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kishen의 기억 제4막 - 색선희준 블로그

 고등학교 때로 기억한다. 한 10년 좀 넘은 기억인가. 용돈을 모아 워크맨이라는 걸 사고, 친구들과 카세트 테이프를 서로 빌려가며 더빙한 테이프를 듣고 다니던 시절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막귀라 여러번 더빙을 거쳐 음질이 떡이 된 것들도 좋다고 듣고 다니던, 그런 시절이었다. 나중엔 음질 보존을 위해 크롬 테이프나, 고음 향상을 위해 메탈 테이프를 사는 것도 마다하지 않게 되긴 했지만 대학교에 들어가서 CDP를 알게 되고 MP3를 거쳐 프습을 이용하고 있는 지금에 와서 돌이켜 보면 참 신기하고도 귀찮은 일들을 너무나 재미있게 하던 시절이 아니었나 싶다. 지금보다 그때가 더 낫지 않나 싶은 것은 역시 정품 테이프를 돈 주고 사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던 시절이었다는 거다. 물론 나는 서태지 너는 듀스 하는 식으로 나누어 사서 그걸 친구들끼리 돌려가며 더빙하고 자기만의 테이프를 만들던 것은 요즘 MP3 플레이리스트 짜는 것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긴 하겠지만.

 그렇게 집-학교-오락실이라는 삼위일체의 생활을 영위하던 나의 -표시된 코스에는 항상 워크맨이 함께하며 귓구멍을 이어폰으로 틀어막고 있던 시절이었다. 와이셔츠(블라우스?)를 바지 위로 내리고 타이트한 마이를 입고 빨간 머리를 앞으로 왕창 내리고 발을 묶은 또라이 한 마리가 혜성처럼 등장해서 킹오파를 휩쓸고, 로렌토와 장기에프가 스파제로월드에 투신했던 것이 기억나는 것을 보면 아마도 95년도 였을게다. 당시 엑스재팬의 노래와 coco(작년에 컴백한 cocco말고..)의 노래들로 알아먹지도 못하는 일본노래들이 서서히 귀에 꽂히던 시절, 써클(동아리) 후배녀석이 권해준 노래에 완전히 맛이 가는 사태를 맞이하게 되었다. 나중에 그 녀석에게 물어보니 Listen to me 와 負けないで 라는 곡이라고 하더라. 그리고 지금 서바이벌 팀과 폐쇄모임 WGF로 질긴 연을 이어오고 있는 Yuirin 형님의 CD 대여로 알게 된 것이 Zard 와의 만남이었다.

 사실 Zard 의 수많은 곡들을 자세히 잘 알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슬램덩크 애니메이션의 엔딩곡이었던 my friend 라던가 처음 접했던 Listen to me, 負けないで, もう探さない, 특히 압권이었던 れる想い 등의 곡들로 인해 그때까지만 해도 SBS 인기가요를 놓치지 않고 서태지-솔리드-듀스에 열광하던 내가 일본음악에 더욱 깊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이후 대학에 들어가서 친우 smoo군을 만나 shazna, Luna Sea, ULFULS 를 알게 되면서 이전만큼 열광하게 되지는 않았지만 신보 소식이나 정보는 관심을 두고 있었다. 엑스재팬이나 coco, 레이어스 관련 애니송들이 쪽바리노래를 일본 음악으로 바꿔놓았다면 Zard는 국가를 떠나서 좋은 노래를 불러준 가수였다. 거기에 길었던 사춘기의 밤공기 속에서 함께 해주었던 목소리였기에 더욱 각별한 느낌으로 남았던 것 같기도 하다.

 군을 전역하고는 B’z라는 운명을 알게 되어 아주 가끔 CD를 사는 짝퉁 팬질을 하게 되고 B’z와 DEEN(당시에는), Zard가 한 식구라는 것을 알았을 때 왜인지 모를 안도감을 느끼기도 했었다. 이렇게 주절거리면서도 운명의 룰렛이 돌아간다 이후의 곡은 거의 알지 못하는 이중성을 가지고 있는 나이지만, 도저히 믿을 수 없는 Zard-사카이 이즈미 누님의 사망 소식에 말 그대로 망연자실해질 수 밖에 없었다. 그녀의 사망 소식에 문자 그대로 뒤통수를 얻어맞는 충격을 느끼며 거의 한시간을 관련 소식 찾기에 허비하며 이 소식이 거짓말이라는 정보를 찾고 있었다.

