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게임이나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을 하면서 가장 쾌감과 재미를 느낄 때에는 아슬아슬한 상황에서 들어맞을거라 생각한 전략이 보기 좋게 성공하여 강대한 적을 최소한의 병력으로 격퇴할 때가 아닐까 싶다. 실제 역사에 근거한 상황과 자원, 병기를 쥐어주고 클리어하라고 종용하던 20년쯤 전의 전략게임들도 그렇고, 온갖 가상의 상황과 설정을 가지고 마찬가지 과정과 결과를 요구하는 요즘 게임도 그렇고. 그 중에서도 건타쿠인 내 본질에 가장 시선을 끄는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은 기렌의 야망 시리즈와 G제너레이션 시리즈이고, SD와 건담 사가 정사라는 두 가지를 만져볼 수 있다는 점에서 언제나 G제너레이션 시리즈에 손을 대곤 한다. 여기 적어 두는 것은, 2008년 4월 현 시점에서 가장 최신작에 해당하는 G제너레이션인 PS2용 스피리츠에 관한 감상이다.
G제너레이션은 여러가지로 재미가 있는 시리즈였다. 처음에 주어지는 기본 기체와 도중에 포획할 수 있는 적군 사용기체를 개발-조합하여 건담 사가에 등장했던 여러가지 기체들로 발전시키고 등록시켜 스스로의 오리지널 부대를 편성하여 건담 사가를 헤쳐나가는 재미는 단순한 하나의 재미가 아니었다. 그런 면에 이번 스피리츠도 게임성과 재미 양쪽으로 놓치지 않고 있으며, 새로 추가된 스테이지와 기체들을 모으고 격파해 나가는 재미 또한 최신작으로서 마땅히 가져야 할 바를 충실히 수행해 내고 있다. 지금도 새로 만들어지고 있는 수많은 건담 외전들이 존재하는 한, G제너레이션 시리즈는 그 볼륨을 충실히 키워가며 신작을 꾸준히 만들어 내리라.
G제너레이션으로서 제공해야 할 재미는 충분하지만, 시리즈물의 새로운 신작으로서 준비한 시스템면에서 보면 아무래도 평가가 나빠지는 것이 또한 이 스피리츠가 가지고 있는 단면이다. 기종은 다르지만 전작에 해당하는 PSP용 포터블에서 시도하여 그럭저럭 좋은 평가를 받았던 하로 포인트 시스템이 그것인데, 간단히 설명하면 적을 격파할 때마다 얻게 되는 포인트를 일정량 모으면 하로 랭크가 증가하고, 0->노멀->브론즈->실버->골드->플래티넘 순으로 나뉘어 있는 랭크에 따라 스테이지 클리어 후 얻을 수 있는 보너스 옵션 파츠와 포인트(현금)이 달라진다는 개념이다. 오리지널 캐릭터를 스카웃하고 기체-전함을 생산하는데 쓰이는 포인트는 번 만큼 현금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적정선에서 만족할 수 있지 않느냐고 말할 수 있겠지만, 문제는 랭크에 따라서 각 시나리오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얻지 못할 수 있다는데에 있다. 전작 포터블에서는 캐릭터는 각 시나리오를 클리어하는 시점에서 자동으로 등록이 되었고, 하로 랭크는 옵션파츠와 포인트에만 관련되었던 반면 이번 스피리츠에서는 전 스테이지를 플래티넘으로 클리어하지 못하면 그만큼 캐릭터들을 얻을 수 없다는게 가장 큰 문제점이라 하겠다.
