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kishen의 기억 제4막 - 색선희준 블로그

 소년중앙(만화홈런왕), 보물섬, 소년경향(만화..뭐더라?), 만화왕국, 새소년 등의 아동잡지+만화부록을 통해 만화를 접하기 시작하여 아이큐점프, 소년챔프의 청소년 만화 잡지를 거쳐 현재의 동인지(...)에 이르기까지, 나름 만화덕후의 정도랄 밟아온 지난 시절을 되돌아보면 요즘 즐겨보는 만화들이 온라인매체의 웹툰이라는 것이 참 신선하고 새로운 느낌이다. 물론 요즘도 단행본으로 보고 있는 작품들이 있지만, 점점 신작을 접하는 비중이 줄다보니 새로 시작하는 작품들이 없어 기존에 보던 작품들이 마무리되면 새로 사서 만화책을 볼 일이 없어질 것 같기도 하다. 뭐, 그거야 그 때 가봐야 알겠지만.

 문득 그런 생각을 하다가 나도 그렇지만 친구들, 지인들이 보는 만화만 본다는 생각이 들어 쉽게 접할 수 있지만... 심지어 지금 당장 클릭만 하면 볼 수 있는 포탈 서비스 무료 웹툰들 중 내가 챙겨보는 것들을 소개해 볼까 한다. 뭐 이런걸 다 보냐고 생각하신다면 취향이니 존중해 주시길 부탁드리며...

 1. 최근 모 게임 회사에서 먹네 마네 하는 다음 서비스 웹툰
 위대한 캐츠비로 유명한 강도하 선생의 나름 신작. 2009년 6월 현재 2부가 갓 시작된 참이며, 악질 스토커 여인네를 피해 살고 있는 주인공 이글과 그의 마음을 뺏어갈 것 같은 의문의 심부름녀 세브리깡,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기묘한 이야기.

 
 트레이스라는 작품으로 유명했다고 하는 네스티캣의 작품. 술에 만취한 상태에서 강렬한 살의를 품으면 살인을 대행해 준다고 하는 환상세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림체가 묘한 느낌을 주는데다 내가 좋아하는 황당무계 환타지 계열 만화.

 이끼
 아마 웹툰이라는 바닥에서 지금 최고까지는 아니라도 가장 화제가 되는 작품 중의 하나가 아닐까 싶은, 미스테리 스릴러...라기는 좀 그렇고 아무튼 꿀꿀한 이야기. 윤태호 선생의 이름을 강렬하게 각인할 수 있는 강한 작품.

 직장 생활 만화라고 하면 16년간 신념과 지조로 세계 비지니스 업계를 평정하신 영업의 귀재 육봉 시마 코사쿠 선생님을 빼놓을 수 없지만, 나름 까칠하게 직장 생활을 하다보면 이렇게 x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만화인데, 어째 조만간 연애놀음으로 홀라당 빠질 것 같은 작품.

 팬더댄스
 개그만화 같지만, 포스가 장난없다. 특히 읽는 이를 굳혀버리는 14화만은 꼭 보고 넘어가 주자. 다른 에피소드들도 시점의 특수함과 전개의 당돌함이 최고.

 2. 공짜 문자메시지 외에는 존재감이 없긴 하지만 나름 좋아하는 파란 웹툰
 식객
 뭐 더 설명이 필요할까? 극장판의 캐실망과 드라마의 엇나감은 멀리 던져버리고 본방사수를 하면 되는, 허영만 선생님의 대작. 다만, 단행본으로 나오고 있는 관계로 완결된 에피소드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웹에서 사라져버리므로 본방사수 후 소장하고 싶은 에피소드는 책으로 사자.

 돌격 Fucking 밴드부
 맛간 밴드만화. 개그물이므로 그 공식에 충실한데다, 나름 막장코드는 섭렵했다고 생각하지만 이따금 DMC를 능가하는 센스가 나올 때가 있다. 다만 최근에는 조금 식상한 감이 있는 편...

 3. 욕하는 사람도 많고 개인적으로도 그다지이지만... 네이버 웹툰
 - 설명은 저렇게 했지만 볼 만한 웹툰은 누가 뭐래도 2009년 6월 현재 네이버가 최강이다..

