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에 라멘, 합정
어느 더운 날, 친한 형님의 부름을 받고 날아가 본 합정역의 어느 라멘집. 라멘이라고 하면 대한민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동꼬쓰'가 먼저 떠오르긴 하지만, 언젠가부터는 시오나 쇼유, 닭고기 국물 (도리빠이땅?) 도 꽤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다. 물론 맛있게 하는 집이라는 전제하에. 그런데, 이 날 가 본 이 '이리에 라멘'은 무려 '도미 국물'을 사용한다고 했다. ...라멘 국물이 생선베이스라니... 이거 또 공부가 되겠군...
개인적으로 비린내를 잘 못견디는지라, 약간 두려움이 든 것도 사실이었지만 항상 새로운 도전은 두려운 법. 메뉴를 보고 맑은 도미시오라멘을 시켜보았다. 이 곳을 소개해 준 형님은 먹을 때 비린 느낌이 있는 것 같기도 했지만, 잠들기 전에 그 향이 계속 생각나서 또 오고 싶었다고 할 정도였다고. 라멘을 주문하고 내 것을 먹기 전에 형님이 주문한 진한 국물을 한 입 먹어보니, 나에게는 살짝 버거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흰살 생선을 푹 고아낸 곰국의 느낌도 있어서 뭔가 건강한 한식같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고. 다행히, 맑은 국물 쪽은 부담없이 먹을 수 있는 수준이었고, 고소한 감칠맛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추가로 주문할 수 있는 청양고추를 곁들였더니 더더욱 부담없이 먹을 수 있는 훌륭한 국물이 되어 주었다.
국물까지 완식을 하고 나니 배가 불러서, 합정에서 홍대까지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오락실을 오랫만에 들러보기도 하면서 살짝 나들이를 해 보니... 한때 나와바리였던 합정-홍대는 이제 내 나이의 노땅들이 함부로 거닐기는 눈치가 보일 정도로 젊은 친구들의 장소라는 느낌이 들기도 하더라. 세월이란 참....
그나저나 근래 들어 일본식 식당이나 술집이 번화가에 꽤나 늘어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겉보기에 일본 느낌이 팍팍 드는 수준을 넘어서, 한국 땅에 있으면 안될 것 같은 수준의 인테리어를 시도하는 경우들도 있어서 눈쌀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가 있기도 하지만, 여기처럼 음식도 괜찮고 두루 만족스러운 곳들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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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네 살, 다니구치 지로(2004, 샘터)
다니구치 지로. 지금은 고인이 된 일본의 만화가로, 이 책이 국내에 정식발간되었던 2004년에는 '고독한 미식가'가 소개되기 전이라, 이 책은 그저 일본 극화풍 만화의 거장이 그린 걸작 단편..이라는 분위기로 소개되고 있다. 책의 페이지를 열면 작가와 작품에 대한 평가와 추천의 글이 서문으로 추가되어 있어서 이거 소설인가? 라는 생각을 잠깐 하게 하기도 하고.
두 아이와 아내라는 가정을 짊어진 1998년의 외벌이 가장인 주인공은, 삶에 지쳐 요즘말로 번아웃을 느끼는 중인 중년 남성이다. 어느날 출장지에서 무의식 중에 나고 자랐던 고향마을로 향하게 되고, 거기서 마침 그 날이 모친의 기일이라는 것을 깨닫고 모친의 묘지 앞에 갔다가... 무려 타임슬립을 하게 되어 중학생 시절로 돌아가게 되는 기묘한 경험을 하게 된다. 미래의 기억과 지성을 가지고 있는 주인공은, 기억 깊은 곳에 묻어두었던 소년시절의 과거를 다시 살게 되면서 본인의 기묘하고 우울한 가정사를 되짚어 보게 된다...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2024년을 기준으로, 최근의 만화 작품이나 라이트 노벨 등의 작품들에서 타임슬립은 호쾌한 복수물이나 소위 말하는 사이다물이 되기 마련인데, 90년대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너무 잔잔하지 않은가... 싶을 정도로 주인공이 하는 행동이 파격적이거나 과거를 바꿔가거나 하지 않는다. 특히, 자신의 행동이 미래를 바꾸게 되는 것을 경계하는 부분과 또한 생각없이 미래를 바꿔버릴 수도 있는 언동을 저질러버린다거나 하는 모순적인 행동을 하면서도, 미래의 아이와 아내를 염려하거나 하는 부분은 확실히 삶의 무게를 짊어진 중년 남성의 자각이 분명히 있다는 느낌이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버리고 끝내 만나지 못했던 부친과 잠시 스쳐지나가게 된다거나, 과거에 했던 행동 덕분인 것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마지막 페이지의 사건이 주는 당돌한 결말은, 얼핏 미완으로 마무리된 작품이 아닌가? 