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은 게임기의 이름을 적어놓았지만.. 순수하게 게임과 관련된 이야기로 끝맺음이 될지는 모르겠다...
PSP. 플레이스테이션 포터블. 2004년 12월 크리스마스 시즌에 발매된 소니의 휴대용 게임기로, 발매전 동시발매 타이틀이었던 리지레이서의 구동영상과 스크린샷 등이 당시 휴대용 게임기와는 차원을 달리하는 퀄리티를 보여주며 어필한 탓에 많은 게이머들이 열광하며 기다렸던 기종이었다.
이 글을 적는 2012년 9월 현재는 초등학생들조차도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으니 오히려 생소한 이야기가 될 수 있지만, PMP (POTABLE MEDIA PLAYER)의 개념을 가진 기기들이 갓 등장하던 시기에 게임기와 PMP의 기능을 모두 갖추고 등장한 소니의 이 신기종은 상당한 붐을 일으켰더랬다.
등장 당시 잔상은 조금 남지만 혁신적인 해상도(480X272)를 뿌려주는 액정과 불만을 별로 보지 못한 음질, MP4라는 동영상 포맷과 MP3 음원 파일을 본체에 추가하는 메모리스틱에 저장하여 감상할 수 있는 기능과 게임기라는 본연의 기능에도 매우 충실하여, 2004년 겨울 등장하여 2012년 현재까지도 현역기종으로 활약하고 있다.
칭찬만 늘어놓고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 그닥 흠잡을 곳이 없는 명기로 태어난 PSP는 당시만 해도 리지레이서 시리즈를 매우 좋아했고 지금도 소니 게임기의 팬인 관계로 무척 기대하면서 예약을 걸고 기다렸던 기억이 새롭다. 항상 알바를 해서 용돈을 모아, 소위 가성비를 따져가며 중고매매로 많은 기계를 구입했던 시절을 청산하고 직장인이 되어 처음으로 신품을 구매하는 기종이었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겠지만... 일본에서 발매되자마자 배송을 받아 회사 회식을 가는 길에 기본 충전되어 있는 배터리 용량만으로 잠시 즐겼던 리지레이서가 너무나 재미있고 충격적이어서 어린아이처럼 흥분했던 기억이 지금도 새롭다.
그런 PSP는 내가 지금까지 가져본 그 무엇을 이렇게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 했을까 싶을 정도로 4번에 걸친 기종변경을 행하면서 꾸준히 즐겨왔고, 최근의 마장기신2에 이르기까지 결코 많다고는 할 수 없지만 꾸준히 게임과 영상과 음원을 재생하면서 나의 출퇴근길을 함께해 주었더랬다. 그리고 지금은 하츠네 미쿠 프로젝트 디바f의 발매와 함께 후배기종 VITA에 자리를 내어주고 봉인에 들어갔지만...
NDSL. 닌텐도에 의한 정식발매가 이루어진 탓에 원본에 해당하는 기종 NDS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사람들이 수두룩하고, 게임 칩을 돈주고 사는게 이상한 사람이라는 시각을 세상에 퍼뜨린, 대한민국의 왜곡된 게임 시장 조건이 낳은 미묘한 인상의 휴대용 게임기이다.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인해 지금은 오히려 촌스럽게 느껴지는 감압식 터치 스크린과 일반 스크린 2가지의 액정화면을 탑재하여 2개의 스크린을 활용한 다양한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며 이제까지는 없던 재미를 주는 다양한 게임들이 등장한, 독특한 게임기이다.
그러면서도 무시무시한 보급대수와 여러 가지 후속기종을 내놓으면서 매우 낮은 연령층에까지 어필하면서 역시 장수해 오고 있는 기종이다. PSP와 마찬가지로 현재는 진정한 후속기종인 3DS에 점차 길을 내어주고 있는 상황이지만, 말 그대로 시장에 깔려있는 수를 무시할 수 없고 전작에 해당하는 기종인 GBA의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는 관계로 여러 가지 사정에 의해 소장하고 있는 매니아층도 제법 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언젠가의 일본여행에서 당시 발매되었던 FF3 DS판을 즐기기 위해 매우 늦게 구매했었고, 지금의 3DS와는 달리 일본판과 한국판 양쪽의 소프트를 전혀 무리없이 즐기는 것이 가능했기 때문에 보다 저렴하고 A/S가 가능한 한국판으로 한 번의 기종변경을 거쳤더랬다. 그리고 PSP와는 달리 즐겼던 게임의 수는... 10개가 될까말까한 수준.
오늘 장식장을 정리하다가, 이 두 기종의 박스(게임기 본체는 애저녁에 매각했더랬다)를 발견하고 내용물을 확인하면서 두 기종을 구매하던 기억이 떠올랐다. 일본여행길에 현지에서 계획했던 지름을 수행하면서(오사카의 요도바시였던 걸로 기억한다) 뿌듯함을 느꼈던 NDSL 아이스블루와, 지금은 운영자의 불미스러운 사태로 문을 닫은 당시 유명 구매대행 업체 모 쇼핑몰의 1차 에약분으로 받았던 PSP 1000K 밸류팩의 박스를 보고 있자니 정말 지금과는 또 조금 달랐던 당시의 열정과 즐거움이 되살아나는 기분이었다.
아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매너리즘 레이싱게임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리지레이서 PSP판의 그 속도감과 통신대전의 부조리한 경쟁심리, NDSL로 되살아난 파판3를 즐기던 그 기억은 너무나 즐거웠던 것이었다. 타인의 기억이 어떻건 간에, 지금 이 순간 나는 또 어떤 것, 무엇을 통하여 그런 즐거움과 만족감,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인가를 잠시 고민해 본다.
비디오 게임은 나에게 있어 평생 가지고 갈 취미라고 굳게 믿고 있지만, 같은 문장을 말하고 생각하던 8년 전의 나와 대학시절의 나, 그리고 지금의 내가 생각하는 그 만족감과 행복은 그 크기와 맛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게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른지, 어떻게 하면 그러한 행복을 계속 맛볼 수 있을지는 도무지 알 길이 없다.
지금 즐기고 있는 게임들이 재미없다거나, 기계에서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거나 하는 문제가 아니라, 주변의 지인들이 종종 말하는 ‘열정’이 식고 ‘의지’가 나오지 않게 되어 다른 쪽으로 눈을 돌리게 되는... 어떤 사람들은 철이 든다는 말로 표현하는(개인적으로는 결코 동의하지 않지만) 그러한 변화가 나에게 일어나게 될까 어떨까 궁금해지기도 한다.
누군가가 그런 말을 했다고 하더라. 덕질은 잠시 쉴 수는 있어도 끊을 수는 없는 것이라고. 나 역시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과연 앞으로 나는 PSP 1000번을 손에 쥐던 그 순간의 짜릿한 기쁨과 NDSL로 파판3 오프닝을 보며 느꼈던 노스텔지어를 언제 어디서 다시 맛 볼 수 있을까?
지금은 없는 공주...인지 행복인지는, 분명 조금은 다른 형태로 여전히 나를 기다리고 있으리라고 생각하면서도, 언제 어디서 무엇으로 그것을 만나게 될지 막연해진다.
....남들은 금방금방 버리는 종이박스 두 개가,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구나. 나는 알맹이가 아니라 박스만 있으면 행복한 인간이 아닐까 하는 어이없는 생각을 또 한 번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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