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kishen의 기억 제4막 - 색선희준 블로그

텀블벅을 통해서 구매한 세트
각권의 등짝

세가 게임기 투쟁사. 뭔가 전투적이며 도발적인 타이틀 되겠다. 원제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 된 것 같은데, 세가라는 회사가 가정용 게임기... 요즘말로 콘솔기를 제작하던 시기의 이야기를 실무자의 시각에서 신뢰감가는 정보를 기반으로 저술하고 있다. 본서는, 2025년 현재 여전히 게임업계에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나 뭘 해도 아쉬움 가득한 행보를 보이는 세가의 그런 스타일이 하루이틀이 아니며 심지어 사업을 말아먹은 원인이자 그들의 스타일임을 확인할 수 있는 책...이라고 하면 너무 악의에 찬 해석이려나. 흠흠.

책날개의 저자, 역자 소개
책날개의 스타비즈 라인업

먼저 저자. 실제로 세가에서 오락기를 만들던 시절부터 철수한 이후까지도 근무를 한 경력을 갖고 있으며, 현재도 세가와 관련된 일을 계속 하고 있는 세가맨인 것 같다. 그래서 그런가, 본서가 세가의 탄생이전부터 비디오게임의 역사를 설명하기 시작해서 세가의 게임기들의 어떻게 탄생하고 이어지다 스러져갔는지를 신뢰감있게 설명하고 있다고 하겠다.

책의 첫페이지. 스타비즈는 참 좋은 출판사인 것 같다...
겜보이2나 알라딘보이...로 기억되는 그 기기.
뿌요뿌요2는 당시 어지간한 기기로 다 나왔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새턴 최고의 업적 중 하나로 꼽는 판쩌드라군.

언젠가의 포스트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는 것 같은데, 나는 가정용 게임기의 왕도를 걸어왔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그 왕도에 한 번도 끼이지 못한 세가의 하드는 메인으로 가져본 적이 없었다. 국민학교 때 친구집에서 만져보고 충격을 받았던 삼성 겜보이도, 사촌동생의 주력하드이자 덕분에 좀 만져봈던 수퍼겜보이도, 템포를 즐겨본 것이 자랑거리인 32X도, 슈로대F 때문에 중고로 구했던 새턴1호기도, 군대에 가 있는 동안 동생이 장만해 놨던 드림캐스트도. 모두 집에 들이거나 빌리거나 놀러가서 해보거나 하는 식으로 나름 경험을 해보긴 했으나 나의 주력 오락기는 아니었다고 하겠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가져보지 못한 무언가에 대한 환상은 항상 머릿속에 남아 영원히 충족되지 못할 환상으로 남아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세가가 전자오락기의 역사에서 어떠한 궤적을 남겼는지를 소상하게 기록한 본서가 더욱 흥미진진하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특히, 대략 자세히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새턴에 대한 세가의 삽질이나, 드림캐스트에 대한 세가의 바보짓에 이르면 거기까지 읽으며 몰입한 세가의 역사에 비추어 또 이런식인가 너희들은.. 하며 탄식하게 되는 것이다.

이세계 삼촌.. 처음 볼 땐 비웃었고, 두번째 볼 땐 짠했던 세가....

세계사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나,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읽어보신 분이라면 대략 아실 '포에니 전쟁'을 찾아보다 보면, 승리자인 로마보다는 끝내 패배한 카르타고와 한니발에 더 몰입하는 경험을 가져본 적이 있으실 것이라고 생각한다. 패배자의 역사라는 것이 때로는 그저 무력하게 목숨줄을 내어주고 끌려다닌 것이 아니라, 죽도록 노력하고 열심히 생각하고 그야말로 분투하였으나 끝내 작은 판단미스나 운이 따르지 않는 상황들이 겹치고 겹쳐서 원하지 않았던 슬픔에 도달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한니발과 카르타고가 맞이했던 그 역사와 일본의 오락기회사 세가가 게임기 전쟁에서 맞이한 역사가 비슷하다고 느껴진다면 내가 너무 과하게 몰입한 것일까?

전자오락을 좋아하고, '웃는 닌텐도, 달리는 세가'라는 말을 기억하는 분들이라면, 게임에 대한 인문학 서적 한 권으로 오락기의 역사를 이끌었던 '세가'의 이야기에 한바탕 빠져보시기를 권한다. 우리는 승리자의 역사를 기억하지만, 패배자의 분투기를 통해 더 많은 것을 배우기도 하고, 감동하기도 하는 것 아닐까. 그나저나 세가, 제발 뉴 버파는 꼭 성공시킵시다 제발.. 제발!! 그리고 플오로 버파 컬렉션!! 샤이닝포스3 리메이크!! 제발 쫌!! 장사하자! 먹고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