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kishen의 기억 제4막 - 색선희준 블로그

7. 산방산으로 이동

협재를 떠나 산방산 가는 길에

유채꽃이 어느 장소에서 유채꽃을 등지고 찍은 바닷가

제주를 일주하면서 여행한다는 것이 컨셉 중 하나였기에, 최대한 바다가 보이는 길을 선택해서 이동했는데, 첫날과는 달리 화창한 날씨 덕분에 이동 자체가 즐거웠더랬다. 비수기의 평일에 제주 바닷가를 달리는 기분 자체도 상쾌했고, 컨디션도 좋았기에 그야말로 날씨도 좋고 기분도 좋고 아무튼 이래저래 좋았던 것이다...

저 멀리 보이는 산방산
유채꽃이 많이 피어있었다.
하늘과 바다와 유채꽃

산방산은 유채꽃과 용머리해안이 유명한 장소였는데, 이동하는 길에 유채꽃밭이 보여서 잠시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으려고 내렸는데... 대단한 바닷바람 덕분에 바람에 쫓기듯 사진을 찍고 차에 올랐다. 바람이 강력했던지라, 사진으로는 알 수 없이 계속 흔들리는 꽃들과... 순식간에 강렬한 추위가 눈과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기묘하게도 차 안은 화창한 날씨 덕에 온실처럼 따뜻했고, 산방산 아래의 유채꽃밭을 찾아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삼방산과 유채꽃
삼방산은 손에 올라가지 않았다
꽃 한 떨기를 가까이서
뭔가 잘 찍힌 거 같은..
꽤나 신기하게 생긴 산방산
이 근방 꽃밭은 돈을 받더라

산방산 아래의 유채꽃밭은 상당히 유명한 관광지라는 느낌이었는데, 꽃밭 구역마다 담당자들이 지키고 서서 대체로 1천원의 입장료를 받고 있었다. 그걸 뭐 돈을 받냐... 하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지만, 1천원이라는 큰 부담없는 금액을 지불함으로서 이 돈 값을 내가 하고 말겠다는 어떠한 의욕이 이는 것이 사실이었다. 사진을 열심히 찍기는 했으나 역시 춥고 바람불고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내 1천원이 없어진거야...라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그래도 나름 그럴듯한 사진을 못 건진건 또 아니긴 했다. 여기다 올릴 성격의 사진이 아니긴 하지만.

8. 용머리해안~커피스케치

용머리 해안은 썰물일 때만 입장이 가능한 해안으로, 시간제한과 입장료가 있는 곳이었다. 산방산 아래에 있는 산방산랜드에 차를 세워놓고, 용머리해안쪽으로 걸어서 이동했다. 가는 동안 산정호수가 떠오르는 작은 놀이공원을 볼 수 있었고, 저멀리 산방산 중턱에 보이는 거대한 금색 불상도 볼 수 있었다. 입장료를 지불하고 용머리해안을 쭉 걸어서 이동하는데, 실로 대단한 경치를 볼 수 있었다. 우리 일행과 비슷한 속도로 이동하던 일단의 형님들이 굉장히 유쾌하게 사진을 찍으면서 이동하셔서, 말을 섞지는 않았지만 덩달아 즐겁게 유람할 수 있었다. 대단한 경치는 좋았지만, 평평한 바닥이 아니다보니 어르신들이나 아이들에게는 살짝 위험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용머리 해안을 도는 것은 은근히 체력이 필요하기도 했고, 슬슬 다리를 쉬고 싶기도 해서 다시 입구 쪽으로 돌아와서 커피스케치 라는 카페에 자리를 잡고 잠시 쉬기로 했다. 저녁을 먹기까지는 아직 시간도 있었고 살짝 지친감도 있어서 였을까, 꾸덕한 치즈케잌과 커피가 매우 반가운 기분이 들었다. 창 밖에 보이는 기후변화홍보관의 간판을 보며 기후위기를 잠시 생각하며, 다리와 머리를 잠시 쉬어보았다.

멀리서도 잘 보이는 산방산의 불상
실로 거대한 부처님

창 밖에 보이는 젊은 관광객 무리는 활기차게 사진을 찍었고, 아직 입장이 가능한 시간이었기 때문에 입장객은 끊기지 않았다. 상상할 수 없는 세월이 쌓여있음을 보여주는 해안의 단층과, 꾸덕한 치즈케잌과,  투명했던 물 속의 작은 성게와, 이따 먹을 저녁과, 조금씩 저물어가는 하늘을 바라보다, 해가 지기 전에가 가려했던 다음 일정을 생각하며 슬슬 주차장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사진이 많아서 그런가.. 2일차 03에서 계속...

