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중고 게임 매매 행위를 하다가
언제부터일까. 온라인 장터의 중고 시장에 눈을 뜨고 나서 콜렉션을 본격적으로 늘려가기 시작했던 것이. 별 생각없이 구입한 것도 있지만 요즘은 면밀히 고려하면서 구입을 하고 있는데..
-며칠전
카레를 살때의 일이다. 썩 괜찮은 매물을 잡아서 거래를 하러 갔는데 이 친구가 파판10-2가 꼭 보고 싶다면서 가지고 나와 달라는 거다. 뭐 어려울게 있겠냐 싶어서 들고 나갔었다. 조금 귀찮기도 하고, 1년 넘게 중고 거래 하면서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좀 황당하기도 했는데, 그인간의 카레 상태가 많이 괜찮아서 그냥 구입했는데, 그 친구가 조금전에 2차 알파를 거래했노라면서 웃으며, 정말 순수한 표정으로 하는 말이..
'둘다 신종이긴 한데 2차 알파가 더 비싸잖아요. 그래서 시세 유지하려고 이거 샀어요. 하하.'
며칠 지나지 않았지만 지금 10-2가 다시 레어로 돌아서고 있는 걸 볼 때 그 친구가 조금 안되긴 했지만.. 게임이 가져야 할 요건은 '재미'이지, 오래 유지되어야 하는 가격은 절대로 아니다....
-오늘
어제 지친몸을 이끌고 집에 와보니 쓸모없는 타이틀이 몇개 보였다. 심플2000시리즈 러브 스매시(초딩수준으로 뻘쭘한 테니스게임. 사실 그렇게까지 나쁘지는 않다.), 실황 파워풀 프로야구 8(9 결정판이 3개월 전에 나왔지..), 월드판타지스타(스퀘어의 실감나는 축구..재미는..으음..). 이 3가지를 어떻게 처리할까 하다가, 용산으로 들고 갔다. 솔직히 나도 사람이라 이런 싸구려 구종들을 아는 매장에 들고갈 용기는 없었다. 용팔이들과 전쟁을 각오하고 갔는데.. 포포로3와 교환비 2만원을 달란다. 3개 합쳐서. 참... 어느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참으로 당황스러웠다. 제정신인가 그인간... 포포로3.. 요즘 2만원 정도 밖에 안한다. 그거... 참. 결국 어느 그라비아 아이돌 처럼 생긴 누님이 있는 매장에서 3개 합쳐서 킹덤하츠와 맞교환했다. 내가 이때껏 용산가서 교환비 안내고 교환이 성사된 적이 없어서 그런지.. 약간 당황스러웠다. 킹덤도 헐값이지만... 용팔이들의 반응을 보고 있자니 더 싸우기 귀찮아서 그냥 바꿔서 왔다. 뭐.. 킹덤하츠도 대단히 재미있는 액션RPG긴 하니까.
-시세란
게임을 가격을 보고 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다. 많다. 아직 덜 깼지만, 혹은 할게 많지만, 혹은 맛만 살짝 봤지만, 더 가지고 있으면 가격이 폭락할테니 지금 없애자. 라는 발상이다. 흐음. 어떻게 보면.. 내가 오늘 없앤 타이틀도 그런 맥락에서.. 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그건 좀 이야기가 다르다. 그 3가지는 분명 똥값이다. 헐값이다. 3개 합쳐봐야, 구종 하나 가격밖에 안나온다. 그럼, 과연 그 게임들은 그런 가격에 합당한 게임인가? 아니다. 솔직히 러브 스매시.. 2000엔짜리 테니스다. 뭘 더 기대하겠는가. 게다가 눈요깃감을 몇개 때려넣었으니, 제 값은 한 셈이다. 월드판타지스타.. 위닝에 비하면 한참 멀었지만, 그래픽하나 만큼은 참 좋다. 의외로 재미도 있고. 가격은 좀 비쌌지만.. 할 만큼은 했다.(내가 한건 아니지만.) 실황... 6만원 넘게 주고 샀지만, 뽕은 뽑았다. 그렇기에, 시간이 흘러 구종이 되었어도, 후회따위는 없다. 오히려 합당하다고 생각할 뿐.
