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kishen의 기억 제4막 - 색선희준 블로그

1. 건담 배틀 유니버스

 몇 달 전엔가...월급날 신도림텤노한우리에 갔다가 생각없이 질렀던 정발판. 제법 오랜 시간이 지나 플레이타임 55시간을 돌파. 전세력 S랭크 이상 클려를 달성하고, 빅타겟미션-하이퍼보스배틀 미션 올클려를 눈 앞에 두고 있는 중. 이런 짓을 하는 이유는

- 올드타입 파일럿의 뉴타입 전용기 탑승(달성)
- 전기체 해금(달성)
- 전미션 오픈, 클려(달성)
- 전캐릭터 성장 제한 해금(달성)
- 전기체 성장 제한 해금(미달성 - 빅타겟미션/하이퍼보스배틀미션을 올 클려 해야함)

정도인데, 충분히 그렇게 즐길만큼 게임의 구성이 알차고 재미있다. 전 시대에 걸쳐 등장하는 동일한 지형의 다른 지역은...그냥 그러려니 생각해 주자. 음. 그나저나, RPG 게임을 할 때 특히 느끼는 거지만, 최강 유닛, 최강 무기. 최강 조건, 만랩을 찍어서 무엇이든 해치울 수 있는 강자가 되고나면 게임에 질리기 시작한다.... 아마 주말 중 남은 과제를 달성하고 봉인할 듯. 우주세기 건담을 좋아하고 스테이지에 랭크 개념이 있는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강력 추천. 사쿠, 사무, 속성 바위를 던져대는 도안 전용 자쿠, 권법의 달인 하비 하이잭, 윙제커를 패러디하는 화이트 제타를 보는 재미도 쏠쏠.

2. 록맨9

....닥터 윌리 성 4 스테이지를 넘지 못해 좌절 중... 이삿짐 속에 PS3가 봉인 중이라 못하고 있는 중... 목표는 올해 안에 클려하는 건데... 가능하려나...

3. 스트리트 파이터 4

 최근 집-회사-가끔 술집이라는 패턴을 탈피하여 건전한 학생처럼 집-학교-오락실을 찍는 중. 스파4의 감각을 조금씩 몸에 익혀, 그럭저럭 블랑카로는 자신감이 붙은 편. 이제 류나 춘리, 달심 정도를 익히고 싶은데 한 크레딧에 300원이라는 금액이 좀... 이기기만 한다면야 관계없지만 그게 말처럼 쉽나요... 언능 플3나 한바쿠로 이식되어서 집에서 편하게 연습좀 했으면 싶다. 아마 나온다면 플3로 사겠지만.

4. DJMAX 클콰/테크니카

 클레이콰이 에디션은 정신차려보니 발매일에 일반판을 구입하여 클럽투어 모드 깔짝 건드려보고 건배유 막판을 달리는 중... 프습 3000번과 더불어 전에 없던 이런저런 버그 때문에 욕을 좀 먹는 듯 하지만, 이제껏 그래왔듯 게임 깔끔하고 인스톨 기능 지원으로 로딩 줄고 신곡들 좋고 해서 불만 없음. 3만 8천원 주고 사서 38만원 어치 이상은 즐길 생각을 하니 돈 번 느낌.
 
 테크니카는 오늘 퇴근길에 오락실에 들러보니 스파 플레이어는 하나도 없고 대신 테크니카가 들어와 있더라. 옆에 있던 큰 북의 병신-태고 싫어함. 취향이니 존중해 주시죠?-이나 드럼매냐./기타프릭스와는 격을 달리하는 고해상도 모니터와 깔끔한 기체, 빵빵한 사운드가 확실히 튀더라. 게임성은 게임 리뷰를 봤을 땐 NDS의 응원단 같지 않을까 싶었지만 결국 표현 방식이 조금 다른 비트매니아-이집트디제이-디맥과 궤를 같이 하는 게임이더라. 확실히 조작 방법이 바뀌면서 독특한 매력이 생긴 것도 확실한 듯. 요금은 현재 500원이고, 카드 및 인터넷 랭킹에 대응하는 듯. 일본 오락실에서는 어지간한 신작들은 인터넷 랭킹, 접속, 카드 시스템이 기본인게 부러웠는데 테크니카가 그 시작을 열어줄까하는 기대가 앞선다. ...문제는 빡세게 연습하기엔 요금과 시간, 장소의 압박이 클 것 같은 불길한 예감...

실향민

이야기2008. 10. 28. 22:40

고향이 그리워도 못 가는 신세인 분들이 아직 많은 대한민국에서, 재개발로 인해 오랫동안 살아온 동네에서 쫓겨난 사람들은 실향민이라고 말하긴 거창하긴 하지만... 그래도 지금 내 기분을 굳이 말로 표현하자면 실향민이라는 말이 딱 적절하다고 본다.