물론 건담팬-건타쿠들이야 이러한 랭크 시스템에 집착하게 마련이고, 전 스테이지 플래티넘 클리어는 하나의 도전과제라고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사소한 문제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스피리츠에서는 게임이 크게 3개의 카테고리로 나뉜다. 수많은 외전이 존재하는 1년전쟁편(건담-이글루-08소대-블루데스티니-콜로니가 떨어진 땅에-전기(로스트 워 크로니클)-우주,섬광의 끝에서-0080 등 7개 시나리오), 뉴타입전쟁편(83,스타더스트메모리-83,우주의하루살이-Z,뉴트랜슬레이션[극장판]-ZZ-샤아의역습 등 5개 시나리오), 차세대전쟁편(섬광의 하세웨이, F90, 실루엣포뮬러, F91, 크로스본건담, 스컬하트, V 등 7개 시나리오)의 카테고리로 나뉘는데, G제너레이션 정통 시리즈답게 원하는 시나리오부터 선택해서 즐길 수 있다고 하더라도 진행 초기에 획득할 수 있는 기체들로는 절대로 처음 도전에 플래티넘 랭크를 획득할 수 없다는 점이 문제라고 하겠다. 이것은 포인트의 획득 공식이 [기체별로 정해져 있는 기본 포인트+크리티컬 발생시 추가 포인트+연계(다굴)공격시 추가 포인트X1.n(기체 HP 상한선을 상회하는 데미지로 격파했을 경우 오버킬 보너스)]라는 조건이기 때문에, 후반에 강력한 공격력을 가진 기체들이 있어야만 오버킬 보너스의 배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전 스테이지를 클리어하고 차근차근 재도전하겠다고 생각하더라도 아무로, 브라이트, 샤아 등 다른 시나리오에서도 등장하는 캐릭터의 경우 얻는 시나리오에 따라 성장할 수 있는 상한선이 달라지기 때문에 최대한의 성장을 생각한다면 처음 등장하는 시나리오에서 반드시 획득해야만 한다는(다시 말해 플래티넘을 미리 달성해 둬야 한다는) 부담이 뒤따르게 된다. 물론 프로필 100%와 전스테이지 플래티넘, 주전 캐릭터 만랩에 관심없는 사람들에게는 문제가 아닐 수도 있겠지만...
간단히 요약해서 장단점을 정리하자면 이렇다.
장점 : G제너레이션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풍성한 볼륨(일부 아쉬운 미등장 캐릭터-기체가 있긴 하지만), 게임성, 시스템, 재미
단점 : 장점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기나길고 지루한 하로랭크 노가다 요소(이걸 하느냐 마느냐에 따라 플레이타임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아날 수 있다).
장단점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약 4개월 가량의 시간동안 틈틈이 재미있게 즐긴 게임이고 아직 달성하지 못한 나머지 3%를 채우기 위해 설렁설렁 노가다는 계속할 예정이다. 끝으로 몇 가지 팁을 적어보면..
1. 어떤 순서대로 즐겨도 상관은 없지만, 샤아 아즈나블(쿼트로 바지나), 아무로 레이만큼은 반드시 1년전쟁에서 플래티넘을 달성하여 얻어두도록 하자. 그 쪽이 성장폭이 넓다.
2. 역사 전개 순서대로 클리어할 사람은 0083 정도까지 클리어하고 다시 처음부터 도전해 보자. 섬광의 끝에서 2-3 스테이지 정도를 제외하고는 무난히 플래티넘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3. 1년 전쟁 시나리오가 제법 길고, 기체들의 바리에이션도 많지만 결론적으로 기체들이 대체로 약하다. 주력으로 키울 기체들은 Z 이후의 시나리오에서 획득한다고 생각하고 진행하자.
4. 기체 조합으로 프로필을 채우려고 할 경우 무리한 노가다는 삼가하길 바란다. 최종 스테이지에서 턴에이 건담을 등록하고 생산하면(포인트가 48만이 필요하긴 하지만) 턴에이와의 조합만으로 어지간한 기체는 모두 생산 가능하게 된다.
5. 허맨칸, 애너벨 가토 등의 일부 캐릭터들은 프로필 달성도를 올려야만 얻을 수 있다. 얻고 싶은 사람들은 위키 등의 공략을 참고하여 필요한 프로필 달성도를 올려두도록 하자.
6. 전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면 등장하는 최종 시나리오를 클리어하면 등장하는 [또 하나의 미래]편은 비공인 우주세기 최종 작품 턴에이 건담과의 전투를 그리고 있는데, 수퍼로봇대전을 연상케 하는 난이도 구성이 나름 신선하면서도 특이한 느낌을 준다. 다만 V까지의 시나리오와는 다른 전개와 구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특수 공격(판넬-인컴 등) 능력을 가진 기체들을 많이 키워두고 공격하는 쪽이 보다 수월하게 클리어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