 생활의 참견 - 주2회 연재. 사생활을 팔아 인기를 챙기는 계열 웹툰이지만, 분비물계의 레전드였던 강풀선생이 감수성계로 전직한 후 가장 재밌게 분비물계를 그려내는 작가가 아닐까 싶다.

 플루타크 영웅전 - 매일 연재. 조루와 걸작을 오가는 실력파 작가 양영순 선생의 2009년 신작. 플루타크 영웅전 원전을 살짝 재해석하여 재미있게 그려내는 중. 시작에 불과한 테세우스편이 끝나면 접지않을까 걱정될만큼 재미있게 전개되는 중.

 입시명문사립정글고등학교 - 주1회 연재. 끝낼 타이밍을 놓친건지 편집부에서 안놔주는 건지 작가가 배가 고픈건지 모르겠지만, 4학년에 접어들고 나서 포스가 급격히 떨어져 아쉬운 작품. 하긴, 불사조를 능가하는 캐릭터가 저 작품에서 어떻게 나올 것인가...

 불량 뱀파이어 - 주1회 연재. 그림체가 뭔가 그리운 느낌을 주는 작품. 내용은 나름 뻔한 듯 한데, 뱀파이어 소재가 최근에는 바이올런스 일색이었던 터라 나름 신선한게 좋다.

 핑크레이디 클래식 - 주1회 연재. 예쁜 그림체에 비해 전개와 스토리가 아쉬웠던 핑크레이디의 외전. 그림이 예쁜 것과 미술사를 소재로 했다는 것이 장점. 다만 이야기 전개는 역시 지지부진할 듯한 불길한 예감.

 스쿨홀릭 - 주2회 연재. 사생활을 파는 만화인데 이쪽은 현역 선생님이라는게 특이하다. 덕분에 오덕한 선생님의 학교 생활을 나름 현실감있게 그려내는 것 같은 느낌. 가끔 빵터지는 에피소드도 나온다.

 마음의 소리 - 주2회 연재. 첫회부터 정주행 달리며 시간 죽이기 좋은, 사생활 계열에서 최근 몇년간 최고의 자리에 있던 작품. 개인적으론, 작가양반이 이제 잠시 쉬면서 재충전과 공부를 해 주었으면 한다.

 새끼손가락 - 주1회 연재. 우울한 극화인데, 사소한 개그코드들이 우울함을 살짝 중화시켜주는 작품. 그림체가 단순한 것이 나름 강점. 이야기 전개가 좀 전형적이긴 하지만 한주한주 지켜보는 낙이 있는 작품. 해피엔딩이길 기도하며 본방사수중.

 보톡스 - 주1회 연재. 거장 황미나 선생님의 2009년 신작. 황미나 테이스트가 잔뜩 녹아있는, 김씨네집 이야기와 윤희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드라마.

 세개의 시간 - 주1회 연재. 일빠다 보니 교포 출신 작가의 작품이라 보기 시작했는데, 작화가 약간 불안한 걸 감안하면 이야기 전개와 개그코드가 마음에 든다. 최근에는 삼각관계가 시작되는 것 같아 맘이 불편하지만, 해피엔딩일거라 믿으며 챙겨보는 중.

 정열맨 - 주1회 연재. 이 작가의 걸작 '드라곤볼(http://comic.naver.com/search.nhn?m=challenge&keyword=%ED%8A%B9%EB%B3%84%EA%B8%B0%ED%9A%8D+%EB%93%9C%EB%9D%BC%EA%B3%A4%EB%B3%BC&type=0)' 때문에 보기 시작했는데, 개그+격투만화로 장르가 변질되어 가더라. 정열맨은 몰라도, 드라곤볼은 한번 봐둘 가치가 있다.

 와라!편의점 - 주2회 연재. 처음엔 이 작품을 대단히 같잖게 봤는데, 사생활계열 만화답게 소소한 재미는 확실한 편. 작가도 덕력이 좀 있는 편이라, 예상치 못한 패러디가 나와서 즐거울 때가 있다.

