어슬렁 거리로 나섰다. 이 날 최대의 목표는 오다이바와 아키하바라. 그리고 나머지는 가이드를 맡아준 동생에게 맡길 계획이었다.
우선 찾아간 곳은 동생의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신사인 스이텐구였다. 이제는 얼추 찾아갈 수도 있을 것 같은 동생의 집을 나서, 약간의 거리를 이야기를 나누며 걸어갈 수 있는 곳이었다. 가는 길에 요시노야와 모스버거, 닌교야키 등을 보면서 이런저런 실없는 소리를 했던 것이 기억난다. 스이텐구는 정말이지 시내 한가운데 위치한 신사로 도쿄 니혼바시 인근이 개발되면서 어쩔 수 없이 사라진 신사들을 옮겨와 함께 모시고 있다고 했다. 스이텐구 신사는 안산과 어린아이의 건강을 기원하는 것이 주목적인 신사라고 했다. 낮에 사람들이 북적이는 신사를 와 본 것이 처음이기도 했지만 역시 자동차가 지나다니는 도로 바로 옆에 있는 신사의 위치와 다른 곳의 신사를 모셔와서 함께 모시고 있으면서도 규모가 그리 크지 않다는 여러가지 특징들이 참 신선하게 느껴졌더랬다.
스이텐구를 둘러보면서 나는 언제쯤 내 아이를 위해 기도하게 되는 날이 올까하는 싱거운 생각을 잠시 하다가, 이윽고 동생과 함께 지하철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초콜릿을 좋아하는 나를 위해 동생이 다음번 스팟으로 생각해 낸 것이 하하호99%로 유명한 모 제과 회사의 초콜릿 카페였던 것이다. 스이텐구에서 가까운 지하철역으로 이동해서 몇정거장인가를 가서 내리자 역시 높은 빌딩이 잔뜩 들어선 시내 한가운데였다. 지리에 익숙한 동생을 따라 도착한 곳은 모 제과 회사 본사에 붙어있다는, 그 이름도 아름다운 100% 초콜릿 카페였다. 음료, 아이스크림 등과 함께 이 곳에서만 판매하는 여러 원산지의 원료로 만들고 거기에 번호를 부여한 초콜릿을 판매하는 매우매우 긍정적인 컨셉의 카페였다. 여기서 몇가지 초콜릿에 도전해 보았는데, 더운 날씨 탓에 짧은 거리를 걸었을 뿐인데도 제법 땀을 흘렸던 내게 좋은 회복제가 되어주었던 것 같았다.
초콜릿을 음미하고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동생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슬슬 점심을 먹으러 움직여도 나쁘지 않을 시간이 되어 갔다. 점심은 동생이 근무하는 회사 부근에 있는 히로시마식 오코노미야키를 점찍어 두고, 지하철을 이용하여 심바시 역으로 이동했다. 지하철 역에서 그렇게 가까운 거리는 아니었던 관계로 제법 걸어가야만 했었는데, 이때쯤부터 태양이 무척 강해지기 시작해서 선글래스를 쓴 것을 자각할 수 없을 정도로 시야가 밝았었다. 벗었더라면 얼마나 눈이 부셨을까나... 심바시 역전은 생각보다 좀 지저분했었고, 어쩐지 우리나라의 풍경과도 조금 닮은 듯한 낡은 느낌을 받았었다. 태양이 작렬하는 거리를 걸으며 한국식 백반을 판다는 가게들을 보며 웃다가 목표였던 오코노미야키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사실 오코노미야키에 조예가 있다고 말하기엔 먹어본 것이 적긴 하지만, 예전에 먹어봤던 것들과는 또 느낌이 다른 맛이었다는 것은 분명히 말할 수 있다. 히로시마 식이라는 말을 자각한 탓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오코노미야키였었다. 다음번에 도쿄를 가게 된다면 또 들러보고 싶을 정도로. ----------------------------------------------------------------------------------------------- 오후는 굳이 나누지 않고 한번에 넣을 수 있을 듯.... #6으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