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kishen의 기억 제4막 - 색선희준 블로그

더 현대안에 걸려있던 광고판
통로에 붙어있던 광고판

늘 지나다니는 출근길에 붙어있던 이 전시회의 광고판을 보고, 언뜻 귀여워 보이는 고양이 그림이지만 뭔가 느낌이 심상치 않다는 생각을 했던게 대충 두어달 전이었던 것 같다. 유코 히구치가 어떤 작가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림 하나하나에 들어있는 정보량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고, 일단 고양이가 테마인 것 같아서 아내와 함께 시간을 내어 방문해 본 전시회되겠다. 장소는 여의도의 명소가 된 '더 현대' 6층 전시관 ALT.1 이고, 성인 기준 입장료는 2만원. 다만, 5층의 행사장 입장 QR을 통해 예약 등록만 해도 할인을 받을 수 있고, 티켓 예매 사이트를 검색해 보면 최소 하루 전에 사전예약을 하면 할인을 받을 수도 있다. 

티켓을 구매하면 받을 수 있다
입장시 티켓 커팅과 함께 받을 수 있다.

평일임에도 사람이 많은 더 현대에 주차를 마치고 6층을 향해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했다. 엘리베이터를 타는게 더 빠르긴 하지만, 자주 가는 공간은 아니었기에 구경삼아 올라가 일부러 에스컬레이터를 탔는데, 지하 1층인가에 드래곤볼 팝업스토어가 있어서 잠깐 들르긴 했다. 좋은 아이쇼핑 공간이긴 하였으나 딱히 내 구매욕을 자극하지는.... 아무튼, 그렇게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더 현대의 각 층을 구경하며 6층으로 올라가, 전시장을 찾아 티켓을 구매하고 입장해 보았다.

입구의 간단한 작가 설명
처음 들어가면 이런 느낌

기본적으로 이 전시회는 촬영이 자유롭긴 하나, 하나의 작품을 단독으로 촬영하는 것은 금지이며 중간중간 스텝들이 두 장 이상의 작품이 한 화면에 담기도록 촬영해 달라는 요청을 해온다. 또한, QR 코드를 통해 H.포인트 앱을 설치하고 이어폰을 갖고 있다면, 오디오로 설명을 들을 수도 있는 것... 같았다. 몰랐는데, 중간부터 큐레이터가 각 전시 섹션에서 작품 세계와 작가에 대한 설명을 진행하길래 도중부터 합류하여 설명을 들으며 관람하기도 했다. 기본적으로 작품들 자체가 흥미롭고 많은 정보를 담고 있는데, 설명과 함께 관람하면 더욱 잘 이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울트라세븐의 거츠 성인...?
좌측 상단의 작품은 울트라G...

'귀여운 고양이' 캐릭터에 홀려서 이 전시를 관람하려고 생각했다면, 첫 섹션부터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는 작품세계를 맞이하게 될지 모른다. 나는 왜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첫 섹션에서 마주친 '에일리언 거트'라는 설명이 붙은 '거츠 성인' 작품을 보고 이 작가가 일본인이라는 것을 다시금 상기하게 되었다. 이후 엄청난 양이 전시되어 있는 작품들은, 기본적으로는 작가가 표현하고 그리고 싶은 캐릭터들이 가득한데, 그것이 이 작가가 일본인이며 일본의 서브컬쳐들에게서 어느 정도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하는 짐작이 들게 하는 것이었다. 

포스터와 광고판에 등장하는 작가의 대표적인 캐릭터 '구스타브 군'

작가의 작품들 속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캐릭터 중 하나인 '구스타브 군'은 일견 더듬이가 달린 귀여운 고양이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양손은 뱀이고 다리는 문어같은 형태이다. 솜솜 뜯어보면 그로테스크하게 보일 수도 있고 그 나름 귀여워 보이기도 하는 복잡한 느낌의 캐릭터인데, 순진무구한 고양이 얼굴 덕분에 친근하게 다가오는 장점이 있다. 이 외에도 '잡화점'을 운영하는 고양이 '보리스'와, 구스타브 군 만큼이나 자주 등장하는 '히또쯔메 쨩(외눈박이쨩)', '상냥한 악어씨', 고양이 봉제인형이면서 고양이가 되고 싶은 '양꼬'와 양꼬와 가깝게 지내는 진짜 고양이 '냥꼬', '몸이 매우 긴 엄마 고양이' 등 나름 작가의 세계관을 지탱하는 '메인 캐릭터'들이 존재하며 작가의 그림책 작품들에도 등장하여 그 세계관을 형태와 이야기로 남기도 있다...고 생각한다. 

일본의 '키스 해이 전시회' 홍보용 콜라보 작품
고스트버스터즈 오마쥬로 보이는 구스타브군과 히또쯔메쨩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재해석 포스터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와 '이벤트 호라이즌'의 재해석 포스터

작가 '유코 히구치'는 단순히 캐릭터 일러스트레이터가 아니라, 영화나 다른 예술가들에도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일본의 '키스 해링 전시회'의 홍보용으로 제작한 일러스트를 보면 '구스타브군'과 '몸이 매우 긴 고양이'라는 본인의 캐릭터를 활용하여 '키스 해링'의 대표작들을 오마쥬하고 있는데, 일반인의 눈으로 봐도 매우 재미있는 센스를 보여준다는 느낌이 들었다.