요즘 게이머들은 이상하다. 가격에 희한하게 연연한다. 나도 가격에 신경을 쓰지만, 그것때문에 즐기지도 못한 게임을 없애는 끔찍한 발상따위는 하지 않는다. 비싸게 주고 샀고, 그렇게 주고 살만큼 심사숙고 한 결과다. 책임은 내가 진다. 그리고, 바쁜 일상이지만 시간을 쪼개어 즐길 만큼 즐기고, 그 감동과 내 판단에 따라 소장을 하건 용산으로 보내건 한다. 용팔이들의 행각에 맘이 상한건지, 요즘 거래하면서 느낀 몇 가지 일들이 내 심기를 건드린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여하간 썩 기분이 좋지는 않아서, 몇자 끄적여 본다.
-----------------------------------------2003년 4월 14일 밤 11시 21분에 작성
오래 전, 대학교 동아리 카페의 게시판에 적었던 넋두리가 문득 떠올라서 찾아보았더랬다. 어쩐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한 느낌으로 비슷한 취미활동을 하고 있구나 싶어서 퍼와 보았다. ...근데 '카레'는 무슨 게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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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0월 17일자 TJ미디어 JPOP 신곡
오랫만에 이 카테고리에 올려보는 TJ 미뎌 신곡.
26652 Beautiful world(에반게리온 극장판OST) 宇多田ヒカル
26656 こころ 小田和正
꼴랑 두곡이지만, 26652는 도대체 무슨 기준으로 선정된지는 모르겠지만 부산 국제영화제에까지 초청된 20세기 최고의 쓰레기 애니메이션 한심세기 어벙게리온 새로운 극장판에 쓰인 우당탕 여사의 신곡. 우당탕 여사 곡이니만큼 들어줄만 하긴 하지만 어벙 관련곡이라는 것만으로 내겐 호감도 -1000%. ..여담이지만, 어벙게리온의 그 쓰레기에 가까운 본성을 모르던 시절에 들었던 다카하시 히토미(맞나?)의 잔혹한 천사의 테제는 지금도 좋아한다. 물론 매음녀 레이-아스카-미사토 기타등등 버전은 제외.
그리고 이 포스팅을 간만에 적게 만든 26656번 오다 카즈마사 아저씨의 코코로. 프린세스 메이커를 연상케 하는 PV와 아름다운 노랫말, 반짝반짝한 멜로디가 돋보이는 최근의 명곡이니 관심있으신 분들은 꼭 들어보시길 권한다.
아무튼 이리하여, 이번주에 꼭 노래방에 가야만 할 이유가 생겨버렸다... 함께 하실 분을 섭외해 봐야 쓰겄다.. 쓰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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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years after
폭주이오리가 데뷔한 더 킹 오브 파이터즈 97이 발매되었던, 지금으로부터 딱 10년전인 1997년에 나는 대학생이 되었었다. 어린 시절 여러가지 이유로 싫어하던 술도 자주 먹게 되었고, 학사경고라는 것도 받아 보았고, 여러가지 '첫 경험'도 해보게 된 그런 시기였다. 1997년 여름에 시작된 나의 멀리나들이는 어쨌든 매년 한번씩은 이어져 왔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보았고, 이런저런 볼 꼴 못 볼 꼴들을 많이도 보며 오늘까지 이어져왔다. 그 기념비 적인, 체중이 90Kg 미만으로 내려가기 시작한 그 시기가 지금으로부터 10년전이 되겠다.
10년전에, 위에 언급했던 08MS 소대를 보게 되었고, 많은 사랑을 받았던 오프닝곡 [폭풍 속에서 빛나줘(직역)]보다도 개인적으로 좋아했던 엔딩곡 [10 years after] 도 알게 되었다. 오랫동안 들어왔지만, 오늘 아침 프습이 들려주던 그 곡은 서늘한 가을 아침의 공기와 함께 묘한 기분이 들게 해 주었다.
그 노래를 처음 알고 들었던 그 날, 대뜸 내게 문법적으로 틀렸다고 지적해 주던 사람이 있었다. 지금은 희미해진 기억속에서도, 문법적으로 틀렸거나 말거나 10년 후에 과연 나는 어쩌고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어쩌긴 뭘 어째. 회사다니면서 점심 백반 잘 먹고 들어와서 놀고 있지 뭘.
어쨌거나... 10년전 사진을 들춰보면 참 내가 봐도 싱싱해 보이는 내가 엽기적인 포즈와 표정으로 찍힌 게 많다. 그럭저럭 옆에 있던 친구들은 다행히 죽지않고 다들 멀지 않은 곳에 살아있지만, 앞으로 또 10년 후에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나. 10년 후에, 내 옆에는 누군가가 있어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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