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kishen의 기억 제4막 - 색선희준 블로그

휴케..가 아니라 휘케바인 마크3 박스

한때 모종의 이유로, 존재자체를 말소 당했던 흉조(凶鳥) 휴케바인 시리즈. 아는 사람이 봐도 건담이잖아... 싶은 그 외형 탓에 불운한 역사를 맞이했다가, 또 최근들어 모종의 이유를 만든 것 같은 메이커로부터 정식으로 프라모델이 다시 나오기 시작한, 기묘한 운명의 휴케바인 시리즈 프라모델 최신작. 한국에도 정식 발매가 되면서, 일본어 표기에서 가져왔던 '휴케바인'이 아니라 독일어 U움라우트 발음을 반영한 '휘케바인'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앞으로는 정식 한글판이 나오게 되면 휘케바인으로 정착하려나. 그러고보니 슈퍼로봇대전 30에 등장한 기체는 '휘케바인 30'이었던 것 같기도.

정면에서
살짝 옆에서
등짝
휘케바인 마크3였습니다.

리뷰..라고 하기에는 사진을 대충 찍었는데, 좋아하는 기체이긴 하지만 그리 멀지 않은 과거에 휴케바인 마크3를 만든 적이 있어서 그런가 감흥이 크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 이 제품은 한정판이 아니지만 근래 반다이 프라모델들이 그렇듯 한 번 품절되면 재생산까지 시간이 제법 걸리는 관계로 은근 구하기도 힘들고, 가격대도 비슷한 퀄리티의 건프라보다는 조금 높은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있다. 

https://youtu.be/x0TjtpU9Jrc?si=GG1QvuV6V5MZ2MDA

휘케바인 Mk-3 주제곡 에이스 어태커 라이브

제품의 퀄리티는 근래에 반다이에서 발매되는 HG 등급의 준수한 프라모델 그 자체라고 할 수 있고, 건담은 아니지만 누가 봐도 건담같은 외형 덕분에 멋지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동체의 여러 색분할을 고토부키야의 것보다 깔끔하고 쉽게 재현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슈퍼로봇대전 OG 에 관심이 있거나, 스토리나 설정을 몰라도 늘씬한 건담이 좋다거나, 퀄리티 좋은 HG 프라모델을 하나 만들어보고 싶은 분에게 추천할만한 킷. 

신품 상태 표지
특별부록은 엽서

기동전사 건담 애니메이션 시리즈 중에서도, 기동전사 건담 시리즈 전체를 통틀어서도 상당히 높은 인기를 갖고 있는 '0083' 의 코믹스 시리즈인 '건담 0083 리벨리온'. 2022년에 '본편' 완결인 16권까지 번역본이 정식발매가 되었고, 개인적으로는 이 본편 완결로 국내 정발은 종결되겠구나... 하고 예상했더랬다. 일판 17권을 본 건 아니었지만, 17~18권은 '코우 우라키'의 이야기가 아닌 다른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한민국에서 건담 시리즈의 코믹스 정식발매는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여러 건담 코믹스 정식발매의 결과가 보여주기도 했기에, 본편 완결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17권 첫페이지
18권 첫페이지

그러던 것이, 17~18권 2권이 마저 정식발매가 이뤄질 것이라는 소식을 접했고 2024년 4월, 정식발매된 2권을 받아볼 수 있었다. 듣던대로, 이 두 권은 0083의 등장인물 중 '알비온' 소속이던 '불사신 제4소대' 3인방의 이야기이다. 그 중에서도, 사실상 애니메이션 상에서 아군 밉상 1위를 고르라면 많은 이들이 고를 것 같은 '몬시아'가 주역인 이야기 되겠다. 경박하고 여자를 밝히며 실력은 있지만 세치 혀로 평가를 깎아먹는 대표적인 밉상인 몬시아가 살아돌아온 애너벨 가토를 둘러싼 소동을 그려내고 있으며, 소동의 전말이 깔끔하게 두 권으로 마무리되는 후일담이라고 하겠다. 몰라도 그만인 이야기이고, 공식설정에 반영이 되어도 그만이고 아니어도 그만인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지만, 작가가 그려낸 몬시아와 불사신 제4소대의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한 번 쯤 봐어 손해날 이야기는 아니라고도 하겠다.

총 18권 완결에 대한 작가의 후기.

작품 외적으로는 오타가 몇 군데 눈에 띈다는 점이 좀 아쉽다고 하겠다. QC에 대한 시간이나 인력이 부족했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발매해 준 것만으로 감사해야 하는 현실적인 사정과는 별개로 몇몇 오타들이 살짝 신경이 쓰이기는 하는 수준이라 하지 않을 수도 없겠다. 어쨌거나, 척박한 한국 시장에서 18권이라는 긴 이야기를 마지막까지 뚝심있게 발매해 준 출판사에게는 감사를. 그리고 또 다른 건담 관련 코믹스를 정식 발매 한글판으로 만나볼 수 있기를.

