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kishen의 기억 제4막 - 색선희준 블로그

모데로이드 오거스 박스
박스 등짝
튼싫한 구성

나는 상당히 편협한 인간이면서 이것저것 관심이 많아서, 뭔가 하나의 영역에서 하나에 관심을 두고 좋아하면 나머지는 아무래도 좋다고 넘겨버리는 편이다. 그래서, '로보트 만화영화'와 그 파생상품은 '기동전사 건담'에만 주로 관심을 두고 나머지는 제대로 알지 못하거나 이름만 겨우 알거나 존재도 모르거나 하는 경우가 많다. '초시공'시리즈 중 가장 유명한 '초시공요새 마크로스' 시리즈 또한 잘 모르고 가장 유명한 극장판과 '플러스'정도만 겨우 알고 있는 수준인데, 또다른 '초시공'시리즈인 이 '초시공세기 오거스'는 오래전 '아카데미 과학사'에서 발매한 '오르가스'(...)라는 장난감만 알고 있다.. 라고 하겠다.

막 만들고 나서
살짝 옆에서
등짝

80년대 중반..으로 기억하는데, 돌아가신 조모님이 맞추고 놀라며 사주셨던 '아카데미 오르가스 로보트'는 국민학생 저학년이 만들고 놀 수 있는 레벨의 물건이 아니었다. 사실 너무 오래전이라 자세히 기억이 안나지만, 접착제라고는 '돼지뽄드' 밖에 몰랐던 무지몽매한 잼민이의 손으로는 정교하고 복잡한 변형기구를 완성할 수가 없었고 결국 '오르가스는 어려운 로보트'라는 인식과 결코 저렴하지 않았던 가격의 '아카데미 오르가스'는 돈값을 하지 못한채로 아쉽고 억울하게 쓰레기통으로 들어가야만 했던 것만 기억에 남아있다.

스튜디오에서 재촬영
찍어놓고 보니 칵핏커버가 조금 열렸다...
등짝

반다이의 건프라 이외의 프라모델 킷을 만들다 보면 자주 느끼게 되는 것이, 아구가 잘 안맞는다는 감각이다. 이 모데로이드 오거스의 경우에는 아구가 안맞는다기 보다는 관절을 구성하는 축들이 과하게 빡빡하게 설정되어 있는데, 파손이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복잡한 과정을 거쳐 4가지 형태의 변형을 시도하다가는 무릎과 어깨 중 하나 이상은 파손이 일어날 것 같다는 염려가 머릿속 한 구석에 남아있게 되었다. 유년기의 내 손에 들어와서 완성되지 못하고 쓰레기통으로 들어갔던 '아카데미 오르가스'의 기억이 아직도 남아있는 탓에 변형은 시도하지 않았고, 독특한 형태의 배틀로이드만 이리저리 조금씩 움직여보는 걸로 마무리하기로 했다. 

가동성은 나쁘지 않다
느낌 좋은 포징을 잡기는 쉽지 않다
모데로이드 오거스였습니다.

사실 변형기가 탑재되어 있는 탓에 조립도 그만큼 복잡하고 귀찮았는데, 변형을 하지 않으면 손해긴 하겠으나, 위험을 무릅쓰고 시도하다 뭔가 파손이 일어나면.. 그건 좀 상상하고 싶지 않구만. 아무튼, 내 첫번째 모데로이드는 이만하면.. 성공?

미니북 앞면
미니북 뒷면

원래 수집영역이 아닌 장난감이긴 하지만, 미묘한 데포르메 체형과 썩 괜찮아 보이는 조형에 마음이 이끌려 드륵드륵 돌려본 생물대도감 레프티의 다른 시리즈인 '공룡'. 공룡이라고 하면 서브컬쳐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게는 어지간하면 실패하지 않는 이름이긴 하지. 가샤퐁 기계가 내놓은 캡슐 2종은 다행히 겹치지 않고 다른 종류인데, 이 상품의 라인업은 티라노 사우루스가 3종 색놀이, 트리케라톱스가 2종 색놀이로 해서 총 5종이라는 구성.

