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kishen의 기억 제4막 - 색선희준 블로그

오랫만에 올려보는 TJ 미뎌 일음 신곡. 사실 이번주에도 시큰둥 넘어갈 곡들이 대다수이지만 단 한곡이 완전 강렬하게 눈길을 사로 잡고 있다....

 26630  君がくれたあの日 - 茅原美里
 26626  思い出は億千万 - ゴムJ
 26627  ALONES(블리치6기OP) - Aqua Timez
 26629  Hey! Say! - Hey! Say!7
 26640  Kokoro(BLUEDRAGON2ndED) - SS501
 26625  Let's Final Fusion!!!(용자왕 가오가이가 FINAL 삽입곡) - 遠藤正明 & 影山ヒロノブ
 

 간만에 TJ미뎌가 사람 설레이게 만든 곡은  바로 26626번 추억은억천만!!! 훼밀리(FC, 닌텐도 패밀리 컴퓨터-패미콤-화미콘, 수퍼콤, NES, 컴보이, 파스칼 1.2.4 등등...)로 발매되었던 캡콤의 명작 액션게임 시리즈 록맨의 2번재 작품 록맨2의 한 스테이지 BGM에 가사를 붙인 곡이다. 일본의 포털 사이트 니코니코에서 여러가지 버전의 동영상들이 올라왔고 국내의 오타쿠들이 이 동영상들에 자막을 붙이거나 하여 국내에도 이쪽 업계 종사자들에게는 제법 알려진 곡이기도 하다. 간단히 정리하자면 동인음악인 셈인데... 이런 곡이 국내 노래방에 등장하게 되다니.... 막장이지요. 그러문요. 그렇지만 노래방에 가서 국내에 가장 많이 알려진 버전인 ゴム-J 두명의 보컬 버전(통칭 째지는 목소리 버전)으로 불러보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아니겠습니까요.

 26629 헤이세이도 눈에 띄는 곡. 뒤늦게 꽂힌 오사카러브로망 애니메이션 라부콩-러블리컴플렉스-러브컴플렉스-러브컴-러브콤-라브콘(헉헉..)의 2기 오프닝 곡으로, 쟈니즈계열 유닛으로 보이는 소년 5인조(맞나?) Hey! Say!7의 곡이다. ..7이니 7명인가? 아무튼... 엔딩곡도 함께 맡아 부른 것으로 기억하는데 사실 1기 오프닝-엔딩이었던 테고마스의 곡들이 더 마음에 들고 곡도 좋은 게 사실. 하지만 어쩌리.. TJ미뎌에는 2기 오프닝부터 들어 온 것을.

 26640 코코로는 나름 성공적으로 일본진출을 달성한 외화벌이 국산 아이돌 더블에스501의 곡. 발음과 PV의 입모양 등이 나름 화제가 되긴 했지만 동방신기의 오리콘 1위와 함께 제법 화제가 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PV는 한 번만 보고 프습에서 지웠고 곡은 따로 들어보지 않았지만... 으음.

 26625 렛츠 파이널 퓨전은 가오가이거 파이널 삽입곡이라는데.. 곡조는 알겠지만 가사를 모르는 관계로 패스. 그러고보니 강철형제가 10월달에 온다고 했던 것 같은데.

 언제나 그렇지만 TJ미뎌의 선곡 정책은 특정 집단의 영향을 좀 많이 받는 경향이 있지만, 그게 인정하고 싶건 아니건 간에 국내 JPOP 청취자+게임-애니 덕후님들의 평균적인 대세인 셈이니 맘에 드는 곡이 올라올 때마다 적당히 환호해 주면 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지난 몇주의 막굴러먹었쓰7 불폭탄 쓰레기들의 곡이 콤보로 올라온 건 넌센스 아녀?

 구석구석에 스며들어있던 먼지를 1400와트의 강력한 진공청소기로 빨아들이는 것은 쾌감이지만, 먼지봉투를 분리하면서 한데 모인 먼지덩어리들을 버리는 것은 결코 유쾌하지 못하다.

 나는 구석에 끼인 먼지따위는 되고 싶지 않지만, 그렇다고 무차별로 해치우는 진공청소기 역시 별로 매력적이지 못한 것 같다. 그렇다고 빗자루도, 쓰레받기도 되지 못한 채로 어정쩡하게 살아가고 있는 것 같기만 한데.

 아무 생각없이 바라보던 풍경과 사람 사이가 한순간에 뒤바뀌는 것도 종종 체험하는 현실이다. 사람과 사람과 사람과 사람이 어울려서 살아가는 이 세상 속에서 오만가지 일들이 다 일어나게 마련이지만 그렇다고 당연하다는 듯한 시선으로 변화와 침전을 무심히 바라보고 있는 것은 귀찮음과 게으름에 패배한 무기력한 모습이 아닐까.