 두근두근두근거려 - 주1회 연재. 뭔가 일본청소년 만화같은 설정인데, 그런만큼 나름 친숙한 느낌도 받는다. 아직 초반이라그런지 템포가 느린 듯한게 좀 아쉽지만 한주한주 재밌게 보는 중.

 수사9단 - 주1회 연재. 작가의 트레이싱 파문과 에피소드의 억지성이 가끔 보여서 텐션이 좀 식은 감이 있지만, 보통이상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나름 추리만화.

 카라멜마끼아또 - 주1회 연재. 평범하다. 그런데 그 평범함이 매주 챙겨보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 듯. 밀고당기는 연애물은 때에따라 식상하기도 하고 즐겁기도 하고 그런거 아니겠는가.

 남기한엘리트만들기 - 주1회 연재. 흔하다면 흔하고 아니라면 아닌, 과거로 돌아간 주인공을 다룬 추억개그물. 90년대에 유소년-청소년이었던 세대들에게는 충분히 어필할만한 에피소드가 가득.

 진진돌이 에볼루션 - 주1회 연재. 사실 이것 때문에 이 긴 포스팅을 쓰기 시작했더랬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소년중앙을 구독했었다면 부르주아라는 이야기가 있었더라. 부르주아와는 전혀 관계없는 어린시절이었지만, 소년중앙은 챙겨주셨던 어머니 덕분에 10년 가까이 폐간될때까지 봤던 소년중앙에서 연재되었던 동물 전쟁 만화 '진진돌이'의 리메이크 작품. 2009년 6월에 처음 스타트를 끊은 작품이라 아직 이렇다할 면은 보이지 않고, 어린시절 기억에 남아있는 진진돌이라는 작품과는 제법 거리가 있는 방향으로 리메이크가 이뤄지고 있지만 '진진돌이'라는 이름 하나만으로도 눈길을 잡아끌기에 충분한 작품. 2회 연재 시점에서 이미 충분히 재미있게 전개되고 있어서 기대하며 보는 작품.

 TLT(Tiger The Long tail) - 주1회 연재. 1년전 season1 연재 당시 목빠지게 기다리게 만들던 비지니스 소재 만화. 동물들이 의인화되어 그려지고 있지만, 캐릭터의 성격에 걸맞는 동물들의 모습들과 이야기전개의 탄탄함, 소재의 참신함 등 어느것하나 꿀릴게 없는 작품. 시즌2가 갓 시작된 참이지만, 시즌1을 기억해보면 기대하지 않을 수 없는 작품. 시즌1을 모르신다면 시간내서 한번 꼭 정주행 해 보시라.

 만화가를 만나다 - 주1회 연재. 연재만화라기보다 기획물인데, 조금 나이가 있는 만화팬이라면 빙그레 미소짓게 만드는 거장들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는 멋진 기획.

 호랭총각 - 주1회 연재. 전래동화+한국적인 재미+덕후포스가 버무려진 버라이어티 극화. 설명이 필요없이, 그냥 재미있다. 닥치고 가서 보자.

 도자기, 삼국전투기 - 완결웹툰. 완결은 되었지만 정말 재밌는 작품이기에 소개해 둔다. 삼국전투기는 최훈 선생의 인기와 단행본의 인지도 덕분에 아는 사람이 많겠지만, 독특한 감수성과 한국 고대 미술을 접목시킨 도자기는 꼭 챙겨보길 권한다. 특히 한때 전설이었던 도자기 53화(http://comic.naver.com/webtoon/detail.nhn?titleId=22090&no=53&weekday=)와 개인적으로 최고로 꼽는 56화(http://comic.naver.com/webtoon/detail.nhn?titleId=22090&no=56&weekday=)는 한 번 꼭 볼만한 가치가 있다. 그러고보니 도자기의 작가가 건강이 나빠졌다는 이야기를 들은적이 있는데 지금은 어떠려나 모르겠다...

 4. 이런것도 있냐? 야후웹툰

 이말년씨리즈
 다 필요없고, 병맛웹툰. 그 병맛에 중독되면 약도 없다. 취향에 맞으면 보고 아님 그냥 말자. 근데 난 이게 졸라 재밌더라. 주2회 연재.