하는 첫인상이 있지만 곱씹어 볼 수 있는 여지가 많은, 여운이 가득한 결말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이미 고인이 된 작가이고, 작품이 그려진 시기를 생각해 보면 주인공의 부친이 한 행동에 납득이 가지 않는 것도 아니지만, 주인공의 행동과 주인공의 납득에는 아무래도 쉽게 공감이 가지는 않는다. 아무리 과거에서 새롭게 알게 된 모친과 외조모의 과거를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하지만, 과연 인간이 져야 할 책임과 희구하는 자유를 어떻게 정의내려야 할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울림이 있는 작품이었다. 요즘은 쉽게 만나보기 힘든 그림체와 여운이 남는 작품을 찾는 분에게 조심스럽게 추천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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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전사 건담 MOBILE SUIT ENSEMBLE PART 07
모빌슈트 앙상블 시리즈는 인기가 높다보니 한 번 씩 지나간 라인업을 재판하기도 하는 진귀한 가샤퐁 아이템이다. 여기 소개하는 건 2018년 발매 당시 굳이 다 안모으겠다고 발악하면서 외면했던 건담 mk2 를 뒤늦게 구하려다가... 평화나라에 저렴한 풀셋 매물이 있길래 그만, 에라 모르겠다 하고 그냥 풀셋을 구해버렸다. MS들은 직관적인 구형 앙상블 구조라 어려울게 없는데, G디펜서와 무기세트는 아무래도 설명을 보지 않으면 좀 어려울 수 있으니 공식 조립설명서 웹페이지를 참고합시다. 사실 https://sksn.tistory.com/1123하였고, 2021년도의 7.5에서 색놀이판을 전체 포스팅한 것도 있어서 여기선 간략히 짚고 넘어가는 정도로만 남겨본다.
038 건담 Mk2
에우고 컬러로 희게 도장하고 발칸포드를 두른 마크투..라는, 극중의 바로 그 기체이자 기동전사 Z건담의 초반 주역기. 의외로 ZZ 에까지 등장하는 나름 명기라면 명기인 MS 되겠다. 우리 세대에게는 '아카데미 칸담2'의 추억이 강렬할 수 있지만. 발매된지 6년이 지나가지만, 좋은 조형과 퀄리티를 보여준다고 하겠다.
039 리가지
포르테도, 컨버지도, 앙상블도, 나오기만 하면 어째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하는 리가지. BWS 는 사자비와 동봉으로 발매되는 바람에 귀하신 몸이 되어버렸고, 리가지 소체는 심플하게 멋지긴 한데... 역시 리가지는 리가지랄까, 그런 느낌으로 아쉽다.
040 기라 도가
원래도 그렇지만, 앙상블이 되어서도 참 튼실하고 다부지다는 인상을 주는 네오지온의 양산기 기라도가. 무기세트의 부품을 활용하면 커스텀이나 지휘관기를 재현할 수도 있다. 이 07탄 발매 당시에는 아쉽게로 레즌 전용 파란 도가가 없었지만, 나중에 나온 7.5에서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041 G디펜서
마크투를 수퍼건담으로 만들어 주는 보조형 변신 우주전투기(...). 완전 분해조립을 통해서 마크투에 붙여주면 G플라이어나 수퍼건담을 재현할 수 있는데, 날이 더워서 그런가 연질 부품들이 상당히 헐렁거리는 관계로 이번에는 패스.
042 MS무기세트
MS무기세트라고는 하지만, 마크투와 G디펜서의 결합으로 마크투는 끝, 리가지는 BWS가 한정판으로 가버리는 바람에 뭐가 없고(빔사벨이라도 주지...), 사실상 기라도가만을 위한 옵션 그 자체다. 랑게부르노 포의 볼륨이 굉장해서, 기라도가를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상당히 좋은 옵션이었다. 게다가, 사진에는 없지만 기라도가 커스텀, 기라도가 지휘관기를 재현할 수 있는 머리파츠와 무기가 추가로 들어있다. ...불쌍한 리가지....
포스팅을 안 한 것도 아니고, 나온지 벌써 6년이 되었다는게 놀라운 라인업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건담 Mk2와 G디펜서를 보다보니 그냥 넘어가는 것도 좀 그래서 간단리뷰로 포스트를 남겨본다. 바로 아래에 2024년 8월 최신작이 올라와 있어서 좀 비교되는 구석이 없지 않지만, 이미 파트07 쯤 되면 앙상블의 방향성이 더욱 디테일한 방향으로 가기 시작한지라, 형태적으로는 그다지 뒤지지 않아 보이는 느낌이라 새롭기도 하다. ... 그나저나 아페로토 캐속 이빨 빠진 라인업의 포스트를 채워나가야 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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