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에 일본에서 대히트를 기록한 청춘 아미고를 부른 듀엣, 슈지와 아키라. 그 중 슈지(수지Q가 아니라...)역을 맡았던 거북이카메나시가 속해 있는 쟈니즈 유닛 캇툰의 데뷔 싱글(도대체 무슨 기준인지 모르겠다...)인 리얼 페이스의 한 구절이다. 사랑하는 B'z의 리더인 마짱이 곡을 만들어서 넘겨줬다는 이 곡은(정말로, 마짱 연주-이나바 보컬의 렬 페이스를 들어보고 싶다. 랩은 마짱이...) 저 구절 때문에 상당히 마음에 드는 편이다. 음악에 대해선 잡식성이기 때문에 가끔 핀잔을 듣기도 하지만, 아무튼 저 구절은 특히 마음에 든다. 바로 나 자신을 제대로 집어낸 것 같기 때문이다.
언젠가 들은 이야기에, 나는 정말로 우뇌적인 인간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사람에 따라 우뇌'만' 발달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게 굉장히 감정적인 인간이라는 것이다. 마이페이스에, 계산에 밝지 못하고, 논리보다는 감정에 좌우되며, 이따금 극단적인 자폭을 '즐기는' 타입. ...적어놓고 보니 무슨 커밍아웃을 하는 것 같아서 좀 민망하지만, 아무튼 그렇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간단한 테스트를 통해 나오는 결론이고 그게 또 신뢰성이 높다고 한다. 어찌보면 카더라 통신과 닮아 있으니 웃어 넘기면 그만이겠지만, 아무튼 그렇단다. DS용 우노탄을 모조리 사서 하면 더욱 강화될 것... ...이게 아니라, 아무튼.
마음-감정이 먼저 나가는 타입이라는 건 이따금 참으로 편리하다. 또, 자주 곤란하다. 스스로의 언동에 책임을 느끼면서 혼자 괴로워하기도 하고, 때로는 아무도 주지 않는 상처를 혼자서 받기도 한다. 정신적인 자해 본능이라고 해야하나... 내 나름대로 정의 내리는 냉철한 논리를 통해 무언가를 생각하고 결론에 도달하는 것은 그렇게까지 어렵지 않지만, 문제는 그 결론이 내 감정과 충돌을 일으킬 경우 95% 이상 감정의 승리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당연히, 약간의 시간이 흐른 뒤 현실의 벌과 내 이성의 자책을 이중으로 견뎌내야 하고.
참으로 불편한 내면과 행동패턴을 가지고 있다. 나라는 인간은. 이제 TV에 등장하는 내 또래의 연예인들이 신인 꼬리표는 옛날에 잘라 먹어버리고 중견으로 향하는 나이가 되어 버렸는데도, 아직도 감정에 휘둘리는 삶을 살고 있다. 이런 것을 어린애 같다고들 하던데. 아무래도 이건, 뭔가 알 수 없는 이유로 극단적인 우뇌 인간이 되어 버린 탓이다. 음. 분명 그렇다. 기왕지사 이렇게 된 것,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우노탄을 질러야....
- 수정 : 내용은 맞는데, 좌뇌로 기억한 나머지 좌뇌 인간으로 글을 썼다가 일부 수정....
00. 당신의 닉네임을 판타스틱하게 설명해주세요
- 영롱하고 아름다운 빛(色-shiki) 속에서 인간의 정신을 초월하는 어떤 존재(仙-shen)를 희구하는 자 ...라고 하겠습니다만, 그다지 판타스틱하지 않군요.
01. 자신이 전생에 무엇이었을거라고 생각하십니까? - 농부의 딸이었거나, 정원사의 아들이었거나, 의사의 아들이 아니었을까 싶네요. 가업을 잇지는 않았을 듯.
02. 오프라인이나 넷 상에서 전생 관련 테스트나 체험을 해보신 적이 있다면 그 결과는? - 한두개 해본적이 있는데 기억은 잘....
03. 환생하게 된다면 어디에, 무엇으로 태어나고 싶습니까?
- 18세기~19세기쯤에 미국에서 영국 백작가의 셋째 아들의 아들로 태어나고 싶군요. 소공자가 되어 보고 싶거든요. 아니면 생수를 만드는 거대한 회사의 장남도 괜찮겠군요. 괴팍한 취미를 가진 동생과 퍼팩트맨인 아버지 사이에서 고뇌하며 성장해가는. 이쪽은 판타스틱이 아니라 판타스티포지만요.
04. 판타지 계의 직업군에서 자신과 가장 상성이 맞는 직업은? - 음유시인(bard). 가끔 생각보다 원론에 충실하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는데 이럴때는 성직자나 성당기사도 괜찮을 듯 싶습니다. D&D의 성직자보다는 소드월드에서 전쟁신 마이리의 종자가 좋을 듯 싶네요.
