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kishen의 기억 제4막 - 색선희준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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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인간은 더 큰 자극을 원한다는 글을 적기도 했고 72% 통의 발매를 기뻐하는 글을 적기도 했다. 단맛이 줄고 스트레스를 없애 주며 건강한 자극을 주는 긍정적이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먹거리인 홋헤의 흐힘하하오 시리즈의 최신작 86% 박스를 손에 넣었는데 그냥 넘어갈 수 있을까. 하여,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간단히 찍어 은근히 올려본다.

맛은... 메이지의 86% 통과 비교했을 때 쓴 맛이 조금 떨어지고 살짝 달달한 느낌. 어찌 보면 아무 맛이 없는 듯한 감도 들지만, 메이지의 오리지널(이라긴 좀...) 시리즈가 확실히 쓴 맛을 어필하고 대강 달래는 듯한 단맛이 조금 느껴지는 걸 감안하면 카카오 계열에 입문하는 사람들 중 72%는 이제 달고 99%는 여전히 두렵다는 사람들에게 적절하지 않을까 싶다. 실제로, 56%는 이제 단 과자 취급하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고 72%로도 이제는 뭔가 부족하다는 사람들이 나올 정도니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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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고 네모난 타입이라 포장을 뜯기 약간 불편한 감이 있고, 한입에 쏙 들어가는 크기라곤 해도 와작와작 부서지지는 느낌이라 먹기 아주 좋다고는 하기 힘든 감이 있다. 하지만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야한거 아니다!) 썩 나쁘지 않은 것만은 확실하다. 금색과 검은 색과 광택의 조화가 멋진 케이스는 무척 멋진 느낌이고 오픈하는 방식과 오픈 후 다시 고정하는 기믹도 깔끔하고 좋지만 결국 종이박스가 가진 가벼운 느낌이 살짝 아쉽다 하겠다. 72%를 넘어 86%에 입문해 보고자 하는 분께 확실히 추천하는 바. 좀 더 깊은 느낌을 원하신다면 역시 메이지의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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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칠 아저씨였던가, 암튼 2차대전 나치 독일을 조지는데 큰 공헌을 했던 양반은, 우유와 낮잠을 찬양했다고 한다. ...아닌가? 암튼, 지금 하려는 이야기는 낮잠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 되겠다.

학창시절까지, 나는 낮잠을 잘 못자는 편이었다. 제법 피곤한 상태에서도 해가 쨍쨍 뜬 대낮에는 눈을 감아도 잘 잠들지 못하는 편이었다. 체질이었을까, 성질탓이었을까. 아무튼 낮잠을 자려고 누웠다가도 뒤척이다가 다시 일어나서 만화책이든 게임기든 붙잡고 뭔가를 다시 시작하곤 했다. 고등학교 3년 동안에도 낮잠이라고는 언젠가 모의고사 언어영역 시간에 1시간 가량 남은 시간동안 딱 한번 잠들었던 적이 있을 뿐. 반 전체가 학살당한 듯 잠들었던 시간속에서도 문제집이든 게임잡지든 뭔가 보고 있거나 했지, 낮잠은 도무지 자본 적이 없다.

그러던 낮잠을, 취직하고 난 다음부터는 매우 잘 자게 되었다. 직장생활도 만 3년을 지나 4년차(입사 햇수로는 5년)에 접어들지만, 처음부터 격주 5일제를 실시하고 있던 덕분에 토요일에 집에서 빈둥거리는 날에는 거의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낮잠을 자곤 했었다. 대체로 점심을 먹고 뭔가 게임을 하다가 2시 경에 잠들어 5시 넘어 깨는. 누군가가 눈꺼풀을 짓누르는 듯한 느낌으로 머리가 잘 돌지 않아 시험삼아 머리와 등을 기대보면 빨대를 타고 올라오는 콜라처럼 잠이 머릿속을 지배하는 것이었다. 처음 얼마간은 그것대로 나쁘지 않았다. 사회 초년생이 받는 스트레스겠거니... 하고 자기 합리화를 하곤 했으니. 확실히 그 낮잠은 달콤했고, 거의 경험해 본 적이 없는 낮잠을 쉽게 든다는 것도 나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러다 언젠가부터 였을까. 낮잠은 내 인생에 있어 죄악이라는 생각을 품게 되었다. 낮잠을 거의 자지 못했다고 적어놓긴 했지만, 그만큼 밤잠은 집중해서 자는 편이다. 고3때도 하루 6시간 이상은 꼬박꼬박 푹 자주었으니까. 몇명은 알겠지만, 친구들과 놀다가도 어느 시간쯤이 지나면 약먹은 병아리마냥 정신을 잃었다들었다 하다가, 어느순간부터는 코를 골고 이를 가니까. 게다가 제법 자주 잠꼬대도 무섭게 한다지. ...아무튼, 이렇게 밤잠을 충실히 자고 있으면서 낮잠까지 챙긴다는 것은 아무래도 그리 길 것 같지 않은 내 인생에 있어 무지막지한 손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뭘 얼마나 열심히 살았다고 낮잠까지 챙긴단 말인가. 나는 그럴 정도로 인생의 승리자도 아니며, 부자도 아니다. 하다못해 질러놓다 못해 탑을 지나 성이 되고 있는 건프라 박스를 하나라도 줄이고, 클리어 못한 게임을 조금이라도 플레이하고, 언제나 아쉬운 사람들에게 안부문자라도 한 통 더 돌릴 시간으로 활용해야할 그 귀중한 시간을 낮잠으로 허비하다니. 빠삐용이라는 영화에 나온 것처럼, 나는 낮잠을 잠으로써 내 인생을 낭비하는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분명 그렇다.