 고등학교 시절 어느 가을 밤, 뚱뚱하고 소심한 독설쟁이 소년의 귀에 늘어진 테이프에 알 수 없는 말이었지만 매력적인 목소리와 아름다운 멜로디로 국적과 역사적 정서를 뛰어넘어 마음을 뒤흔들었던 아티스트의 죽음에 깊고 깊은 애도를 표한다. 그녀가 남긴 노래들과 함께 언제까지나 기억할 것이라는 상투적인 말 밖에는 생각나지 않는 내 한심한 머리가 부끄러울 따름이다. 오랜만에 뒤통수를 얻어맞는 듯한 충격과 깊은 슬픔을 맛보는 오후가 흘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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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비하면 규모가 좀 줄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우리집은 작은 동물농장이라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는 염소에 토끼까지 있었지만 지금은 닭-개-고양이-조이드 정도인가. 디카가 똑딱이라 오다가다 걍 생각나면 몇장씩 찍어두고는 혼자 보고 지워버리거나 저장하거나 하지만, 지난달 쯤 영입된 뉴페이스 깜이 때문에 덩치 작은 놈들 몇 놈만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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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 타자는 내 방 앞 하얀 진돗개 진구. 진돗개라고는 하는데 정확히는 잘 모르겠다. 우리 식구가 아니면 짖어대는 걸 보면 그래도 식구 구분은 하는가 보다 싶다가도, 서바이벌이 있는 날이나 총 정비할 때 소리만 들려도 집안에 숨는 걸 보면 불쌍하기도 하고 그렇다. 그래도 나만 보면 열심히 좋아해 주는 건 고맙다.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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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에서 밥도 먹고 잠도 자고 뒹굴기도 하지만 도무지 경계심을 늦추지 않는 고양이 두마리. 하얀 색이 좀 섞인 큰 녀석이 곤, 전부 노란 작은 녀석이 양. 언젠가부터 우리집 마당에 들어와서 밥도 먹고 가끔 쥐도 잡아다 놓고 하는데, 도무지 만져볼 수가 없다. 적당히 접근만 하면 도망가는지라... 그나마 양이 쪽은 밥 먹을 때는 만져볼 수 있긴 하지만 터치와 동시에 도망가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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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에 들어온 깜이. 깜돌-깐돌-반달곰-곰이 등, 부를때마다 이름이 달라지지만 나는 깜이라고 부르고 있다. 아무나 사람만 보면 놀자고 달려들고 하염없이 핥고 깨물고 때리고(..)한다. 덕분에 굉장히 귀여우면서도 본의 아니게 걷어차거나 꼬리-발을 밟는 경우도 없지 않다. 뭣보다 구두와 발냄새(...)를 좋아해서 구두 잘못 벗어놓으면 봉변당하는 수도 있다. 이녀석까지 개만 4마리지만, 다들 연식이 있는데 꼬맹이가 하나 추가된게 방정맞기까지 해서 왔다갔다 가지고 노는 재미가 있다.

이 외에 대문앞에 묶어놓은 도베르만 센과 안방 옆마당에 묶어놓은 흰 발바리 샤샤가 있지만 이 녀석들은 사진찍기가 곤란하여 패스. 다음주 쯤 앵두가 익을 때 놀러오시면 깜이를 가지고 놀 수 있으실지도 모른다. ...내가 집에 있어야 겠지만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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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yung 여사님의 Dancing Days 에서 트랙백.

Q01. 좋아하는 색은?

그때그때 다르지만 지금 떠오르는 색은 파랑. 사무실이 더워. bye, bye, Blue Sunshine~

Q02. 싫은 색은?

과도한 분홍. 분홍이라는 지명으로 바톤을 받기는 했지만... 분홍이 싫은게 아니라 어떤 사물이나 공간이 분홍 투성이인게 싫어. 적절한 분홍은 물론 좋아. 언제나 싫은 색이라면... 어떤 색이든 탁한 색. 

Q03. 휴대폰의 색은 무슨색?

은색.

Q04. 당신의 마음을 색으로 표현하자면?

초록. Green. 마지막까지, Stay Green.

Q05.바톤을 넘겨준 사람을 색으로 표현하자면?

보색대비. .....죄송합니다. 분출하는 용암의 붉은색이라고 해둘께요.

Q06. 다음의 6개의 색에 맞는 사람을 선택하고 바톤을 돌려 주세요

노랑색 - 귀여운 여동생 Lazche(와서 보려나..?)
주황색 - 친우 잡아라별군.(이렇게 써놓으니 영...)
파랑색 - 쿨한 내 동생 antidust.
분홍색 - 문득 떠오르는 미령님.
하늘색 - 친우 Smoo군.
초록색 - Stay Green Yuirin 성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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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해서 좋긴 한데.. 조금 심심하다. 그래도 나는 colorwet, 色仙-shikishen이니까. 데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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