 작가의 정신상태와 작업상황을 들여다보고 싶어지는, 뭔가 맛간 웹툰. 매일 연재되는게 정말 신기한 퀄리티로 연재 중.
 
 쌈닭
 삼별초를 소재로 한 사극. 좀더 지켜봐야 알겠지만, 연재 4화까지는 기대를 품게 만드는 퀄리티.

 무한동력
  연재는 이미 끝났는데, 그냥 모르고 그냥 넘어가기엔 너무 아까운 작품. 시간내서 한번 꼭 정주행 해 보시라.

 노병가
 DC 카연갤에서 본좌로 통하던 기안84의 작품. 사실 다음쪽에서 도전까지 했었으나, 어찌된 영문인지 접는척하더니 얼마후 야후에서 연재를 시작하더라. 군필자라면 가슴 한구석이 저미는 듯한 느낌까지 받을 수 있는, 부조리한 군대 쫄따구 시절의 서러움이 절절하게 묻어나는 전경만화.

...적어놓고 보니까 뭔가 많은데, 웹툰은 그 태생상 분량이 많지 않아 짤막하게 즐기기 좋다. 내가 여기에 소개한 것 외에도 누군가에게는 또 보석같은 웹툰이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즐길것 많은 세상이다. 정말루.

 HGUC는 아닌 구판이지만 카테고리는 일단 HG로... 144스케일이니까. 좀 더 프라모델을 많이 올리게되면 카테고리를 다시 구분해야 할 필요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무척 오랫만에 올려보는 프라모델 포스팅.

 지금은 이미 HGUC로 훨씬 좋은 퀄리티의 버전이 나온 기체이자, 사실 제작 자체는 작년에 다 해놓고 사진을 안 찍고 박스로 고고씽했던 탓에 이제야 올려보는 킷 되겠다. 데칼링도 해보고 싶은 욕심도 있었지만 맞는 데칼을 찾기 어려웠던 탓에 그냥 부분도색에 기본 스티커+마감제로 마무리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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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만들 당시에는 HGUC 기라도가가 발표되었던지라 작년 가을에 실시된 어딘가의 신춘건프라 대회에서 만들었더랬다. 그때는 부분도색도 좀 신경써서 슈트룸파우스트나 머신건도 도색해볼까 싶었지만 저 상태로 너무 오래 시간이 지나버린데다 그래본들 HGUC 먹선작업품을 이길 수 없다는 걸 알기에 이정도에서 만족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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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의 프로포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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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ANTIDUST의 HGUC 프로포션.

 이정도로 퀄리티 차이가 나는데 굳이 손대고 싶어질 사람이 있을까나... 구판의 매력이라는 것도 분명 있고 HGUC의 프로포션이 안고 있는 불만점도 분명 있긴 하지만 요즘 프라업계말로 지구인 수준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나인 줄 알기에 여기서 접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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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찬가지 이유로, 창고에 처박혀 있는 구판 제간을 어서 꺼내서 만들어야 8월 발매 예정인 HGUC 제간을 만든 뒤에 후회가 없을텐데, 아마 못하지 싶다. 구판 기라도가랑 제간 구할 때 나름 발품 좀 팔았었는데 쯥. 지금은 구하기도 쉽지 않지만, HGUC가 나온 마당에 굳이 구판을 구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상기시켜 준, 나름 비장의 킷이었던 구판 144스케일 기라도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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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본적으로 진성오덕에, 영덕대게인데다가 천덕꾸러기 인지라 내 블로그에 정치적인 이야기를 끼워넣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정치를 논할 만큼 교양도 지성도 자격도 없는 오덕은 오덕스럽게 오덕다운 포스팅이나 간간히 남기는게 블로그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래서 나는 그냥, 오늘 목숨을 잃은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특히나 대한민국의 매스미디어에 이름이 알려진 두 사람 중 정치권의 수장이었던 사람의 죽음을 슬퍼하는 글만 쓰련다. 그 사람을 알게 된 것이 그사람이 행정부의 수장이 되었을 때이니 그 사람의 죽음을 애도하면 이 포스팅은 결국 정치적인 포스팅이 되려나.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지만, 나는 그 이전에 어떤 자리에 올라가려면 자격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격없는 사람은 아예 어느 정도의 자리를 넘볼 생각도 해선 안되고, 어떤 이유에서건 양식과 지식과 교양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자격없는 사람이 어떤 자리에 오르고 어떤 감투를 쓰는 것을 막을 줄 알아야하며, 냉정하게 자격있는 사람을 골라 자리에 올려줄 줄 알아야 한다. 

