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kishen의 기억 제4막 - 색선희준 블로그


사실 아니메이트는 내가 목적한 곳은 아니었고, 어째 이번 여행 내내 군말없이 따라와 준 동행의 필요로 들러본 곳이었다. 나는 아니메이트에서 뭘 사기보다... 구경만 하려고 생각했었는데, 이 날 뭔가 행사가 있는 것 같아서 좁은 통로에 사람이 무척 많았다. 잠시 후 서로의 목적을 달성한 후 밑에서 만나기로 하고, 나는 한 발 물러서서 코스파와 아랫층의 무기와라 스토어를 둘러보았다. 코스파는 언제나와 같이 나름 혹하게 되는 아이템을 지갑이 열리지 않는 가격으로 팔고 있었고, 무기와라 스토어는 나름 볼 것이 많긴 했으나 보아 핸콕만 관심이 있는 나에게는.. 그래도 작은 뭔가 살게 있긴 했다. 여행기가 끝나고, 득템 물품 정리 포스트를 올리게 된다면 거기서 다시 이야기해보는 걸로 하고...

사실 아니메이트를 방문하던 시점에서는 시간이 애매할 것 같아서 만다라케까지는 시간이 불안했었다. 그런데, 의외로 지인이 아니메이트에서 봐야할 용무가 금방 끝나버려서, 조금 빨리 움직여서 만다라케까지 클리어해보기로 하고 열심히 이동하였다. 다행히 만다라케는 그리 멀지 않았고, 이번 여행 내내 그랬지만 동행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이동하다보니 그리 이동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았다. 만다라케는 언제나와 같이 이런게 있다니!! 하는 감동과, 이런 가격에 팔리나!! 하는 놀람이 공존하고 있었는데, 그 중 위 사진에도 보이는 SD건담 G암즈 VS 자탈리온을 득템하게 되었다. 

만다라케를 대충 둘러보고, 왔던 길과는 다른 길을 더듬어 숙소로 돌아가 짐을 찾기로 했다. 다른 길을 더듬는다고는 했지만, 이 길이 마지막으로 후쿠오카에 왔을 때 만다라케를 다녀오며 돌아다니던 길인지라 눈이 트이는 느낌이 들었다. 길을 건너기 위해 신호를 기다리면서 꽃집의 가격표를 보고 좀 놀라기도 하다가, 클럽세가와 타이토 스테이션이 있던 걸로 기억하는 골목으로 접어들었다.

클럽세가가 GiGO로 바뀌었다

뉴스나 용과 같이 신작에서 봤던 것처럼.. 클럽세가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GiGO라는 새로운 체인으로 간판을 바꾸고 있었다. 지하는 내려가보지 않아서 예전에 있던 아웃런 기체 등이 여전히 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3층의 아케이드 존에는 레이싱게임과 리듬액션 게임들, 그리고 그리운 DDR의 신작이 가동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타이토는 아예 들어가보지도 못했는데, 다만 날씨가 더워지다보니 지하에 설치된 [구라야미 유원지]의 홍보 간판이 나와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그 중에서도, 바이오 해저드가 눈에 띄어서... 다음번에 오게 된다면.. 꼭 저걸 플레이해보겠다는 다짐을 하며 지나치게 되는 것이었다.

숙소에서 짐을 빼기 전에, 숙소 근처에 있던 '스끼야'에 들러 연어 구이 한조각과 치킨소보로 덮밥을 새참으로 먹었다. 사실 오후에 접어들면서 비가 그쳐 다니기는 한결 편해졌지만 그만큼 후덥지근한 날씨가 되어서 체력 소모가 꽤 있기도 했다. 만약 혼자였다면 공항으로 이동한 후 공항에서 뭔가 먹는 식으로 움직였을 것 같긴 한데, 노련한 여행자인 동행 덕분에 분위기도 환기하고 몸도 조금 쉬어줄 겸 후룩후룩 날계란을 추가한 덮밥을 위장으로 밀어넣었다. 그리고 이 선택은 결론적으로 매우 성공적이며 필수적인 선택이었더랫다.

귀국하는 비행기를 타러 공항으로 이동하고 보니, 날씨 탓인지 공항이 매우 분주하면서도 수속에 시간이 조금씩 더 걸리는 느낌이 들었다. 출국장의 면세점을 비롯한 모든 상점들도 사람들로 넘쳐나서, 선물용으로 몇가지 먹거리를 구매하고 나서는 비행기가 뜰 때까지 기다릴 뿐이었다. 그리고, 기내식의 아쉬운 양과 맛을 생각하면... 역시 스끼야에서 먹은 새참은 매우 나이스한 선택이었던 것이었다...

양적고 맛없던 야끼소바 기내식.

한국에 도착하여, 보슬보슬 내리는 빗속을 달려 동행을 집 근처에 내려주고 3일만에 집에 도착해서 샤워를 하고 곧바로 잠자리에 들었다... 이렇게, 4년여만의 일본여행이 막을 내렸다. 마음 같아서는 올해 안에 도쿄나 오사카를 한 번 더 가보고 싶긴 하지만.. 그게 가능하려나.

다음번에 만약 후쿠오카를 지인들과 함께 간다면... 반드시 차량을 렌트하여 히타나 벳부 같은 지역을 좀 느긋하게 구석구석 돌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다. 과연, 그런 날이 오려나.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