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kishen의 기억 제4막 - 색선희준 블로그

 적어놓고 보니 엄청 일본 애니메이션 부제스럽다. 뭐 어쨌건.

 작년 이맘때쯤 예전 블로그에 비슷한 글을 적었었는데, 어느덧 계절이 한바퀴 둘아 다시 앵두나무 꽃이 피는 계절이 되었다. 이제 또 앵두가 열리는 시기가 돌아올 것이고.

 아마도, 이 앵두나무꽃을 보는 일은 이 봄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해 본다. 작년에도 거의 같은 심정이었지만, 이번에는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느낌이다. 가는 세월이 아쉬워, 또 다시 사진으로 남겨보았다.

012345


 혼자만의 생각이겠지만 나 자신도, 앵두나무도, 은행나무도, 집도 변하지 않았지만 세상은 항상 변하고 있다고들 한다. 나무와 집은 20년전 이 집에 처음 왔을 때와 다름없이 땅에 뿌리를 박고 든든히 서있을 뿐인데. 할 수만 있다면 우리집 부근의 시공을 그대로 박제를 떠서 그 안에서 살아가고 싶다는 부질없는 오타쿠적인 생각을 해 본다. 계절의 흐름에 맞추어 꽃은 피고 지고 열매맺을 뿐인데, 열매가 여러번 맺히면 사람은 변해간다는 상식과 진리가 문득 가슴을 에인다. 한결같이 이파리를 틔우고 꽃을 피우는 가느다란 앵두나무처럼, 그렇게 변치않는 모습으로 나이먹을 수 있다면 정말 좋을텐데...

 사진의 꽃들이 모두 지고 그 자리에 붉고 토실한 앵두가 맺히면, 아마도 저 자리에 피어있는 꽃을 다시 보는 날은 찾아오지 않을 것 같다. 앵두나무집 총각이라고 불리던 것을 좋아했던 나도, 꽃이 지고 이 곳을 떠나면 두 번 다시 그렇게 불리울 날은 오지 않을 것 같다. 사람은 모든 것과 만나고 헤어지지만, 나 스스로의 한 이름과 헤어지는 것은 다른 헤어짐도 그렇듯이 서글프기만 하다. 꽃은 그저 꽃으로 피었고, 열매를 맺기 위해 지는 모습은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지만 막연한 서글픔을 형태로 투영하고자 하는 초라한 욕심은 그 모습 하나하나에 의미와 아름다움을 부여하고 있다. 그 덕분에 앵두나무집 총각은 웃으며 가야할 때를 알고 떠나갈 채비를 하고 있는 것일게다. 누가 그렇게 보아주지 않아도, 아직은 앵두나무집 총각인 나는 우물을 들여다보며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니까. 조만간 헤어질 앵두나무집 총각이여, 안녕히. 안녕히..

'열어보고 싶은 대가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밤중, 을씨년스러운 회사에서.  (12) 2007.08.24
배꽃과 또 하나.  (6) 2007.05.07
이미 끝났지만 계속되는 이야기  (8) 2007.01.26
연애 = 사기  (22) 2007.01.20
나에게 대는 핑계.  (22) 2006.12.26

  26429 BUT  코우다쿠미
  26430 Climax Jump  AAA DEN-O form
  26419 Emotion(GUNDAM SEED DESTINY케릭터송)  다나카 리에
  26431 I'm Here  이토 유나
  26432 way to heaven  우에토아야
  26426 What's up, people(Death Note 2nd OP)  マキシマムザホルモン

 지난주에 이어 단촐해진 TJ미뎌 신곡. 원래 이정도 페이스로 업데이트 되는게 맞긴 하지만.

 26429번 고다구미 여사의 밧뜨.. 나름 최신곡인데 빨리 올라온 듯. 코다쿠미는 언젠가부터 굉장히 자주 나온다는 이미지에다가, 아무리 벗어제껴도 섹시해 보이지 않는다는 이미지가 더해져서 점점 마이너스 에너지를 느끼고 있는 중. 특히나 이 밧뜨의 경우에는 곡이 좋은 줄도 모르겠어서 좀 그렇다.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는 코다쿠미의 이미지는 리얼이모션과 큐티하니의 이미지가 가장 강한데 말이지... 좀 아쉽고..그렇다.

 26419번 이모션. 타나카 리에의 곡이라고 하니 라크스 클라인 공주의 목소릴텐데... 개인적으로 건타쿠고, 씨앗도 씨앗팔자도 인정하지만 특정애니의 캐릭터송이 국내 노래방에 올라오는 것은 좀 오버가 아닌가 싶다. 물론 내가 막연히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씨앗과 씨앗팔자의 인기가 국내에도 널리 퍼져있고 캐릭터 송도 그럭저럭 불리울수 있다고 생각은 하지만, 과연 저 곡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주 부를지는 불투명한 것 아닐까? 차라리 씨앗 MSV 오프닝이었던 TMR의 ZIPS를 넣어주는게 TMR팬도 잡고 씨앗 팬도 잡는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26431번 I'm Here 는 나나 아님 못 뜬다는 이토 유나의 최근 곡. 개인적으론 나나 관련으로 나올 때 보다 좀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다른 곡들이 더 매력적이라고 본다. I'm Here 도 다소 어두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괜찮은 곡. ...나만 그런가?

 26426번 What's up, people이 사실 이번주의 대박이라고 본다. 여자들도 커버하기 힘들다는 Ark를 부른 사운드 호라이즌의 곡들과 비견할만큼, 과연 완창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은 맥시멈더호르몬의 곡. 기타도라에서 호평을 받은 롤링1000t을 부르기도 한 인디밴드로(지금은 메이저일까?) 본인들의 주장에 따르면 데스메탈을 하고 싶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못하고 있다는 밴드다. 중간에 가끔 나오는 여성 보컬(코러스?)가 드럼이라고 하던데 정확한 것은 잘 모르겠고, 아무튼 데스노트의 인기에 힘입어 등장한 무작정 빡센 곡이라고 생각한다. 역시 롤링1000t을 넣어주는 쪽이 벤쇼쯔키와이~(알아들으면 기타도라-소라미미덕후)도 할 수 있고 좋지 않나?

....노래방 가고 싶다고 한게 벌써 3주도 더 된 것 같은데 여전히 노래방은 내게서 너무 멀리 있다... 번개나 한번 때려볼까..

 배불리 점심을 먹고 회사 건물로 돌아와, 블라인드로 꼭꼭 가려진 사무실 내 자리에 돌아와 앉는다. 잠시 방화벽이 일부 해제되는 네트워크를 찾아 바삐 마우스를 움직이다가, 이내 귀찮아져 짐짓 의자를 뒤로 제껴본다. 어제도 화창한 날은 아니었지만 오늘은 기온이 차게 느껴질 정도로 날이 흐리다. 흐린 하늘은 기분을 가라앉히고, 최근들어 뜻대로 잘 풀리지 않는 일들이 차례로 머릿속을 날아다니면 가라앉은 기분은 반죽이 되고 떡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