 휴전선 너머 이북이 고향인 우리 아부지도 그렇고, 결국 고향에 다시 찾아가보지 못하고 돌아가신 우리 할머니... 그 분들의 자식인 나도 비슷한 감상을 겪는게 어색한 것은 끼워맞춘 아이러니일지도 모르겠지만, 25년간 살아온 집을 떠나면서 짐을 쉽게 꺼내기 위해 약간의 파괴를 자행한 것이 독하게 맘먹고 연을 끊어내는 행동이었던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가마성운에서 온 침략자 케로로 중사의 일갈에 따르면 버리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했던가. 질러두고 한동안은 즐기고 가까이 두었던 것들을 막상 움직여야할 순간이 되자 주저없이 던져버리는 자신을 발견했을 땐 스스로에게 경악하기도 했고, 꺼내도꺼내도 나오는 미개봉 건프라 박스에는 다른 의미로 질려버리기도 했다.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던 아이템들이 과연 격언 그대로 여기저기서 기어나왔고, 나름 손 닿는 곳에 잘 두었던 물건들은 냉정한 가치판단에 의해 방바닥을 굴렀다. 그 순간적인 가치판단이 나중에 어떤 감상으로 다가올런지는 알 수 없지만, 스스로의 그런 모습에 많은 반성을 하던 순간이 이어졌더랬다.

 움직이는 걸 싫어하고 변화를 달가워하지 않으며 이사라는 행위에 익숙하지 않다보니 지금도 마음이 영 안정되지 않는다. 눈 감고도 찾아갈 수 있을 것 같은 익숙한 풍경은 이제 찾아갈 일 없는 곳이 되었고, 그곳의 하늘에 떠오르던 오리온 자리도, 봄이 되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던 앵두꽃도, 가을이 깊어지면 구린내와 함께 떨어져 내리던 은행 열매들도, 해캄과 이끼가 잔뜩 끼었지만 고맙게도 샘 솟았던 우물물도, 귀가와 함께 닫던 안채의 나무 대문도, 그리고 온갖 덕후아이템들이 내려다 보던 내 방의 내 이부자리도, 이젠 다시 만날 수 없는 추억 속의 풍경으로만 남게 되어 버렸다.

 매 순간 살아가는 일각의 시간이 모두 곧 과거로 화하고, 그 과거를 딛고 밟으며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지만, 사람의 생활을 지배하던 환경의 침강을 그저 잊어야할 과거로만 돌리기엔 너무 많은 기억과 추억과 상념이 그 풍경안에, 그 환경안에 있다.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나는 또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여 살아가겠지만, 그 때가 올 때까지 좀 방황해야 할 것 같다. 살던 집을 뒤로하고 몇 번이고 뒤를 돌아보며 어둠 속의 풍경이 되는 것을 바라보았던 며칠 전의 시간이, 차라리 소중했던 것만 같은 이 기분을 끌어안은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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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헬싱 9권 번역

 헬싱 8권은 일판을 샀었는데, 9권은 발매 소식 자체를 너무 늦게 알아버려서 정식발매판을 샀다. 내용 자체야 변함없이 히라노 코타 식의 스타일리시와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는 전개였기에 재미있게 보았지만, 아무래도 번역의 질이 아쉽다.

 번역 자체는 충실하고 문장 전개에 그닥 흠잡을 곳이 없었고, 십덕이 아닌 다음에야 다 알아들을 수 없는 각종 덕후 용어를 친절하게 주석을 달아가며 설명을 해 두었기에 이 책 한 권을 정독함으로써 최근 유행하는 오덕물들을 학습할 수 있는 학습만화로써의 기능을 다 한다 하겠지만....

 대사가 너무 문법적으로 올바르며 선언과 포효조차 예의바르다. 이건 아니지. 물론 개인적으로 훈민정음 덕후라 우리글 우리말을 올바르게 쓰고 번역하는 것을 전폭적으로 지지하지만, 애초에 헬싱이라는 작품은 피분수가 넘쳐흐르고 인체 비례 따위는 중학교 데셍 시간에 버리고 온데다 톤 따위는 쓰지 않고 오로지 펜선과 먹으로 일관하는 그림체의 스타일리시한 폭력물이라는 점이 문제다. 이제까지 번역은 일본어 번역투의 비문이 군데군데 보였지만 그것이 오히려 막나가는 설정의 등장인물들이 가진 매력과 대사를 돋보이게 해주는 효과가 어느 정도 있었는데, 9권의 친절하고 실력있는 정석 번역이 그 감칠맛을 덜하게 한다는 게... 많이 아쉬웠다. 올바른 비속어라는게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극의 상황 자체가 극적인 부분이 많은, 이야기 전체의 절정인 만큼 좀 더 역동감있는 번역이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상황의 이해와 차분한 문장은 확실히 보기 좋았지만.

2. 베토벤 바이러스 끝난 뒤 CF.

 이 드라마를 보고 내 인생의 Role model로 강건우 마에스트로 선생님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 멋진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 오늘 방영된 12회는 여러가지 폭풍이 휘몰아친 덕분에 긴장을 풀지 못하고 숨 한 번 제대로 못 쉬고 집중해서 봤고, 13화 예고편까지 행여 놓칠새라 눈 깜빡이는 걸 자제하며 봤더랬다.

 ....끝나고 CF로 이어지는 호흡조차 짧다고 느낄 정도였는데, 긴장의 끈을 놓기도 전에 어처구니 없는 개그 CF가 나오면 사람이 제대로 웃음을 유발당하기 전에 짜증이 팍 난다. 그게 뭘 광고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이런식이면 곤란하다. 확 안티가 되어버릴까 부다...

 여튼, 힘내라 작건! 꺼져라 두루미!! 사랑해요 강마에 선생님!!! 아자가자 베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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