 진공청소기의 단호함도, 먼지봉투의 오지랖도, 먼지 덩어리의 추잡함도 조금씩 가지고 있으면서 정체는 빗자루도 되지 못하는 인간이 된 것 같은 기분이다.
 
 퇴근시간이 지나서 한껏 스피커의 볼륨을 올리자 울려퍼진 B'z의 GOLD를 듣고 있을 때는 찬란한 야근의 시작이라고 생각했는데, 해가 지고 일거리가 바닥을 드러낸 순간 Bump of Chicken의 K가 들리는 지금 순간은 을씨년스러운 공기가 감돈다.

 갑작스레 예정된 주말 출근이 그렇게까지 생소한 것은 아닌데, 휴가복귀로부터 1주일이 채 지나지 않은 지금은 휴가후유증 운운할 사이도 없이 일상에 복귀해 버렸다는 사실이 참으로 허망할 따름이다. 작년 이맘때에는 지인의 생일 축하 초대가수 공연을 관람하러 갔었는데 말이지...

 여행기도 미뤄두고, 강화도의 푸른밤을 앞두고 텅빈 회사 꼭대기에 앉아서 키보드를 두드리려니, 아침에 힘차게 돌아가던 1400와트 산요 청소기가 묘하게 사무친다. 일본 홈쇼핑 아저씨가 아줌마들을 낚으며 설명하던 그 산요는 아니지만.

 한국 사람에게는 각별한 의미가 있는 날인 8월 15일, 광복절. 여름휴가 일정을 맞추려다보니 이렇게 되긴 했지만, 2007년 여름 여행은 동생이 있는 도쿄로 하필 광복절에 출발하게 되었다. 이렇게 적고는 있지만 사실 별 생각없이 일정이 잡혀버린게 사실이기도 하지만. 원래 전날인 14일에는 좀 일찍 들어와서 짐도 싸고 준비도 좀 하고 할 생각이었는데 어쩌다보니 무지막지 집에 늦게 들어와 버렸더랬다. 결국 15일 아침에는 평소 출근하던 시간에 일어나서 대강 옷가지와 짐을 꾸려서 비교적 부랴부랴 여행길에 오르게 되었더랬다. 그러고보니 작년에 오사카 가던 날도 퇴근해서 집으로 러시한 후 긴급히 짐을 꾸려 다시 광화문으로 나갔더랬지...

 6월 하순 이후 계속되고 있는 잔뜩 흐린 하늘을 올려다 보며 우산도 하나 챙기고는, 부모님께 하직인사를 하고 김포공항으로 출발했다. 지하철로 가려면 무척 긴 길이지만, 벽제에서 85번 좌석버스를 타면 비교적 편하게 갈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제서야 개념을 잡았지만, 인천-나리타 라는 깨끗하고 거대한 공항을 이용하면 시간과 돈도 럭셔리하게 깨지는 반면 김포-하네다 노선을 이용하면 옆집 동네공항 같은 아늑하고 포근한 분위기와 함께 시간절약도 할 수 있더라. 언젠가 누군가가 외국 나갔다 와보면 김포공항이 얼마나 작고 꾀죄죄한가 알 수 있다고 했었는데, 어차피 여행의 관문 역할인 공항이 좀 작고 꾀죄죄하면 어떠랴. 가깝고 빠르면 좋은 거지. 그런 말을 들을 정도로 허접한 공항도 아니고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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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내 2시간이 지나 룸을 나와 곳찡의 휴대전화 쿠폰을 이용하여 저렴하게 계산을 치르고, 길을 거슬러 올라와 신주쿠 동구에서 맡쨩, 곳찡(합쳐서 두권이라고도 한다..)과 작별을 고하고 동생과 함께 얼마간 길을 걸어 지하철을 타고 동생의 아파트로 향했다. 오피스 거리 한가운데 위치한 작은 아파트에 도착해서 샤워를 마친 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마시는 맥주의 맛을 무엇에 비기랴.... 비슷한 취향의 노래를 들으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밤이 깊어 다음날 출근해야 하는 동생에게서 다음날의 추천 관광 스팟과 교통편을 소개받고 잠자리에 들었다. 조금은 더운 느낌이었지만, 피곤을 수면제삼아 금세 깊게 잠들 수 있었다. 거의 꼭 1년만의 일본행 첫날은, 무척 덥고 피곤했지만 반가운 얼굴들을 잔뜩 만났던 즐거운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