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있어서 X-BOX의 의미
지금 나의 자그마한 모니터에게는 그럴 듯한 받침대가 있다. 눈치 챘겠지만, X-BOX(이하 엑박)가 바로 받침대의 정체다. 현세대 3개 기종 중에 최상의 성능을 발휘하고, 온라인 비디오 게임계의 선두주자인 머신이 사용한지 6년이 되어가는 작은 모니터의 받침대나 하고 있다는 것은 좀 우스운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15인치의 작은 모니터를 고개를 수그리고 내려다 보는 것보다는 높이와 덩치와 안정감이 있는 검은 상자를 깔아 두는 것이 더욱 좋다는 판단하에 놓여진 것이다. 사실 이렇게 설치해 두고 나니 고개도 편하고 작업하기도 좋아져서 이런 멋진 파트너를 만들어 준 마이크로 소프트에 조금은 감사하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잠시 화제를 바꿔서, 나는 게임을 아주 좋아하지만 컬렉터와 매니아와는 거리가 멀다고 본다. 단지 게임 팬일 뿐... 이렇게 말하면 몇몇은 코웃음을 치며 비웃을지도, 어쩌면 육두문자를 읊조리며 있을지도 모르겠다. 뭐.. 어쨌건 나는 게임을 아주 좋아한다. 그렇지만 게임기를 갖고 싶다고 척척 살만큼 돈이 많지도 않다. 영세하게 들어오는 수입을 쪼개고 판단해서 하나하나 구입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단지 모니터 받침을 쓰기 위해 엑박을 장난한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 엑박도 게임기고, 게임을 즐기기 위해 구입을 한 것이다. 그렇지만 유감스럽게도, 엑박으로 출시되어 있는 게임들은 나의 구미를 당기는 타이틀이 없다. 최근에는 많아 졌다는 이야기들을 많이들 하는데, 타이틀도 타이틀이거니와, 거대하기 짝이 없는 순정패드는 금성 3DO얼라이브로도 가능했던 더블섬머솔트를 내지 못하는 조작성을 자랑하며 나를 압박하고, 팩키지는 부실하다. 그러면서도 가격은 제법 비싸고, 구입을 고려하기에는 상당한 고민이 수반되었음 역시 부정할 수 없다. 그런데, 최근의 비디오 게임 온라인화 추세가 나의 생각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돌려 놓았다. 내가 좋아하는 캡콤의 2D 격투 게임인 캡콤 대 SNK2가 무리없이 온라인 대전이 가능하고, 나아가 엑박 최고의 타이틀인 철기가 온라인 버전인 철기대전으로 거듭난다는 사실은 나의 엑박 구입을 부추겼던 것이다.
사실 엑박이 모니터 밑에 깔려있는 것은, 마땅히 둘 자리가 없는 이유도 있고, 모니터의 높이를 올리는 것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컴퓨터 본체 뒤의 네트워크 케이블으러 옮겨 꽂기 편하기 때문이다. 공유기를 구입하거나 랜을 하나 더 깔기에는 내가 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에, 그리고 좁은 내방에 저런 거대한(가구에 가까운 디자인과 크기..)기기를 설치할 공간이 부족하기에 최적의 위치를 찾아낸 것이, 바로 본체 옆이고 모니터 밑이다. 하루에 1시간 남짓 플레이하는 온라인 대전을 위해서 가장 좋은 위치인 것이다. 구입 당시에는 온라인 킷과 철기, 그리고 철기 대전 외에는 일절 투자를 하지 않으려 했던 엑박은, 순정 컨트롤러의 절망감 때문에 장만하게 된 컨버터와 덕분에 현역복귀를 하게 된 듀얼쇼크1, 대전을 위한 캡콤 대 SNK2 소프트, 그리고 선배에게 강탈하다시피 해서 선물 받은 소울캘리버2라는 거대한 식구를 거느리게끔 되었다. 나아가 DVD킷까지 장만해 버릴까 싶지만 플레이 스테이션 2 10000번이 있기에 그건 필요없을 것 같고, 사랑하는 동생 녀석이 전역하면 함께 소울캘리버2를 즐기기 위해 컨버터와 스틱을 하나 더 장만하면 더 이상은 엑박에 돈 들일 일은 없을 것 같다. 정말이지 돈 잡아 먹는 기계라는 건 사촌쯤 되는 컴퓨터와 다를 바가 없다. ...그러고 보니 길티기어 익젝이 정발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아아... 지갑이 가벼우면, 마음이 무겁다. 그나저나 이런 생각을 하는 거 보면 엑박이 그냥 밉지는 않은 것 같다. 나름대로 쓸만한 구석이 있는 기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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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보내야 한다. (2002/08/23)
한번은 6호선 개통전에 헤메고 헤메서 본사까지 가서 고치기도 했다. 그렇게 녀석은 내 왼쪽 바지주머니를 떠나본적 없이 그렇게 버텨 주었다. 그러던 녀석은.. 이제 지금껏 받은 문자의 저장고... 내가 아는 전화번호의 저장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시계이기도 하군... 지금은 충전기의 플러그도 뽑힌채, 쓸쓸히 자기의 자리를 삼성의 새까만 후배녀석에게 내주고 외롭게 서있다. 그나마도 월요일에는 벽제의 한 대리점을 통해, 약간의 도색과 보수를 거친후 동남아나 중국으 로 떠날것이다. 마치 나이먹은 콜걸이 스트립쇼를 거쳐 섬으로 들어가듯 ... 그렇게 어딘가에서 또 누군가의 손에 쥐어져 정보를 전달하겠지... 새로 생긴 폰은 여러가지 성능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전화기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것을, 여러가지 짜증나는 이유로 교체해 버린 지금... 난 인사를 전할 수 밖에 없다. 그 긴 인사를 여기에 적은 것 은 여러분에게 미안하지만, 때마침 켜져 있던 게시판이 여기인 관계로 글을 남긴다.
안녕. 모토로라 MP 8800. 그 동안 정말 고마웠어. 당신을 잊지 못할거야 .. 어디에 가서도, 노장답게 건강하길. ...가끔은 내생각도 해달라구. 키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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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어딘가의 게시판에 적었다가, 홈페이지를 열면서 거기에 옮겼다가, 작년 첫 블로그를 열면서 거기의 첫 글이기도 했던 글. 글쓴이의 변덕 탓에 여기저기 옮겨다니느라 고생이 많지만, 그래도 글 중의 전화기에 대한 추억을 소중히 되새길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글이다. 파란에서 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