또한, 애니메이션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나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등의 영화 포스터를 자신만의 해석으로 다시 그린 포스터들이 다수 전시되어 있는 섹션도 준비되어 있어서 이 작가가 영화 또한 매우 사랑한다는 사실과 그 재해석을 통해서 본인의 세계관을 표현하고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실제로, 사람에 따라서는 작품의 귀여움보다 기괴함이 더 크게 보일 지도 모르겠다.

한 편, 전시 종반에 다다르면 위와 같은 문구가 벽에 씌여있는 것을 보게 된다. 확실히, 고양이의 하반신이 문어이고 양팔이 뱀인 캐릭터가 매우 자주 등장하고 있다던가, 인간 소녀의 사랑을 받는 악어(가죽이나 근육이 매우 리얼하다)라던가, 여기저기 수없이 등장하는 안구, 심장이나 내장이 드러나있는 것 그 자체가 캐릭터가 되어 있는 등 사람에 따라서는 이 작가의 작품들은 얼핏 보이는 귀여운 고양이의 얼굴이 다가 아니라 사실은 어둡고 기괴하다는 생각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전시되어 있는 많은 작품들이, 많은 정보량 탓에 들여다보면 볼수록 이게 뭐지?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기도 하니까. 나는 이러한 작가의 세계관이나 캐릭터들이 일본의 서브컬쳐(울트라맨이라던가)의 영향이 있는 것이라고 감히 생각해 본다. ...반박시 제가 다 틀립니다 네네.

흔히 잘 알고 있는 '박쥐 동화'
후반 섹션으로 이동하는 통로의 디자인
잘 안보이지만, 수채화 물감의 각 색에 맞춘 일러스트 모음집
'바벨탑' 이야기를 다룬 일러스트들
황도 12궁 전시. 이 오른쪽으로 쭉 있다.
구스타브군 일러스트 제작 과정 영상. 귀엽다!

위에 영화포스터의 재해석 섹션도 있지만 이 외에도 수채화 물감의 각 색에 따른 동물이나 정물을 그려넣은 작은 일러스트 모음집이라던가, '바벨탑' 이야기에 작가의 캐릭터들을 집어넣은 '바벨' 작품집이라던가, 짐승과 새들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던 '박쥐' 동화를 다룬 이야기라던가... 다양한 작품들이 수많은 정보량을 담고 전시회장에 가득차 있었다. 작품들 중에는 상당한 양의 텍스트가 들어있는 작품들이 다수 있었는데, 일본어가 대다수이다보니 해석이 안되어 그 작품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실례로, 중간에 '상냥한 악어씨'가 '구스타브 군'에게 "너는 고양이인거야, 뱀인거야, 문어인거야?" 라고 물어보자 구스타브 군이 "고양이일거야. 아마"라고 심드렁하게 대답하는 일러스트가 있었는데, 모두 일본어로만 적혀있어서 제대로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지 않을까 싶었다. 이걸 모두 번역하여 함께 전시하기에는 작품의 양과 각 작품이 담고 있는 정보량이 어마어마하기에 주최측으로서도 쉽지 않았을거라는 생각도 들고.

늘 그렇듯, 전시회 마지막에는 굿즈샵도 있고 작가의 대표적인 캐릭터들이 들어있는 미니 피규어 들도 있었다. 도록이나 화집도 약간은 탐이 났지만, 크게 뭘 지르지는 않고 전시장을 빠져나왔다. 여기 올려놓은 사진들의 백배 이상의 작품들이 전시장을 가득 채우고 있으니, 독특하고 귀여우면서 때로는 그로테스크한 작품들을 찬찬히 둘러보고 싶은 분들은 여의도를 찾아보심이 어떨지.

컨버지 SB 넬 아가마 혼웹박스

언젠가 리뷰했던 컨버지 SB 아가마 에 이어 발매되었던 넬 아가마. 넬 아가마라는 이름은 '아가마와 닮은 것'이라는 뜻이라던가. 아무튼, 요 넬 아가마를 받은지 시간이 꽤 흘렀는데, 문득 눈에 띄어 잡히는대로 사진을 찍어서 요렇게 올려본다. 좀 받으면 받은대로 바로바로 올리면 참 좋겠지만.. 늘 이 게으름이 문제다. 아무튼, 혼웹 한정으로 나온 '넬 아가마' 되겠다. 

속박스 정면
박스 등짝
둘둘말려 포장되어 있다

이전 아가마가 정사각형에 가까운 박스 형태였던데 반해, 이 넬 아가마는 가로로 넓은 형태의 직사각형 박스이다. 완충제없이 포장 박스에 꽉 찬 박스가 들어있고, 박스 안에 다시 한 번 골판지로 된 속 상자 안에 뽁뽁이 비닐로 둘러싸인 부품들이 포장되어 있다. 내 것만 그런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조립 설명서가 따로 없어서 살짝 당황스러웠는데, 박스아트를 잘 보고 형태에 맞춰 조립하면 크게 어려울 것도 없었다. 다만...

