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kishen의 기억 제4막 - 색선희준 블로그

트리무이 박스

2024년 현재, 중국의 거대 상품판매 사이트 '알리 익스프레스'에서 큰 판매 지분을 갖고 있다고 일컬어지는 휴대용 에뮬게임기. 쉽게 에뮬게임기라곤 하지만, 휴대하기 쉽고, 관리하기 편하며, 직관적으로 수많은 각종 고전 게임들을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기이고... 이러한 종류가 대단히 많다. 그 중, 가성비가 무척 좋다고 알려진 이 '트리무이'를 만져볼 기회가 있어서, 슬쩍 들여보게 되었다.

요즘 나오는 수많은 에뮬게임기들이 꽤나 그럴듯한 박스 포장과 패키지 형태를 갖고 있다고 하던데, 과연 그럴 듯한 팍스와 만듦새를 보여준다. 박스 내의 구성품은 기기와 C타입 USB 케이블, 설명서 정도이며 파우치가 추가로 따라오는 것 같다. 전용 OS는 레트로아크를 기반으로 한 것 같은데, PS1과 PSP는 PPSSPP를 사용하고 있다. 당연히, 레트로아크가 갖고 있는 장점과 단점을 모두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드림캐스트까지 사용할 수 있다고는 하는데, 실제로 구동해보면 되기는 된다...는 수준부터, 의외로 괜찮은 게임도 있고 해서 어떤 게임을 좋아하는가에 따라 좋거나 나쁘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PS1 까지는 무난한 것 같은데, 당연히 인풋렉이 있어서 리듬액션 게임의 원활한 플레이는 불가능하다고 하겠다.

기본 OS 구동화면

원래 이렇게 들어있는 건지, 전 주인이 어느 정도 만져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들고 다니면서 가볍게 고전게임을 한두판 즐기기에는 꽤 괜찮은 게임기...라고 생각한다. 물론, 더 비싸고 더 좋은 성능의 게임기들도 많이 있고, 닌텐도 스위치로 최신 게임을 즐기기에도 시간이 없다면 무의미한 기기일 수도 있겠지만... 한 번 쯤 만져보기에는 재미있다고 할 수 있는 기기 ..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그런 기분이나 마음으로 이런저런 에뮬게임기를 선택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런데, 이런 기기들 이렇게 판매하고 하는거.. 괜찮은 건가...?

두 책의 표지
두 책의 등짝

어느 카페에서 차를 주문하고 잠시 기다리느라 빈 테이블에 앉았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기는 오히려 지루했고, 유리로 된 벽 너머로 보이는 풍경은 다소 삭막하다고 느껴질만큼 지루했다. 지루하디 지루한 짧은 시간을 견디는 것은, 불혹을 넘긴 나이에도 은근히 괴롭다. 심심하고 지루한 시간을 괴롭다고 느끼는 것은 스마트폰 중독인 걸까 아닐까. 무슨 영문인지 나보다 나이가 많아 보이는 여성분이 가득한 카페를 휘 둘러보고, 뭔가 집중할 거리가 없나 찾아보니 내 등 뒤의 벽면에 가지런이 꽂혀있는 두 권의 양장본이 보였다. 그게, 여기 올려보는 '내 사랑의 해답' 과 '내 인생의 해답' 이다.

무거운 하드커버에 무지막지해 보이는 페이지가 흥미를 끌었고, 꼭 닮은 제목까지도 뭔가 흥미로워 책을 펼쳐보니... 이건 종이 낭비가 아닌가 싶어질 정도로 내용이 없었다. 수많은 페이지를 훌훌 넘겨보아도 도통 같은 내용. 왼쪽에는 각 책의 상징인 마크 (사랑의 경우 하트)가, 오른쪽에는 짧은 한 줄의 문장이 씌여있을 뿐이었다. 뭐 이런 책이 다있나 하고 페이지를 뒤적거리니, 책의 사용법이 씌여있는 페이지가 있었다. 쉽게 말하자면, 무작위 운세뽑기 같은 느낌이랄까..

사진으로 남겨둔 페이지를 보면 알겠지만, 대체로 저런 식의 문장이 다양하게 적혀있다. 페이지가 많다고 한 만큼, 수많은 문장들이 한 줄 씩 남겨져 있다. 사용법에 씌여진 것처럼 혼자서 진지하게 고민을 하며 짧은 한마디의 조언이 필요할 때에는, 가끔 생각을 한숨 거들어 줄 수 있는 책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다. 쿨병에 걸린 쿨병 환자들이라면 그냥 집어던지며 나무야 미안해..를 외칠지도 모르겠지만. 요샛말로는 F를 위한 책이고 T에게는 무의미한 책이...이라고 하면 맞으려나.

그렇게 사진을 찍고 페이지를 몇 장 넘기고 있으려니, 조금 전 받았던 영수증에 적혀있던 번호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책을 책꽂이에 되돌리고, 커피를 받고 카페문을 열며 생각했다. 포스트 남겨야지, 히히.

포켓몬스터 화이트 한정판..?
전체적으로 전투용..
세월감있는 중고 그 자체

일전에 DSi 의 일판 박스셋을 구하게 되어 포스트를 남긴 적이 있는데, 이번에는 또 어쩌다보니 정발 화이트 한정판을 구하게 되었다. 박스도 충전기도 없는 알셋 중고긴 하지만. 그때도 방출을 하니 마니 했던 기억이 있는데, 정신차려보니  또 뭔가 긁어모으고 있다. 슬슬 정신 좀 차려야 할텐데... 개가 똥을 끊지. 아무튼.

일반판 블랙과 비교
등짝. 정발과 일판의 차이가 보인다.
전원을 넣어보았다.
이렇게 보니 언어차이가 좀 신선한 것 같기도...

프로텍터도 없이 알셋으로 열심히 굴린 흔적이 남아있는 기기다 보니 살짝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현역 시절에 관심도 두지 않던 기기다 보니 새삼 만져보는게 좀 신기하기도 하다. 이 DSi를 실제로 몇 번이나 해볼까 싶긴 하지만, 어쨌거나 한정판 기기 본체라는 건 항상 뭔가 형언하기 힘든 매력이 있다...라고 생각해도 되겠지...

프로텍터 케이스를 씌워주었다.

DSi는 3DS 처럼 국가 코드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소프트웨어가 북미판이건 유럽판이건 아시아판이건 가리지 않고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 ...그래서 국내에 정발되지 않은 DSiLL 이 더욱 각광받는 것이겠지만서도. 부피도 줄일겸, DSi 기기는 요것 하나만 남기고 일판 블랙 박스셋은 처분하는 방향으로 해야겠다...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