05. 무림에서 파벌에 속할 수 있다면 어디에? - 개방. 아니면 장무기가 창궐하는 시기의 마교. 마교보다는 개방이 끌리네요. 흠흠.
06. 판타지 계의 종족에서 가장 좋아하는 종족은? - 하프엘프. 아니면 하이엘프. 뭐.. 당연한거 아닐까요. 아, 육감적인 다크엘프도 좋습니다. ...여성취향을 묻는게 아닌가...
07. 좋아하는 환상의 동물이나 식물은 무엇입니까? - 유니콘, 골드드래곤. 유니콘은 그 순결함이 저와 닮았... 죄송합니다. 드래곤도 무척 좋아하지만 역시 강대하고 초월적인 골드 드래곤이 좋네요. 식물중에 고르라면.. 음... 이름이 기억 안나는데 라이칸스로프들을 쫓는 풀이 있어요. D&D 초반에는 이 풀 덕분에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는 경우가 많아서 고마운 풀이죠.
08. 당신이 제일 좋아하는 신화나 전설, 그리고 인물이나 신을 말해주세요.
- 신화라면 역시 전진...이 아니라, 좀 흔하지만 그리스 신화와 북구 신화를 좋아합니다. 독특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잉카 신화도 매력을 느끼지만 자세히는 모르네요. 인물이라면 매음녀 발키리...가 아니라 그리스 신화(로 생각합니다)의 아킬레우스, 파트로클로스, 테세우스, 페르세우스를 좋아합니다. 일리아드도 분명 그리스 신화이지요. 그리스 신화에서는 아이손, 헤르쿨레스, 테세우스, 페르세우스 등의 영웅들이 많아서 좋아합니다. 헤르쿨레스는 디즈니 때문에 젊고 경쾌한 이미지로 변질된 것 같은데 제가 처음 접한 이미지는 유대신화의 삼손같은 이미지였지요. 덥수룩한 수염의 근육질 남자가 사자 가죽을 뒤집어 쓴 헤르쿨레스의 이미지를 좋아합니다. 위에 언급한 영웅들 중에서 고르라면 페르세우스와 아킬레우스를 고르겠네요. 신 중에서 고르라면 그리스 신화의 전령신 헤르메스와 잉카 신화의 창조신 케찰코아톨, 북구 신화의 주신 오딘을 꼽겠습니다.
10. 당신의 속성은 지(地), 풍(風), 화(火), 수(水), 금(金) 중 어느 것에 가깝습니까? - 성질이 지랄맞은걸로 봐서 불이 아닐까 싶습니다.
11. 당신의 기호는? 신족이나 정파가 좋습니까? 마족이나 마교가 좋습니까? - 위에 무림에서는 마교라고 적었지만, 실제로는 정파가 좋습니다. 정파 속에서 약간의 파격을 꿈꾸는 쪽이거나 아니라면 아예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고 자유롭게 오가는 중도적인 면이 좋은 것 같아요.
12. 게임같은 것을 할때 주로 심정적으로 용사(정의, 히어로)의 편이에요? 마왕(혹은 악당, 라이벌)의 편이에요? - 기본적으로는 주인공 쪽... 당연히 용사 쪽이겠지요. 로도스도 전기의 판과 같은 정석파 자유기사도 좋아하고, 마법진 구루구루의 또라이 용사 니케도 좋아합니다. 하지만, 판타지와 RPG를 좋아하는 분들께는 수패미의 걸작 RPG 라이브 어 라이브를 권해드리고 싶네요. 영웅-용사와 마왕의 경계를 어떻게 나누는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받을 수 있거든요.
13. 문답을 이어받을 세명을 지적해주세요.
- 사랑하는 동생 ANTIDUST, 친우 SMOO군, 테터툴즈 메이저 인기 블로거 비오네님으로 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무언가를 즐기는데에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고, 사람마다의 방식이 있다. 어떤 것이든 가볍게 즐기고 맛만 보고 쉽게 털어내는 경우도 있고, 껍데기는 물론이도 뼛속까지 푹 고아 먹고 나서야 그걸 조금 즐겼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 그 대상에 대해 꼭 어느 정도 알아야만 즐길 수 있냐고 핏대를 높이는 사람도 있고, 그 앎으로 인해서 알 수 있는 지극한 즐거움을 나누고자 열심인 사람도 있다. 어느 쪽이건, 그 대상을 즐기고 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분명한 사실은, 그 대상을 직접 보고 듣고 (가능하다면)만져보며 즐기는 일일 것이다.
