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과 무사히 합류하여 들어간 식당은 평소에는 거의 들어갈 일이 없는 나름 제대로 된 레스토랑이었다. 건물 전체가 제법 분위기 있는 식당이었는데, 1층의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런치 메뉴를 판매하고 있길래 들어가 보았더랬다. 동생은 파스타, 나는 이때 아니면 언제 먹어보랴 싶어서 와규 스테이크를 주문했고 사이드로 카라아게(닭튀김)을 주문했다. 동생한테 너무 잘 얻어먹는 것 같아 조금 미안했지만, 관광객으로서 의무를 다한다는 사명감으로(...) 감사히 먹었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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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마치고 동생의 회사 복귀와 다음 행선지인 에비스를 향해 움직이려다가, 잠시 소니빌딩 앞에 공개되어 있던 수족관을 감상하였다. 투명한 수족관 앞뒤로 사람이 많아서 순수하게 생선들만 찍지를 못한게 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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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에게 노선을 물어본 후 다시 전철을 타고 에비스역으로 출발하였다. 도쿄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스팟 중 하나인 내 마음 속 도쿄 풍경의 한 곳이며 이로써 3번째 오는 에비스 역이고, 3번째 가든 플레이스와 3번째 맥주 기념관을 무척무척 기대하고 있었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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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정기 휴관일이 월요일;; 끄아아아악!!! 아침의 지하철, 점심 식당의 휴점에 이은 3번째.... 이게 뭔가요... 결국 함께 맥주를 마시고 노닥거릴 예정이었던 후배 ㅇㅅㄱㅇ와 눈물을 삼키며 합류하고는 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크라우저씨네기시 소이치가 사랑하는 거리 시모키타자와를 가기로 했다. 갈아타고 가는 여정이라 아마 ㅇㅅㄱㅇ 없었으면 쳐울쳐울 했을 듯...
시모키타자와는 많은 지인들이 말렸던 것처럼 홍대나 이대 앞의 옷가게, 빈티지한 액세서리 가게들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닥 좋아할만한 곳이 아닌 것 같았다. 그래도 나름 오락실도 있고 오락실도 있고 오락실도 있고 해서 아주 나쁜 동네만은 아니었다. 문제는, 대략 한바퀴 훑어보고 생각보다 작은 규모와 소문 그대로인 감상에 맥이 풀려 잠시 간식 및 휴식 삼아 미스터 도넛을 들어갔더니 비가 추적추적후두두두 내리더라는 이야기.... 한국의 일기예보도 엉망이지만 신뢰도가 높다는 일본 일기예보도 빗다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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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쇼핑중에 비를 만나 미스도나 오락실로 대피하는 광경이 펼쳐졌는데, 비가 내리기 직전에 자리를 잡은 덕분에 사람들을 바라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국보다는 낫다곤 해도 일본 시장도 불황이라 업계 진출을 노리는 건전하고 의욕적인 한 청년의 취업전선 분투기는 더 눈물겹게 들리는 것 같았다.
제법 긴 시간을 비가 그치길 기다리다가, 우리나라 오락실에선 보지 못한 아케이드판 타츠토코VS캡콤을 잠시 즐겨 보았는데, VS 시리즈가 늘 그렇듯 첫 플레이라도 보스 2단 변신까지는 무난했지만 최종보스 3단 변신 형태에서 허무하게 무너지고 말았더랬다. 세월이 아무리 흐르고 3D가 되어도 류는 류고 춘리는 춘리더라. 흐음. 비가 완전히 그치고 가보지 못했던 시모키타자와 1번가 쪽도 쭉 돌아보고는, 어떡할까 잠시 고민하다가 용과 같이를 떠올리고는 신쥬쿠로 향했다. 매번 들르는 신쥬쿠였지만 조금씩 알아갈수록 뭔가 더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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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쥬쿠에서도 게임센터를 잠시 들렀다가 대전 상대가 없는 캡콤 대전게임기들을 아쉬운 눈으로 보기도 하고, 스트리트 파이터4를 블랑카로 자신있게 플레이하다가 롤링 한번 못 내보고 발리기도 하고 비싸니까 안하리라 다짐했던 전장의 인연(키즈나)에도 들어갔다가 카드를 갱신하기도 하고 참 여러가지를 하다가 저녁식사 삼아 라멘야를 들어갔다. 오랫만에 일본에서 돈코츠를 먹어보기로 하고 시켜보았는데, 기대치가 낮았던 탓인지 원래 맛있는 집인지 참 맛나게 먹었더랬다. 라멘을 먹고 기어이 옐로우 서브마린에서 건담워를 조금 구매한 후 동생과 합류하여 아파트로 돌아왔다. 목적했던 긴자의 구찌 카페 견학과 긴자 유람, 시모키타자와 대탐험, 에비스 맥주기념관 점령은 그럭저럭 발만 담그는 수준으로 돌아봤지만 지금와서 돌이켜보니 나름 즐거운 발걸음들이 아니었나 싶다. 아니 뭐 꼭 건담워를 구매할 수 있어서 좋았다는 이야기만은 아니다. 정말루. 아 진짜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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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의 아파트로 돌아오던 길에, 이제 다음날이면 귀국인데 동생 내외와 치맥 파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전날 아침에 들렀던 켄치에서 치킨을 사고, 바로 옆에 붙어 있던 마트에서 맥주와 카키피를 사서 TV를 보며 조촐한 치맥 파티를 벌렸다. 3박 4일동안 끼친 민폐를 조금이라도 만회해 보고자 했었는데 결국 어느 순간 취기에 잠이 들어버려서 민폐를 가중시키지 않았나 반성반성 중;;