오랫만에 가는 레트롤링

코로나의 시작과 함께 다시금 눈을 뜨게 된 레트로게임 라이프. 사실 게임 자체는 최신 게임 위주로 즐기고 있지만, 어째 시간과 돈에 여유가 생기면 흘러간 게임과 흘러간 아이템을 뒤적거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어째서 이런 성향의 인간이 된 것인지는 도대체 모르겠지만.. 원래 이렇게 생겨먹은 인간인거겠지. 아무튼, 2022년에 처음 레트롤링 이라는 행사를 가보고 나서, 할 때마다 가보고는 싶었지만, 2023년에는 전혀 레트롤링에 참여를 해보지 못했더랬다. 개인 일정도 생기고 날씨도 안도와주고 어쩌고저쩌고... 

자쿠 피규어는 처음 보는 물건.. 죠니자쿠는 동행인이 겟!
나이트건담 2종이 참 땡겼지만...
역시 좀 고민했던 훼밀리판 나이트건담 이야기

그러다, 다행히 날씨와 일정이 도와준 2024년 4월 첫번째 토요일. 아침부터 집안일을 얼추 마치고나서 서대문으로 향했다. 살짝 트러블은 있었지만, 너무 늦지 않게 도착해서 아는 노래들이 계속해서 울려퍼지는 레트롤링 행사장을 쭉 둘러보았다.

처음보는 카피프라
쵸로Q가 아닐까.. 싶은 세미나의 카피품
한참 고민했던 엑박원. 패드포함 5만원!

어쩌다보니 행사장 전경을 찍은게 없는데... 비교적 좁아보이는 행사장이었지만, 알차게 구성된 느낌의 매대들이 들어차 있었다. 나는 1시가 좀 못되어 회장에 들어섰는데, 이미 많은 사람들이 매장을 둘러보며 행사를 즐기고 있었다. 2년 전에 갔던 녹번동보다 행사장은 좁았지만, 오히려 집중되는 느낌이 있어 썩 괜찮게 느껴졌다. 

별로 없었지만, BB전사도 있긴 있었다.
구판 대형 다이탄3.. 탐나긴 했지만...

매대가 아주 많지는 않았지만, 함께 방문한 지인과 이런저런 이야기들과 수많은 게임 소프트를 둘러보며 뭔가를 발견하면 그 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꽤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매대를 몇 번이고 돌고 돌며 아 이거 땡긴다.. 하는 걸 찜해놓고 몇 번 돌다 오면 찜해놓은 게임이 사라져 있고... 그걸 또 아쉬움과 안도감이 뒤섞인 감정으로 돌아서기도 하면서 오후 3시에 예정되어 있던 게임대회에 참가했다.

게임 대회 준비중
대진표. 1시합이었다...
대회 결과. 나와 붙은 분이 4강 진출자였다..

대회 종목은 버추어 파이터2 ( PS3 버전)였는데, 참가비는 1천원이었다. 사실 매대를 둘러보다가 접수시간에 늦은 것 같아 구경만 하려고 했는데, 2자리가 남았다는 주최자 후니님의 안내를 듣고 추가로 등록할 수 있었다. 내 실력을 너무나 잘 알기에 완전히 재미삼아 참여하긴 했지만... 처참하게 1회전 탈락을 하고.. 쓰린 속을 달래려 점심을 먹으러 이동했다.

강남면옥의 회냉면
만두도 맛있다
일단 지름품은 요정도

점심은 돈의문 맞은편 길건너에 있는 강남면옥 이었는데, 지인분이 냉면에 엄격한 분이라 소개를 받아 안심하고 주문을 했다. 많이 맵지 않고, 그렇다고 설탕맛만 나지 않는 꽤 근사한 회냉면이었다. 지름품은 그럭저럭 마음이 동하는 것들로 질렀는데, 늘 그렇지만 지나서 생각해보면 아 그거 살걸.. 아 저도 살걸.. 하는 아쉬움이... 남아야 하는데, 경매에서 낙찰받은 품목으로 그 목마름을 달랬더랬다.

패미컴 컬러로 튜닝한 슈퍼패미컴
꽤나 신기한 모니터

컬러를 튜닝한 컨트롤러와 슈퍼패미컴 세트였는데, 심지어 전원을 USB 케이블로 개조해놔서... 휴대용 배터리로도 구동될 수 있는 멋진 제품이었다. 게다가 카트리지 슬롯에 꽂는 타입의 모니터와 그 모니터 위에 슈퍼패미컴 소프트를 꽂으면 동작하는 재미있는 모니터까지 붙어있었다. 요건 기회가 되면 별도의 포스트로 올려볼까 싶고.

마음 같아서는 더 늦게 까지, 완전히 철수할 때까지 행사를 즐기고 싶었지만 만족을 알아야 어른이다...하는 생각으로 귀로에 올랐다. 돌아오는 길의 버스에는 사람도 많고 그래서 덥기도 했지만, 즐거운 하루를 보내고 돌아가는 길은 즐겁기만 했다. 다음 행하는 과연 레트로 장터일까, 다음 레트롤링일까. 아니면 또 다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