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kishen의 기억 제4막 - 색선희준 블로그

1. 헬싱 9권 번역

 헬싱 8권은 일판을 샀었는데, 9권은 발매 소식 자체를 너무 늦게 알아버려서 정식발매판을 샀다. 내용 자체야 변함없이 히라노 코타 식의 스타일리시와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는 전개였기에 재미있게 보았지만, 아무래도 번역의 질이 아쉽다.

 번역 자체는 충실하고 문장 전개에 그닥 흠잡을 곳이 없었고, 십덕이 아닌 다음에야 다 알아들을 수 없는 각종 덕후 용어를 친절하게 주석을 달아가며 설명을 해 두었기에 이 책 한 권을 정독함으로써 최근 유행하는 오덕물들을 학습할 수 있는 학습만화로써의 기능을 다 한다 하겠지만....

 대사가 너무 문법적으로 올바르며 선언과 포효조차 예의바르다. 이건 아니지. 물론 개인적으로 훈민정음 덕후라 우리글 우리말을 올바르게 쓰고 번역하는 것을 전폭적으로 지지하지만, 애초에 헬싱이라는 작품은 피분수가 넘쳐흐르고 인체 비례 따위는 중학교 데셍 시간에 버리고 온데다 톤 따위는 쓰지 않고 오로지 펜선과 먹으로 일관하는 그림체의 스타일리시한 폭력물이라는 점이 문제다. 이제까지 번역은 일본어 번역투의 비문이 군데군데 보였지만 그것이 오히려 막나가는 설정의 등장인물들이 가진 매력과 대사를 돋보이게 해주는 효과가 어느 정도 있었는데, 9권의 친절하고 실력있는 정석 번역이 그 감칠맛을 덜하게 한다는 게... 많이 아쉬웠다. 올바른 비속어라는게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극의 상황 자체가 극적인 부분이 많은, 이야기 전체의 절정인 만큼 좀 더 역동감있는 번역이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상황의 이해와 차분한 문장은 확실히 보기 좋았지만.

2. 베토벤 바이러스 끝난 뒤 CF.

 이 드라마를 보고 내 인생의 Role model로 강건우 마에스트로 선생님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 멋진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 오늘 방영된 12회는 여러가지 폭풍이 휘몰아친 덕분에 긴장을 풀지 못하고 숨 한 번 제대로 못 쉬고 집중해서 봤고, 13화 예고편까지 행여 놓칠새라 눈 깜빡이는 걸 자제하며 봤더랬다.

 ....끝나고 CF로 이어지는 호흡조차 짧다고 느낄 정도였는데, 긴장의 끈을 놓기도 전에 어처구니 없는 개그 CF가 나오면 사람이 제대로 웃음을 유발당하기 전에 짜증이 팍 난다. 그게 뭘 광고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이런식이면 곤란하다. 확 안티가 되어버릴까 부다...

 여튼, 힘내라 작건! 꺼져라 두루미!! 사랑해요 강마에 선생님!!! 아자가자 베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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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껏 살아오면서, 새로운 게임용 하드웨어가 발매되었을 때 그 하드웨어를 발매일에 맞추어 바로바로 구매해 본 적이 없다. 게임기의 세대교체는 늘 불안한 수순이었고, 늘 2개 업체 이상의 경쟁이 있었고, 나는 승자의 편에서 게임을 접하고 싶었고, 무엇보다 예나 지금이나 가난하기 때문이다.
2000번과 3000번

shikishen 프습 3호기(위)와 4호기(아래)

2000번이 일본 발매가의 10보다 낮은 가격으로, 세계에서 첫번째던가 두번째로 발매되었던 쾌거에 비해 다소 비싸진 가격(23만원 정도)에 발매된 것이 다소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충분히 일찍 성공적으로 업그라운드를 달성하고 보다 개선된 프습라이프를 이어가게 된 점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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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낮의 태양이 고맙게 느껴지는 건 밤을 비추는 희미한 달빛과 별빛 때문이다. 밤의 어두움을 어슴푸레 밝혀주는 달과 별이 있기에 태양이 밝혀주는 낮의 밝음을 실감하기에.