3. 티라노사우루스(그린)

정면. 눈과 이빨이 인상적.
살짝 옆에서. 조형이 썩 좋다.
옆에서. 뭔가 고지라 같은 느낌.
등짝. 축이 좀 휘어 졌네;;
고전게임 '원시도' 타이틀 같은...
티라노사우루스의 느낌을 모두 낸다

아마 나 어릴 적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가장 인기가 많은 공룡 중 하나가 아닐까 싶은, 티라노 사우루스 렉스. 이 라인업에서는 그냥 '티라노사우루스'라고만 적혀있긴 한데, 아무튼 입에 붙은 익숙한 티렉스. 퇴화된 것과 같아 보이는 무쓸모한 느낌의 앞발도 그렇고, 실로 튼실한 다리와 넉넉한 가동범위를 가진 머리와 꼬리를 활용하여 작지만 넉넉한 포징을 즐길 수 있는 재미있는 미니피규어 라고 할 수 있겠다. 다른 2종은 동일한 조형에 라이트와 다크 라는 2가지 색을 갖고 있다고 하는데, 딱히 색만 다른 걸 더 모을 것까지는 아니라서.

5. 트리케라톱스(그린)

트리케라톱스 정면
살짝옆에서. 공룡좋아보이는 표정.
옆에서봐도 웃는 상.
등짝. 별거 없다.

가동은 뭔가 귀엽다.

5종 중 2종을 차지하고 있는 트리케라톱스도 하나 나와주었다. 인상부터 못되게 보이는 티라노와는 달리, 트리케라톱스는 사람좋은 옆집 공룡아저씨 같은 푸근한 인상을 갖고 있다. 입과 머리, 4개의 다리가 움직이긴 하지만 꼬리나 다른 움직임이 없어서인가 가동률이 아쉽다는 느낌을 주긴 한다. 다만, 뿔과 피부의 도색과 조형이 뛰어난데다 가동률이 아쉬워도 인상이 충분히 달라지는 포징으로 느껴지는 것이 실제로 그리 아쉽다는 느낌이 들지 않기도 하고.

트리케라톱스와 티라노사우루스 였습니다.

사실 생물대도감 시리즈는 대단하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딱히 질러보자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었는데, 내가 파충류를 좋아하는 건지 그냥 뭐 지를거 없나 두리번거리는 틈에 들어온건지 아무튼 앞에 포스트를 남긴 '악어'와 함께 들여본 공룡 두 마리 되겠다. 귀엽다면 귀엽고 멋있다면 멋진 두 마리가, 꽤나 마음에 든다. 다른 가샤퐁들과 함께 두면 더욱 좋...을만한 놈들이 있던가.. 흠.

조금 찌그러진 박스
박스 옆면
박스 내 구성물

2021년, 오랫만의 한국 어린이대상 컨텐츠로 어지간하면 망하지 않을 아이템인 '공룡'을 소재로 특촬물이 하나 등장한다. '아머드사우루스'가 그것인데, 개인적으로 관심은 있었으나 어린이용 영상물을 챙겨볼 정도의 마음의 여유도 없었고 한참 코로나 중이었던 지라 다른 것에 더 많은 신경을 쓰다가 어떻게 방영이 되었고 평가를 받았는지, 완구는 뭐가 나왔는지도 제대로 챙겨보지 않고 넘어가게 되었다. 그리고, 어느날 오프라인 아이쇼핑을 다니다가.. 박스가 찌그려졌다는 이유로 할인해서 판매하고 있는 이걸 보고 아 맞다.. 하고 하나 집어들어 보게 되었다.

정면에선 뭐가 뭔지..
머리가 엄청크다. 맘에 들어.
옆에서. 구조도 단순하다.
등짝. 꼬리도 살짝 움직인다.

기본적으로 머리가 대단히 큰, 아기 공룡같은 느낌의 데포르메 디자인의 완구되겠다. 다리와 발목, 꼬리와 머리에 관절이 있어 어느 정도 가동은 되지만, 저정도 가동 포인트로는 4족보행형 장난감은 크게 가동을 실감하긴 어렵긴 하다. 머리 위에 스위치가 있어서 스위치를 누르면 안구가 올라가며 원래는 빛과 소리가 발생해야 하지만.. 오래된 상품이라 그런가 배터리가 방전된건지 내부 기판에 손상이 있는 건지 작동은 하지 않았다...

스위치를 누르면 입과 눈동자가 움직인다
기본적으로 눈과 입은 이런 위치
반다이 생물대도감의 트리케라톱스와 함께

어차피 가동을 즐기며 갖고 놀 목적으로 구매한 건 아니고, 개인적인 취향에 맞는 거대한 머리와 앙증맞은 몸통을 가진 귀여운 킷을 부담없이 하나 가져보고 싶었...더랬다. 딱히 원작을 찾아보거나 나머지 3종을 마저 구해서 4종 세트를 맞출 생각은 없으니 아머드사우루스는 이 정도로만 만져 보는 걸로. 그런데 공룡이라고 하니... 흠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