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코노미야키를 먹고 주린 배를 채운 뒤, 다음 목적지로 정하고 발걸음을 옮긴 곳은 오다이바였다. 사무지구라고 볼 수 있는 심바시에서 그리 가까운 곳은 아니었지만, 심바시 부근에서 오다이바를 바로 갈 수 있는 모노레일 유리카모메를 탈 수 있는 역이 있어서 그걸 이용하기로 했다. 첫날 도쿄로 진입할 때에도 모노레일을 탔었지만, 이번에는 든든한 가이드가 함께 있었고 덥긴 했지만 여유로웠던 기분 탓일까 창 밖의 풍경도, 모노레일의 구조도 어쩐지 더 즐겁게 느껴지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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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빠른 속도였지만 그래도 약간 시간이 걸려 오다이바에 도착했더니, 눈에 들어온 것은 엄청나게 많은 인파였다. 일단 오다이바에서 내려서 후지테레비 건물을 둘러보기로 했었는데 대모험인지 모험왕인지 하는 어트렉션에 놀러온 아이들과 그 아이들의 돈줄인 부모들, 휴일을 복작거리는 가운데서 즐기기로 한 연인들, 그리고 나 같은 여행자들이 모두모두 가득 모여있는 형국이었다. 후지테레비 건물로 올라가는 길은 축제같은 분위기로 꾸며 놓아 길 양 옆에 상점들이 있었고 아침 체조 따라하기 등의 무대행사도 눈에 들어왔다. 몇 번 와 본 동생의 능숙한 길 안내로 후지테레비 건물 안의 견학 코스를 돌아 보면서 스마스마 테이블을 비롯한 후지테레비 인기 프로그램의 안내와 각종 상품들을 구경할 수 있었다. 제법 긴 코스를 걸어서 견학을 마치고, 지친 다리를 쉬기 위해 후지테레비 건물에서 큰 길 건너편에 있는 아쿠아 시티로 향했다. 건물을 나오는 길은 올라갈 때와 다른 통로를 이용했었는데, 기나긴 에스컬레이터 통로의 양 옆 천장에서는 쉴새없이 도쿄 디즈니랜드의 광고가 나오고 있었다. 야간 퍼레이드의 멋진 영상들이 계속 나오고 있었기 때문에 물끄러미 보면서 가보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지만 예산과 시간 문제를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고, 다시금 더운 길거리로 나와 길을 건너 아쿠아시티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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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아시티는 이름만 듣고 무슨 거대한 수족관 같은게 있는게 아닐까 하고 생각했었지만 그렇지는 않고 대형 쇼핑몰이라고 보는 게 타당했다. 각종 패션 상품을 팔기도 하고 극장도 있고 식당가도 있는, 종합 쇼핑 건물. 그런 느낌이었다. 게다가 옥상에는 세가의 조이폴리스 직영점도 있었는데, 나는 그것을 게임센터로 착각해 버려서 괜시리 왔다갔다 하는 시간을 버리기도 했었다. 상당히 크고 깨끗했던 화장실에도 들러보고, 개봉을 앞둔 히어로 극장판 광고와 판타스틱4~실버서퍼의 위협 광고 설치물을 구경하기도 하고, 오다이바의 명물 중 하나인 '반드시 실망하는 자유의 여신상'을 구경하기도 하면서 아쿠아시티와 그 주변을 둘러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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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아시티를 나와 바닷가의 수상버스 선착장에서 수상버스를 탈까말까 망설이다가, 시간적인 이득을 보기 힘들다는 동생의 설득으로 다시 유리카모메를 타러 모노레일 승강장으로 향했다. 더운 날씨와 내리쬐는 태양 아래에서 어정어정 계속 걸어다녔더니 슬슬 피로가 밀려오긴 했지만, 자판기의 녹차 한병으로 더위를 달래며 다시 유리카모메를 타고 심바시 역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모노레일 안에서 바다를 바라보니 그 풍경 속의 수평선이 바로 태평양이로구나 하는 생각에 뭔가 뿌듯한 느낌을 받기도 했었다. 어쨌거나 태평양을 보고 온 셈이 되는 거니까. 놀이 공원의 놀이기구 같은 풍경을 보여주던 유리카모메에서 내려 다음 목적지로 정한 곳은 도쿄돔이 있는 고라쿠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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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바시 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제법 먼 거리를 달려 고라쿠엔에 도착했을 땐 길었던 해도 슬슬 서쪽으로 향하는 걸음을 재촉하는 시간이었다. 고라쿠엔 역사를 빠져나와서 가장 놀랐던 건 도쿄돔이 아니라 도쿄돔 건너편에서 빌딩 숲을 통과하는 제트코스터였다. 소문만 들어봤던 제트코스터는 빌딩을 향해 달려가 다시 빌딩을 빠져 나와 종횡무진 코스를 누비고 있었다. 신선한 아이디어에 올라타보고 싶어지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지쳤던 탓에 타보진 않았지만. 회사 선배님께 부탁받은 일주일 뒤의 이승엽 출장 경기 티켓을 구매하고 도쿄돔 주위를 둘러보다가, 게임센터에 들어가서 동생과 함께 기타도라V4 세션 플레이를 잠시 즐기고 스타벅스를 찾아 커피를 마시며 다리를 쉬었다. 어쩐 일인지 이때쯤부터 왼쪽 무릎이 욱신거리기 시작했지만 나름 무리를 했다는 생각을 해 보니 납득이 가기는 했었다. 그렇다고 통증이 가라앉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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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마시며 동생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제트코스터와 관람차를 바라보기도 하고 주변 사람들을 관찰하기도 하면서 약간의 망중한을 즐기다가, 도쿄에 근무하시는 선배님과 만날 약속을 잡고 이 날의 최종 목적지인 아키하바라로 향했다. 전철을 이용해 한번에 가기 위해서, 약간의 거리를 걸어서 고라쿠엔에 왔던 역과는 다른 역으로 들어가 전철을 타고 이동햇다. 전날 우에노에서 걸어갔던 아키하바라였지만 이번엔 제대로 쇼핑을 할 생각으로 요도바시 카메라에 들어가 목표했던 건프라를 몇개 구매했다. 쇼핑을 하다보니 약속했던 선배님이 도착하시어 요도바시를 나와, 저녁으로 카레를 먹기로 하고 카레집을 찾아갔다. 아키하바라에서는 나름 유명한 카레집이라고 했는데, 10단계로 매운 맛을 조절할 수 있다고 하는 곳이었다. 나는 나름 무난하게 4를 선택했는데, 생각보다는 매웠지만 먹을 만 했었다. 카레를 먹으면서 도쿄에 부임해서 근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면서 시간을 보내다, 걸어서도 동생의 집에 갈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니혼바시까지 걷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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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소를 나누며 걸으면 충분히 견딜만한 거리를 걸어 동생의 아파트에 도착해서, 선배님과 동생 그리고 나까지 셋이서 그 동안의 이야기를 하다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가게 되었다. 막차시간에 아슬아슬해진 시간이 되어 선배님이 일어나시고, 나는 선배님을 배웅한 뒤 맥주를 한 잔씩 마시고 잠자리에 들었다. 전날보다 효율적으로 시간을 사용했고, 충분한 스팟을 보고 경험했던 흐뭇한 하루였다. 생각지 못했던 왼쪽 무릎의 통증은 생각보다 오래가긴 했지만 그건 한국에 돌아와서의 이야기.... --------------------------------------------------------------------------------------------------- #7 - 8월 18일로 이어진다. 이 날은 그리 많은 곳을 돌아다닌 것은 아니어서 짧게 마무리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