전혀 알람을 듣지 못했지만 내 알람 때문에 새벽잠을 설친 제수씨에게 미안한 마음을 안고 일어난 아침. 동생의 출근길을 눈으로 배웅하고, 조금 여유를 부리며 아침 프로를 이리 슬쩍 저리 슬쩍 돌려보면서 얼마전 종영한 한국 드라마 그바보를 일본 TV에서 해주는 걸 보았다. 보면서 드라마 캐스팅에 대한 이야기와 아쉬운 결과를 남긴 수작 한국판 결혼 못하는 남자에 대한 수다를 좀 떨면서 천천히 외출 준비를 하였다. 8월 막바지에 다다른 태양이 눈을 찌르는 걸 느끼며 아파트를 나서, 언제나처럼 당연히 전철을 타기 위해 타케노츠카역으로 갔다. 이 날은 나름 이동 경로가 조금 복잡했기에 기타센쥬부터 적용되는 프리패스를 사려고 역무원에게 문의를 해 보았는데 역이 돌아가는 분위기가 조금 이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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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보니 인신(人身) 사고가 있었던 것.. 본의 아니게 옆에 서있던 할머니와 인신 사고에 대한 감상을 조금 나누고 기다려 보다가, 온몸을 꽁꽁 싸맨 사람이 들것에 실려 나오는 걸 보고 전철을 포기, 처음으로 버스를 타고 기타신쥬로 향하기로 했다. 이것이 예상했던 모든 일정이 틀어지는 서곡이었다는 걸 이때는 깨닫지 못했다... 버스는 전철역의 사고 탓에 사람도 무척 많았고, 정체도 나름 심했던 탓에 전철로 몇 정거장 안되는 기타신쥬를 무려 1시간에 걸쳐 가고 말았다. 기타신쥬역에 내려보니 상당한 번화가인데다 들어가보고 싶은 가게들도 많이 있었지만 이미 긴자에 도착하고도 남았어야 할 시간에 전철을 타게 되었던지라 그대로 도쿄메트로 지하철로 이동, 히비야 역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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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비야 역에서 내려 동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원래 긴지를 구경한 후 동생과 점심을 먹기로 약속했기 때문이었다. 동생이 근무하는 회사는 긴자, 히비야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라고 한다. 그러고보니, 작년에 동생 결혼 후 찾아왔을 때 히비야역 근처에서 만났던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동생과 통화를 해보니 히비야역과 긴자역은 매우 가까우니 굳이 한 정거장 더 지하철을 타지 말고 걸어갈 것을 권했다. 어차피 전날 오다이바 가던 길에 구매했던 스이카도 아직 금액이 남아있긴 했지만 가깝다는 말에 한 번 걸어가볼까 하고 긴자 방향 출구를 확인한 후 걷기 시작했다.
긴자방향 출구까지는 개찰구에서부터 상당히 긴 통로가 이어져 있었는데,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바다를 소재로 한 그림 전시가 있어서 그걸 보면서 심심하지 않게 걸어갔더랬다. 그림도 초등학생들의 그림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그림들이었고. 히비야 역 출구를 나와 긴자 방향을 바라보니... 얼레? 눈 앞에 긴자 거리가 바로 보이는게 아닌가... 뭔가 해서 긴자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다 지도를 보니 히비야역 긴자 방향 끝 출구와 긴자역 히비야 방향 끝 출구는 지척에 있었더랬다. 상당히 김이 새서는 우선 대각선으로 길을 건너서 구찌 빌딩 앞을 지나가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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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을 받았던 구찌 카페를 들어가보고 싶었지만 시간을 많이 까먹은 관계로 우선 동생이 도착할 때까지 남은 20여분간 슬쩍 돌아보기로 했다. 수많은 브랜드 샾들이 어떤식으로 있는지 궁금하기도 했고. 알마니 빌딩 옆 골목이었나... 에서 뭔가 느낌이 와서 꺾어져 들어가 봤더니 유니클로와 하겐다즈 등의 매장들이 보였고 그러다 런던 카라쿠리 박물관이라는, 입장 무료의 묘한 가게가 있어 호기심에 들어가 보았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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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디자인의 기계 인형들이 전시되어 있던 가게였는데, 100엔을 넣으면 카라쿠리 전용 코인이 몇 개인가 나와서, 그 코인을 투입하면 카라쿠리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즐겨볼 수 있는 구조였다. 그리고 간단한 기념품들도 판매하고 있었고. 100엔을 바꿔볼까 하다가, 마침 가게 안에 있던 다른 관광객이 코인을 바꿔 이것저것 시험해 보았던 덕분에 어떤 것인지 구경하고 박물관을 나왔다. 그리고는 길을 더듬어 동생과만날 약속을 한 긴자역 출구 부군의 명품 샾들을 둘러보며 약속장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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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럭저럭 눈에 익은 브랜드도 있었고, 생전 처음 보는 브랜드들도 있었지만 비교적 재미있게 구경하다가 이윽고 동생과 합류할 수 있었다. 휴가를 내고 놀러온 관광객인 나와는 달리 바쁜 직장인이 귀한 시간을 내어줬던 지라 어서 식당을 찾아 어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동생이 알고 있는 괜찮은 가게가 있었지만 그곳은 아쉽게도 휴점일이었고-이 또한 이 날의 악재 중 하나였다-브랜드 샾 거리를 지나오다 점찍어 놓았던 이탈리안 레스토랑의 런치세트로 점심을 먹기로 했더랬다. 어제 내가 지출이 좀 있던 탓에 점심은 고맙게도 동생이 치러주기로 하고 말이지...
-2009년 8월 일본여행 #5 8월 24일 오후로 계속. 나름 순조로운 템포인 듯. 이번 주 안에 여행기는 끝낼 수 잇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