알다시피, 나는 B'z라는 일본가수를 좋아한다. 이 사실을 이야기하면 잘 모르는 사람들은 남자가수를 좋아하냐고 커밍아웃한다고 핀잔을 주는 사람부터 좀 오래된 가수를 좋아한다고 하는 사람까지 다양한 반응이 나온다. 어차피 가수는 그 부르는 노래를 듣고 인정하고 즐기는 대상이기 때문에, 그들의 그런 반응에 신경쓰지 않는다. 모르는 사람들은 모르는 대로 또 스스로의 인생을 다른 방법과 각도에서 즐기고 있기 때문일테니까.
해져가는 오사카돔.
오늘 새벽, 집에 도착했다. 일본에 다녀왔다. 여행을 좋아하지만, 그 준비기간과 사전 조사, 일정의 계획을 중시하는 습관 탓에 지난 겨울 삿포로 여행 이후로 다음 여행은 언제일까..하고 막연하게만 생각하고 있던 계획이 고작 보름 남짓한 시간 동안 결정되고 실행되었다. 이렇게 느닷없는 여행은 전혀 내 방식이 아니었지만, 위에 언급한 B'z의 공연을 이번에는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강렬하게 들어 조금 무리해서 실행에 옮기게 된 것이다. 그러니까 지금 적고 있는 이 글은, 나름대로 여행 후기인 셈이다.
아니, 정확하게 말해서 여행 후기가 아니라 공연 감상문 정도가 옳다고 하겠다. 투어 리포트라는 이름으로 모 카페에 자세하게 올라오는 감상문을 적어보고도 싶었지만, 연주의 성격과 기타의 종류, 창법과 곡의 느낌을 전달하기엔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이 너무나도 짧은 탓에-그저 B'z의 노래를 좋아하기만 하고 있는 어설픈 팬인 탓에 그런 이야기를 자세히 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도 감상을 적어보자면, 압도적이었고, 강렬했고, 포용적이었으며, 괴물 같았고, 지극히 즐거웠다고 하겠다.
01
이번 여행에는 3명의 뽐뿌가 존재했고 그 삼위일체의 뽐뿌(위기 뽐뿌, 동료 뽐뿌, 여행상품 뽐뿌) 탓에 결국 나의 여행이 성립되었는데, 그중 제1뽐뿌 위기 의식을 심어준 이글루스 메이저 인기 블로거 된장간지덕후하악남 김좐슨군은 언젠가 B'z를 이렇게 평가한 적이 있다. [CD 앨범보다 몇십배 나은 라이브를 들려주는 아티스트]라고. 라이브 DVD를 아무리 7.1채널에 물려놓고 초대형 프로젝터에 쏴서 본다고 하더라도, 저 말을 제대로 실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보컬 이나바 코시의 폭발을 뛰어넘어 괴물이라고 밖에는 생각되지 않던 그 라이브는, 하나된 6만 몬스터-무대-스크린의 현란하고도 아름다웠던 현장감은, 기대하지 않던 지나간 곡의 파워풀한 재림이 눈시울을 적시던 그 감동은, 첫곡에서 목이 쉬어버렸지만 지지 않고 목이 터져라 따라부르게 만들던 몰입감은, 몸짓과 박수-그리고 특정곡의 댄스로 B'z라는 특A급 몬스터들에게 다가가던 6만 몬스터의 일체감은, 그 어떤 말과 욕설과 감탄사로도 결코 전달할 수 없을 것이다. 위기뽐뿌의 좐슨, 동료뽐뿌의 JK, 여행상품 뽐뿌의 키란님에게 말로 다 할 수 없는 감사의 마음을 전할 수 밖에. 그저 그것 밖에는, 이 공연의 감상을 따로 전할 수가 없을 것만 같다.
012
원래 B'z의 팬들은 서로를 브라더라고 지칭하는 버릇이 있었다. 아직 브라더로 남아있는 그대들, 그대들은 진정한 몬스터를 아직 모른다. 그대들은 시대의 몬스터를 보지 못했다. 나는 처음으로 라이브짐을 보았다. 한국이여, 나는 돌아왔다. 브라더로서 라이브짐에 갔다가, 몬스터가 되어 돌아왔다. 앞으로 내가 좋아하는 칸사이벵은 코렛!!!이다.
- 사진들은 클릭하면 거대화한다.
무언가를 즐김에 있어 꼭 매니아-오타쿠-폐인이 되어야 할 필요는 없다. 내 수많은 취미들에 대해 내가 모두 매니악하게, 오타퀵하게, 폐이닉하게 즐기는 것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그렇게 몰입하여 즐기다 보면, 어떤 종류의 높고 큰, 지극한 즐거움을 맛보는 날이 올 것이다. 나는, 적어도 2시간 조금 넘는 시간동안 그 지극한 즐거움을 맛보았다. 내년에도, 이런 지극한 즐거움을, 이 희열을 느껴볼 수 있기만을 간절히 바랄 뿐이다. 나는, 이제 몬스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