5. 숙소에서의 아침

숙소에서 바라본 오전의 해변

타임랩스로 찍어본 동 틀 무렵

숙소 옥상에서 바라본 해변

여행을 다니면서, 숙소를 어떻게 이용하는 것이 좋을까? 여행을 기획하면서, 아내는 숙소에서 시간을 조금 보낼 수 있는 여유로운 오전을 생각했던 것 같다. 그리고, 여행 첫 날의 숙소는 전날 밤에 봤던 것과 같이 방에서 보이는 풍경이 정말 좋아서 창 밖을 바라보며 쉬는 것만으로도 좋은 시간을 보내기로 했었다. 물론 아무것도 안하고 쉬는 것을 못하는 인간인지라, 기어이 들고 왔던 모빌슈트 앙상블을 만들고 제주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긴 했지만...

바다 넘어 비양도가 보이는 풍경을 바라보고, 옥상에 올라 풍경을 바라보기도 하면서 바다의 풍광을 즐기고 있노라니, 구름이 물러가면서 화창한 하늘을 볼 수 있었다. 연신 사진을 찍어댔지만, 그렇게 찍은 사진들은 어째 건질만한 사진이 많지 않은 법.. 이 포스트를 작성하면서도 사진을 고르느라 시간을 참 많이 써 버린 것 같다.

그렇게 한참 바다를 구경하고 바람을 맞다가, 체크아웃 시간이 되어 점심을 먹으러 이동하기로 했다. 사실 아침식사를 어제 못 다 먹고 챙겨온 튀김과 도넛으로 대신한 덕분에, 위를 조금 쉴 수는 있었지만 그새 늘어나버린 위는 또 다시 배고픔을 알리기도 했다. 친절한 사장님과 인사를 나누고 첫 날 숙소 '제주기역'을 뒤로 하고, 점심식사로 찾아두었던 보말칼국수를 먹으러 이동했다. 거리가 대단히 미묘해서, 일단은 차량으로 이동했는데 걸을 걸 그랬나.. 하는 후회가 살짝 들었다.

6. 중식~후식

보말칼국수 맛집 담다
식당 내부
메뉴. 칼국수와 전을 시켜보았다.
보말매생이 칼국수와 보말전

보말은 바다 고동 내지는 골뱅이 같은 느낌이었는데, 보말전의 경우 상당이 빠삭하게 구워낸지라 아작아작한 식감이 좋았다. 매생이를 넣은 칼국수는 부담없는 국물이 숙취에 도움이 될 것 같은 식감과 향이 매우 좋았다. 이 집은 밑반찬들도 맛이 좋아서, 양을 조절해가며 시키긴 했지만 밑반찬들까지 모두 맛있게 먹어치웠더랬다.

땅콩 아이스크림과 한라봉차..였나
여기서도 열일한 드라이플라워

식사를 마치고 근처에 뷰맛집으로 유명한 쉼표라는 카페로 이동했는데, 카페 2층 창가가 과연 뷰맛집이라는 별명을 얻을만했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2층은 이미 자리가 없었더랬다... 다행히 1층 창가에도 괜찮은 자리가 있어서 얼른 자리를 잡고 우도 특산품 땅콩 아이스크림과 한라봉차..로 기억하는 음료를 시켜 잠시 또 바다를 바라보며 차와 빙과를 즐겼다. 뷰와 인테리어는 상당히 좋았지만, 차와 아이스크림은 보통...이라는 느낌이었는데, 이 카페의 후기를 찾아보니 카페 안에서의 우수한 뷰와 옥상의 사진 촬영 포인트가 핵심인 곳이었더랬다. 나가는 길에 옥상에 들러 사진을 좀 찍어보긴 했지만, 바람이 너무 불어서 인생샷..은 전혀 건지지 못했다.

이동 중에 예쁜 건물
이동 중에 풍력발전기

...일어나서 밥먹고 차마시고 바다 실컷 본 이야기만 했는데, 사진이 많아서 페이지가 길어지는 느낌이라... 나머지 이야기는 02로 넘겨본다. 아무튼, 점심 먹고 차마시고 쉬다가 다음 목적지인 산방산을 향해 이동하기로 했다...