....결국 그 죄값은 낮잠에서 깰 때의 더부룩한 속과 무겁다 못해 어지러운 머리로 어느정도 받고 있는 것 같기는 하지만, 애초에 그런 죄값을 받지 않도록 기초체력을 기르고 산소를 뇌에 공급하고 건강한 식사를 해야 할 것이다. 말로만 하지 말고, 조금 더 열심히 살아봐야지. 언제나 시간이 없다고 툴툴거리는 것은 남이 아닌 내가 아니던가. 내일은, 다음 언젠가의 한가한 토요일에는, 나이트메어를 타고 올 낮잠을 요령있게 피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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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기미독립운동기념일, 내일 모레는 정월 대보름. 이렇게 적으며 모니터 위의 달력을 올려다 보니 3땡인 내일은 납세자의 날이란다. 갑자기 납세자의 한사람으로 기분이 확 나빠지려고 하...지만, 여기에 격분하면 쓰려던 말을 못 하니 여기까지. ...세금 낭비하지마 이 개자식들!!!

어제는 휴일이었던 관계로 멀리 김포에 가서 서바이벌 게임을 즐기고 왔다. 덕분에 3월 첫 근무일은 대부분 그렇듯 3월 2일인 오늘 되겠다. 물론 어제가 첫 근무일이었던 산업역군 분들도 계시겠지만. 근무일이자 개강-개학일인 탓에 오늘 아침 버스에는 사람이 무척이나 많았더랬다. 게다가 비를 싫어하는 나도 반가운 봄비 탓에 버스와 지하철은 제법 복작거리고 있었다. 먼 후배의 즐거운 분위기를 가득 넣은 안부 문자도 오고, 아침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3월의 첫 근무일, 많은 사람들의 새로운 시작일이라는 분위기를 점점 느낄 수 있는 오전이 지나 점심시간도 정점을 지난다.

아직은 겨울코트-잠바를 입은 사람들이 더 많이 눈에 띄기는 하지만 포근했던 겨울과 풀린 기온 탓에 걸친 옷들의 무게가 가벼워진 것이 느껴진다. 출근하는 사람들에 등교하는 학생들이 추가되어 혼잡한 아침이긴 했지만 사람들의 체적 자체는 가벼워진 듯한 느낌이 들었달까. 사실 엊그제와 변함없는 일상의 하루지만 관계가 있건없건 주위를 스쳐가는 사람들의 분위기 덕분에 괜시리 나까지도 뭔가 새로운 것이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슬며시 품게 된다.

...라고는 해도, 최근 들어 가속도가 붙은 새로운-더이상 새롭지만은 않은- 내 업무 탓에 오전은 여기저기 뛰어댕기며 바쁘게 보냈다. 2월 마지막 날에도 11시 넘어까지 야근이었는데 과연 오늘은 어떨까 싶기도 하고. 오늘 오후에, 모든게 잘풀리는 주문이 걸려 원만하고 신속하게 일처리가 잘 끝났으면 싶다. 지금쯤은 선배들이 사는 점심을 먹고 막걸리나 맥주를 마시고 있을 수많은 전국의 새내기들이 품고 있을 설레임을 조금은 나누어 받은 심정으로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