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kishen의 기억 제4막 - 색선희준 블로그

 - 늘 가는 백반집 반찬으로 김칫국이 나왔다. 이 집은 다른 음식엔 별다른 아쉬움이 없는데 김칫국만큼은 늘 닝닝하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런데 오늘 나온 국은 걸쭉하면서도 돼지비계의 고소함이 느껴지는 긍정적인 국물이었다. 밥을 다 먹고도, 국물을 호록호록 떠 먹게 되는 좋은 맛이었다. 이런 김칫국을 만나기는 쉽지 않은 일인데. ....써놓고 보니 참 시덥잖군....

 - 주말엔 오랫만에 신촌에서(...) 친구녀석이 쏘는 고기를 먹었다. 모가수의 팬카페(라야의 비즈빠들 만세!!)에서 지난주에 모임을 가졌던 고깃집에 갔는데(그때 못 간 한을 풀러...) 가격은 내가 계산을 안해서 모르겠지만 오랫만에 씹는 맛이 있는 삼겹살을 먹어본 것 같다. 언젠가부터 삼겹살이라는 종목이 참 얇아지기 시작했다는 생각을 새삼 다시 하게 되는 느낌의 두터운 고기였다. 식사로 주문한 물냉면도 생각보다 괜찮았고, 후식으로 제공되는 홰히바가 좋아서 매우매우 좋은 인상으로 남았다. 가격표를 보지 않았고, 내가 계산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 그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 일요일에는 언제나처럼 서바이벌 게임을 했다. 게임 자체는 재밌었지만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좀 늘어지는 경향이 있었다. 태양이 내리쬐고 하늘이 맑았으니 더워서 그랬던 것 같기는 하지만 지나놓고 돌아보니 두어게임은 더 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충분히 좋기는 했지만. 게임을 마치고 총을 닦고 뒷정리를 하다가, 6개월 이상을 방치해 둔 FA-MAS 라이플을 꺼냈다. 이 녀석은 6개월 쯤 전에 연발이 되지 않고 단발만 되는 고장이 발생한 녀석으로, 이미 주력총기로 다른 녀석을 쓰고 있었기 때문에 걍 방치해 둔 상태였다. 시간도 남고 어쩐지 의욕이 발동하여 살짝 뜯어 주었더니 접점 부분에 문제가 있어 간단히 수리해 주었다. 그러고 나니 쌩쌩하게 연발이 부활!! 기분 좋게 300발을 연사로 날리고 나니 쌍콤한 기분이 되어 하루를 마무리 할 수 있었다. 토욜도 일욜도 피곤하긴 했지만 충분히 좋았다.

 - 봄이 깊어지다 못해 바람에서 여름냄새가 나기 시작하니, 여기저기서 결혼-솔로부대 탈영 등의 좋은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밀려있는 일들 덕분에 바쁘게 움직여야 하지만, 간간이 들려오는 좋은 소식들과 좋은 점심 식사 덕분에 막연히 좋은 기분이 되었다. 이번 주에는 좋은 일만 있기를.

연수원의 희준희

이야기2007. 5. 14. 19:20

들러주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연수를 왔습니다. 고등학교 때 이후로 이렇게 빠른 진행과 빡센 수업 참여는 처음인 것 같네요. 하루가 후딱 지나가고 매우매우 이른 저녁을 먹은 후 내컴퓨터 우클릭-> 속성을 절대로 보여주지 않는 기묘한 PC 앞에 앉아 포스팅을 하고 잇습니다. 할 짓이 없다는 것은 이럴 때 좋군요.

 이 동네도 재개발이 한창이라 비교적 익숙한 광경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광명시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기도 한데, 반파된 마을 터와 곳곳의 살벌한 플랜카드가 그럭저럭 익숙하게 보인다는 것을 새삼 무섭게 생각하게 되더군요. 그러한 바깥 환경과는 달리, 연수원 자체는 낡은 건물 느낌을 잘 살린 깔끔함이라고 표현하고 싶군요.

 깔끔하다고 말하면, 하얗고 반짝반짝하고 티없는 느낌을 떠올리실지 모르겠지만, 앞에 전제로 깔아둔 낡은 건물이라는 것에 주목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공공기관-사실 군부대가 떠오르는-에서 볼 수 있는 20년 이상 된 건물과 주변 조경의 구성, 어둡지도 활기차지도 않은 딱 보통의 느낌으로 청소한 느낌의 환경, 한적하다못해 고즈넉하기까지 한 분위기. 어쩐지, 하루키씨의 걸작 해변의 카프카가 떠오르는 풍경입니다. 도서관이랄까, 숲속의 오두막이랄까, 그런 느낌말이지요.

 집에서 혼자 파판12를 달리는 요즘이긴 하지만, 그래도 나름 복작복작한 삶을 살다가 한가한 곳에서 주체못할 자유시간을 얻게 되니 이 또한 신선하긴 하네요. 재밌고 두근두근한 모험이 기다리거나 하지는 않지만, 한동한 전혀 느끼지 못했던 생소한 곳에서의 대책없는 한가한 시간이라는 것은 일정을 잘못 파악해서 시간이 왕창 남아버린 여행자가 된 기분이라 나쁘지는 않습니다. ....낮의 격렬하게 빠른 수업시간은 논외로 해두지요.

 사실 지루함 타파용으로 프습과  NDSL을 가져오긴 했습니다만, 일단은 주변을 휘적휘적 돌아다녀보고 건물을 돌아볼 생각입니다. 벌써부터 대량의 이탈자들이 나오고 있긴 합니다만, 합법적으로 주어진 요양 생활이라고 생각하고 이 한가함을 즐겨보렵니다. ...사실 금요일에 출근하면 쌓여있을 일거리들을 애써외면하는 중이긴 하지만요.

.....이 와중에도 여기서 서바이벌 뛰면 재밌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으면 막장인가요? 어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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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약속이 몇가지 있었지만 꽤나 널널하게 넘어간 주말이었다.

 - 허접한 드럼매냐 실력의 주춧돌이 되어준 코나미 드럼매니아 컨트롤러(구형)을 친우 smoo군에게 인계하였다. 전역 후 오토 베이스라도 70대에 근접한 실력이 될 수 있도록 도와준 녀석에게 다시한 번 감사를. smoo 군도 나만큼 즐거운 드럼 시간이 되기를. 자, 이제 내게 남은 건 네오드럼 뿐. 잘 부탁한다.

 - 다음주 월~목요일에는 합숙 연수를 떠납니다. 목욜 밤에 돌아오겠습니다. 그때까지 다들 건강하십셔.

 - 적어놓고보니 너무 짧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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