 그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을 때, 나는 이제는 되었다. 반쪼가리 남조선은 이제야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으로 거듭났구나. 이제는 되었다. 그 사람이 다 해 줄 것이다... 라고 생각했었다. 그 사람은 적어도 분단 국가의 민주주의 수장 중에서 처음으로 육군 병장 출신이었기에 국방에 대한 개념이 있을 거라 생각했고, 연줄, 당빨, 학연을 넘어서(애석하게도 지연은 본인의 지연은 아니라고 해도 넘어서지 못했더랬지) 민주주의 국가의 시민들의 좀 더 나은 평가에 의해 대통령이 되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을  이젠 이 나라 사람들도 알아볼 수 있게 되었구나하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재작년, 내 생각에 아무리 봐도 자격이 없는 사람이 어떤 자리에 올랐을 때, 이 나라는 다시 틀려먹은 남조선으로 돌아가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뭐, 그 이야기는 전혀 다른 이야기이니 접어두고, 굳이 애석하게도 아직 살아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를 꺼냄은, 오늘 가신 분이 아직 해야할 일이 더 남아있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사람이 검찰에 불려다니고 비리가 있다고 조사를 받더라도, 그가 재임기간 동안 탄핵 폭풍을 이겨내고, 죽지 않은 경제가 죽었다는 유언비어에 시달리고, 소수의 아군조차 없이 선동여론에 시달리며 묵묵히 걸어온 것을 기억하기에, 그가 재임기간동안 해 놓았던... 걸레를 빨아 행주 비스무리하게 까지 만들고 앞으로 그 행주 비스무리한 것이 수건이 될 수 있을거라고 믿었던 자그마한 희망의 근거로 계속 남아있어주길 바랬기 때문이었다.
 이앙기 운전 퍼포먼스로 농촌을 살리는 척을 하는게 아니라, 서울 시내에 궁궐같은 집을 짓고 29만원으로 식솔, 가신, 경비원들까지 거느리고 사는게 아니라, 보통사람이라고 쌩구라를 치고 처음과 같이 끝까지 누구 그늘 밑에서 골골거리면서 해드실거 다 드시고 늘그막을 골골거리시는게 아니라, 강강으로 갱제를 살리고 어쩌고 하면서 잃어버린 10년의 초석을 닦으신게 아니라, 고향으로 돌아가 농촌과 함께 사는 모습을 인터넷으로 보여주는 그 모습에서, 검찰에 불려다닐 지언정 나는 남조선이 아닌 대한민국의 희망을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남아있어주길 바랬기 때문이었다.

 그가 없어도 세상은 여전히 돌아갈 것이다. 그러나, 이제껏 투표한 몇 안되는 표 중에서 가장 자랑스럽고 뿌듯했던 표를 가져간 분이 이제 더 이상 없다는 소식은 별 볼일 없는 진성오덕이자 영덕대게이자 천덕꾸러기인 힘없는 소시민의 하루를 뒤흔들고 있다. 이 흔들림은 어디까지 가게 될까. 그리고 어떤 에필로그와 외전, 열전, 선택지를 낳게 될까. 

 다 집어치우고, 난 그의 죽음이 너무나 슬프고 안타깝고 애석하며 비통하다. 어쩌자고 그렇게 먼저 가십니까. 잃어버린 10년 뒤에 없어져야할 5년의 절반도 안 지난 이 어두운 시기에.그의 죽음이 슬픈만큼 아쉽고, 또 섭섭하다. 그리고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게 만든 이들이 한없이 원망스럽다. 부디 편한 곳으로 가시옵소서. 내 나이 30 평생 이 땅을 거쳐간 모든 대통령 중 유일하게 사랑한 대통령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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