죄측 주익..이라고 해야 하나. 연결 돌기가 손상된 상태로 포장되어 있었다. 잘려가간 돌기도 없음...

반다이의  QC는 종종 실제로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상황이 내게도 일어나는데, 이번에도 문제가 있었다. 부품누락은 아니었지만, 좌측 주익에 해당하는 부품을 동체에 꽂는 놀기가 절단된 상태로 포장되어 있었다. 이러면 조립이 불가능한 상황..이긴 했는데, 그냥 또 이러네...라고 생각하면서 그냥 순접으로 접착해버렸다. 돌기는 없었지만, 돌기가 붙어있었어야 할 부분이 동체에 자리를 잘 잡게 되어 있는 디자인인지라 형태적으로 큰 문제 없이 접착할 수 있었다. 그나저나 반다이가 나를 싫어하나....

넬 아가마 정면
살짝 옆에서
뒷쪽에서 본 모습
중앙 캐터펄트 하단의 메가입자포는 부품교체식

넬 아가마는 최초 [기동전사 ZZ건담]에서 등장한 전함인데, 훗날 [기동전사 건담U.C] 에서도 아군 주력 전함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다만, U.C 에서의 모습은 디테일이 추가되고 변경되고 해서 비교적 다른 인상을 주는데, 2024년 12월 시점에서 이 [U.C버전 넬 아가마]도 컨버지 SB로 등장하기로 되어 있으며 예약도 종료되었다. 예전의 아가마도 그렇지만, 사이즈가 작다는 점을 제외하면 디테일이나 데포르메된 형태 모두 썩 마음에 든다고 하겠다. ...부품오류만 없다면 말이지...

메가라이더도 부속
네오코어파이터도 부속...너무 큰데?

전함킷이다 보니 일부 포들이 좌우로 조금씩 움직일 수 있는 점을 제외하면 딱히 가동요소랄 것이 존재하지 않는데, 서비스로 '메가라이더'와 ZZ건담의 코어파이터인 '네오 코어파이터'가 들어있다. 캐터펄트에 올리기 좋은 사이즈로 들어있는 것은 좋은데, 네오 코어파이터의 크기가 매우 거대해서 살짝 당황스럽긴 하다. 데포르메 피규어의 부록이니 이해 못할 것도 없긴 하지만.

컨버지 SB 넬 아가마 였습니다.

ZZ건담을 좋아했던지라 이 넬 아가마도 무작정 좋아했었는데, 전함 피규어나 킷이 흔하지 않다보니 접할 기회가 없었더랬다. 아마 '코스모플리트' 시리즈로는 나왔던 걸로 기억하긴 하는데... 그 라인업도 단종된지가 오래기도 하고 그 쪽은 리얼 프로포션을 중시한 소형 피규어면서도 나름 고가였다는 이유로 가져보지 못했더랬다.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이렇게 멋진 모습으로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이 감개무량하면서도 무척 즐겁다. U.C판 넬 아가마가 도착하면 언젠가 같이 나란히 늘어놓을 수 있길 기대하면서...

박스 정면
박스 등짝

지금은 굉장한 수량과 엄청나게 다양한 장르와 역사를 자랑하는 피규어 라인업이 된 '월드 컬렉터블 피규어', 소위 [월콜]. 거창하게 설명하긴 했지만, 나는 당연히 그 모든 컬렉션을 모을 생각도 없고, 원피스는 오로지 '보아 핸콕'만이 존재의 이유인 작품이라... 종종 눈에 띄는 합리적인 가격의 제품들을 구매하긴 한다. 시간이 지나면 단종이 되고, 그러면 더 이상 신품을 제대로 구하기 힘든 제품군이다보니 뒤늦게 수집을 시작하면 구매 난이도도 높고 가격도 정가와는 좀 차이가 있는 가격을 지불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박스 내 구성. 매우 심플하고, 내부 미개봉이었다.

일전에 부천의 모 피규어샵을 구경하다가, 매대에 개봉품이라는 설명이 붙은 이 제품을 발견해서 주저없이 구매했다가 간단히 리뷰해 본다. 사실 요 제품은 존재를 꽤 늦게 알아서 온라인 상으로 구하기가 간단치 않았던 제품으로 기억에 남아있다보니 주저없이 집어들었던 것도 사실이고.

보아 핸콕 정면
살짝 옆에서
뒷면
월콜 휘 KG06 보아 핸콕 이었습니다.

월콜은 특성상 데포르메 된 비율로 되어 있다보니 외모가 아름답거나 멋진 것이 특징인 캐릭터들의 경우 원본의 느낌을 약간은 망치는 경우도 있는 것이 사실인데, 요 핸콕은 원본의 매력을 잘 살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발매될 '월콜 스페셜' 라인업으로 발표된 핸콕은 조금... 걱정이 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보니 이 KG06 핸콕이 괜히 더 좋아보이는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이다. 아무튼, 뒤늦게라도 갖고 싶던 컬렉션을 하나 늘려서 뿌듯한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