 추석도 아니고 정월 대보름도 아니지만, 둥글고 둥근 달은 오늘 밤 떠올라 어둡고 스산한 공기를 밝혀주고 있다. 밤이슬이 내리는 시간에 밖에 나가 어두운 하늘을 올려다 보니 묘하게 밝은 달빛에 잠시 감상에 빠졌더랬다.

 달은 치사하게도, 낮을 피해 저녁에 얼굴을 내밀고 밤하늘을 달린다. 그럼으로 자신의 밝지 못한 빛을 은빛으로 뿌리며 스스로를 뽐낸다. 사실은 지평선 너머에서 달리고 있는 금빛 태양을 비춰내고 있을 뿐이면서도.

 사람은, 자신을 표현해야 한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아무것도 표현하지 않으면 속을 알 수가 없다. 배고픈지, 졸린지, 괴로운지, 죽고 싶은지. 아기는 울음소리와 투정 만으로 자신을 표현하다 보니 미숙한 부모에게 짜증과 피곤을 안긴다. 어린이는 성숙하지 못한 어휘와 몸동작으로 자신을 표현하다보니 때로는 귀엽지만 때로는 개념이 없어 쥐어박아 주고 싶어진다. 뭐, 정신적으로 어린 사람들이 늘어나서 넷상에서 세상이 제것인양 날뛰고 다니다 한 순간에 몰락하는 종자들도 왕왕 눈에 띄고.

 미술은, 음악은, 체육은, 뭔가 다른 차원의 표현이다. 단순한 오락과 즐거움에서 전혀 다른 차원의 행복과 절망까지도 아우르고 표현해 낸다. 그 표현에 자기 자신을 실어내는 것, 그리고 자신을 알리고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감정, 욕구, 의미, 의지, 힘을 전하는 것. 말 한마디와 조용한 손길 하나로도 충분히 전할 수 있는 감정도 있지만, 단순하고 확고한 의지일수록 다른 차원의 형식을 빌리면 보다 넓고 깊고 크게 전달할 수 있다. 그리고 세상은 좀 더 밝은 표현으로 넘실 거릴 수 있을 것이다.

 어두운 밤하늘을, 어두웠던 중세를, 어두웠던 십수년전 과거를 비추던 것은 달빛... 표현이었다. 미약하지만 어둠을 비추던 달빛처럼 자유와 발전을 희망하는 사람들의 표현, 옳지 않은 통치에 저항하여 다양성과 올바름을 소리지르던 표현. 그러한 표현의 역사를 지나 우리는 지금 또 밤하늘을 기고 걷고 달리고 날아간다.

 그러니까, 되먹지 못한 교육으로 억제되어 있던 의지를, 덜자란 말과 몸짓으로 표현하는 수준으로 다른 사람들을 상처주는 것은 이제 그만 두어야 한다. 밝고 긍정적인 표현으로 나의 의지를, 나의 마음을, 나의 위로를, 나의 힘을, 전해 나가고 밝혀 나가야 한다. 그것이 이미 몇천년 전에 고대인들이 정신적인 유희를 통해 희구했고 정의했던 것이 아닐까. 이 고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서투른 헛똑똑이가 될 것을 강요받은 우리가 놓치고 있는 촌스럽고 쪽팔리게 느끼고 있는 자신의 표현.

 선율과, 몸짓과, 색채와, 문장을 즐기고 느끼고 표현하고 솔직하게 다루고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좀 더 희구해야만 할 영역이고 차원이고 희망이 아닐까. 차가운 밤하늘을 비춰내는 금빛이 되지 못한 은빛을 뿜어내는 휘영청 밝은 달이, 문득 그런 이야기를 걸어오는 착각에 빠졌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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