우연히 날으는 새가 찍혀서 그냥

4. 숙소~협재 게스트하우스 제주기역

한담공원을 뒤로 하고 숙소가 있는 협재 쪽으로 이동하였다. 역시 내비게이션을 조금씩 무시하면서 해변을 지나며 운행하였는데, 덕분에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시간이 조금씩 늘어나는 경험을 하였다. 역시 이것도 여행 내내 겪게 되는 현상이었는데, 제주의 도로는 속도 제한이 30 또는 60인 경우가 많아서 육지의 고속도로를 생각하면 다소 답답했다. 하지만 내가 가는 루트를 가는 차량이 많지 않아서 그랬는지, 도로에 대한 기억은 대체로 쾌적했다. 다만, 3월 초라는 비수기에 떠난 여행이었기에.. 거의 1차로인 이 도로들이 과연 성수기에는 어떨까 하는 걱정도 살짝 드는 것이었다.

드라이플라워가 빛을 발했다.
숙소에서 바라본 풍경. 정말 뷰가 좋은 방이었다.

숙소는 협재에 위치한 제주기역 이라는 곳이었는데, 해변에 완전히 인접한 게스트하우스였다. 직접 안내해주는 멘트에서도 볼 수 있듯이 찾아가는 길이 쉽지 않았다. 차량으로는 들어갈 수 없는 골목을 찾지 못해서, 주차장에서 제법 떨어진 장소까지 한 번 헛다리를 짚었는데, 이정표를 찾기 위해서라도 스마트폰의 지도만 믿지 말고 햇빛이 있을 때 찾아가는 것이 좋겠다 싶었다. 2층에 위치한 방은 약간 작았지만, 그야말로 뷰가 대단히 좋은 방이었다.

타임랩스로 촬영해본 숙소 앞 해변
타임랩스로 촬영해 본 숙소 앞 해변

이 날 일기예보에서 봤던 비는 오지 않았지만, 위 영상들과 같이 구름이 많아서 석양을 볼 수는 없었다. 각도도 살짝 안맞기도 했고... 방에서 풍경을 바라보며 지친 위장과 함께 피곤한 몸을 잠시 쉬며 저녁시간을 기다렸다. 그리고 저녁시간보다는 살짝 늦게, 차를 몰고 저녁식사 장소로 이동하였다. 협재 밤길은 매우 한적했고, 낮에는 볼 수 없던 추월택시를 만나기도 하고, 신호없는 사거리를 눈치껏 통과해야 하는 경험을 하기도 했다. 그렇게 찾아간 곳은, 고등어회와 딱새우회가 맛있다는 블랙씨걸 이라는 해산물 식당이었다.

5. 석식~취침

차를 세우고 가는 길에 엄청난 수의 갈매기들을 보았다...
식당 앞에서

나름 이 쪽에서는 유명한 곳 같았는데, 우리가 들렀던 모든 곳에서 그러했듯 사장님도 친절하시고 음식도 정말 맛있었다. 메인으로 주문한 고등어회와 딱새우 외에, 흔히 말하는 '쓰끼다시'도 매우 충실해서 셀프로 리필해서 먹을 수 있는 메뉴들도 놓치가 아까운 맛들이었다. 부지런히 먹었지만 결국 후식으로 제공되는 튀김과 매운탕은 끝내 먹지 못하고, 튀김만 포장해서 다음날을 도모하기로 했다. 

딱새우와 고등어회를 시켰다
고등어회. 매우 맛있었다.
딱새우. 맛있는거 아는데.. 가격도 매우 좋았다.
정말 맛있었던 고등어
그야말로 입에서 녹는 딱새우
차림표. 또 가고 싶다..

점심에 이어 저녁도 위장을 괴롭히게 된 셈이라, 숙소로 돌아오기 전에 식당 근처의 밤길을 살짝 산책하기로 했다. 사람은 물론이요, 차량도 거의 지나가지 않는 밤길을 둘이서 이야기를 나누며 걷는데, 길 가의 바닷가와 길 바닥에 설치된 불빛, 구름 사이로 우리를 내려다보는 오리온 자리는 약간은 불쾌할 수도 있을 포만감을 잊게 해주는 여유로움을 느끼게 해 주었다.

 그렇게 제법 긴 거리를 걸었지만 지친 위장은 별로 소화가 진행된 느낌없이 다시 차량에 도착했다. 그리고 숙소로 돌아가, 부른 배를 두드리며 잠자리에 들었다. 

숙소 앞에서 바라본 협재해변
비양도에 보이는 등대 불빛
숙소 1층은 카페인데, 날이 좋을 때가 기대된다
잠들기 전에 마지막으로. 바다 너머 비양도가 보인다.

1일차 마무리. 다음은 결혼 10주년 여행2일차~01로... 두 번으로 나눠지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