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241005, 2일차-1~사이타마 중고샵, GIGO 3호관
전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늦게 잠들었지만, 직장인의 신체시계는 주말에도 작동하는 법. 조금 이른 기상과 함께 인터넷을 조금 구경하다가, 이윽고 일어난 동생 내외와 함께 가볍게 아침을 먹었다. 아침부터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가운데, 사이타마에 살고있는 지인과 합류하기 위해 동생의 차에 몸을 실었다. 빗속을 조금 달려 지인이 알려준 장소에 도착해 오랫만...일 뻔 했지만 지인의 한국방문 덕에 1개월도 안되어 다시 만난 반가움을 나눴다. 이 날은 지인의 차로 바꿔타고 도쿄 아키하바라로 출발할 예정이었는데, 그 전에 사이타마의 명물 중고 매장을 잠시 들러보기로 했다.
- 撃鉄(사이타마 소카시)
撃鉄(격철, 게키데쯔) 은 보통 공이치기 또는 해머라고 부르는 총기의 부위를 말한다. 이 중고샵은 기본적으로 BB탄 총, 쉽게 말해 장난감 총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곳으로 사이타마나 치바 등지에 위치한 일본의 BB탄 서바이벌 플레이어들을 위한 매장이라고 하겠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막 오픈한 참이었는데, 1층 입구에서부터 잊고 있던 BB탄 총에 대한 욕망을 불사르는 아이템들이 쭉 늘어서 있었다. 벽에 전시되어 있는 제품들을 향한 군침을 속으로만 흘리며 2층으로 올라가 보니 2층은 피규어, 프라모델 등을 포함한 대량의 중고 물품이 가득한 곳이었다. BB탄 총은 나름 가격이 좋은 편인 듯 하지만, 중고 피규어, 프라모델 쪽은 그야말로 리셀샵이라는 느낌이라 할 수 있겠다. 사진을 올려두지는 않겠지만, 가격보다는 요즘 쉽게 보이지 않는 중고 프라모델을 찾는 것을 목표로 하는 분들이라면 한 번 쯤 들러볼만한 곳이 아닌가 싶었다.
- 쓰루가야(사이타마 소카시)
레트로게임을 비롯한 서브컬쳐를 좋아한다면 국내에서도 나름 유명한 쓰루가야. 위의 격철과 약간의 거리를 두고 마주보고 있으며, 격철보다는 오픈시간이 조금 더 늦는 느낌이었다. 지방 소도시다보니 물건이 그리 많지는 않은가... 라는 생각을 잠시 했지만, 지난 번 후쿠오카 쓰루가야도 매물이 아주 넉넉하다는 느낌이 없었던 걸 생각하면 이 정도면 대단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래된 그리운 게임들, 이름만 들어봤던 게임들, 상당히 합리적인 가격에 진열되어 있던 PS1~3 중고 게임들을 둘러보다 보니, 간단히 먹은 아침이 제공한 칼로리가 이미 다 소진된 느낌이 들어 점심도 먹고 오후 일정도 시작할 겸 아키하바라로 향했다. 사실 아키하바라를 굉장히 오랫만에 가는지라, 어디를 갈까.. 하다가 현지에 거주하는 일행의 추천으로 아키하바라 UDX 3층을 목표로 이동했다.
- 경양식당 슈라쿠 (아키하바라 UDX)
생각해보면, 아키하바라를 그렇게 자주 왔던 것도 아니지만.. 왔어도 햄버거나 카레, 라멘 등 비교적 저렴한 곳을 자주 갔던 것 같다. ...아키바가 였나 하는 버거는 좀 고급진 느낌이었지만.. 그거 아직 있나하는 생각이 다녀온지 한참지나 기록을 남기면서 생각나는 걸 보면 아키하바라는 맥도날드나 고고카레가 전부였던가 싶기도 하고. 오로지 도보와 대중교통만을 생각하던 시절을 지나, 현지에 거주하는 일행 덕분에 차량으로 이동하는 호사를 누리며 줄을 좀 덜서는 식당을 골라 들어간 곳이 이 슈라쿠. 일행들은 다른 메뉴들을 시켰는데, 나는 이번에 최대한 한정판 위주로 먹어보자는 관광객 마인드였던 관계로 100주년 기념메뉴라는 '会い盛り丼아이모리동'을 주문해 보았다. 위 사진의 샐러드는 별도로 주문한 것이지만, 야채수프는 이 메뉴에 포함되어 있던 것. 튀김류에 사용할 소스가 따로 나와서 진한 소스에 밥 맛이 침식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점이 좋았고, 튀김의 재료들이 아주 고급지진 않지만 어딘가 한국의 오래된 반찬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해서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 쓰루가야~간판만 (아키하바라) / 아니메이트 트레이더스(아키하바라)
일행들과 왁자지껄 떠들며 점심을 마치고, 내 최대의 목적 중 하나였던 GIGO 레트로관을 향해 이동하다 또 잠시 아이쇼핑을 해보기로 했다. 내가 기억하는 아키하바라의 매장 배치와는 뭔가 좀 많이 달라져 있었는데, 오히려 내 입장에서 이동하기는 편했다. UDX 를 나와 1층 커피샵에서 음료를 하나씩 물고, 쓰루가야를 지나쳐 아니메이트트레이더스를 잠시 들렀다. 한국에서의 아니메이트는 중고 리셀 매장이라기보다는 서브컬쳐 서점 또는 팬시샵이라는 느낌이 강한데, 역시 아키바의 아니메이트는 내가 기억하는 그 아니메이트였다. 이런저런 레트로게임들을 뒤적거리는 것만으로도 한나절은 보낼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나름 귀해 보이는 게임들을 좀 구경하다... 구매를 잊고 있었던 B'z LIVE GYM 2023~STARS 의 블루레이 세트를 발견하고 결국 하나 지르고 말았다. 과연 틀어보긴 할 것인가 싶지만 지름이 뭐 필요한 걸 사는 행위던가. 갖고 싶은 걸 사는 것이지.
- GIGO 3호관 6층 레트로관
그리고 조금 더 걸어, GIGO 3호관에 입장할 수 있었다. 요즘 오락실이 다 그렇듯, 1층은 경품 게임으로 가득했고 에스컬레이터로 위로 이동하고 이동해서 현세대 게임들을 지나 6층에 도달해보니... 여기가 내가 기억하는 그 오락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버추어레이싱-데이토나2-스커드 레이스의 실기는 죄다 1플레이씩 즐겨보았고, 남코의 레이브 레이서와 타이토의 배틀기어3는 코인을 넣어볼까 망설이기만 하다가 한참 데모를 구경했다. 아웃러너즈는 마찬가지고... 사진에 담지 못한 레트로 레이싱게임들이 더 많이 있었고, 다음 사진들과 같은 건슈팅, 체감형 게임기, 그리고 아스트로 시티들도 잔뜩있는... 내 청춘의 오락실이 거기에 있었다.
나보다는 좀 더 형님 세대가 제대로 기억하실 테이블형 게임. 마리오 브라더스에 동키콩이라니....
체감형, 건슈팅 기기들도 잔뜩 있었는데, 2~30대로 보이는 서양 친구들이 잔뜩 달라붙어서 즐기고 있었다. 사진엔 없지만, 하오데1을 플레이했는데... 1스테이지 보스까지 가지도 못하고 죽어버렸다. 오른쪽 구석 영점이 엉망이었어!!!
어둡고 흐릿한 조명, 이 구석은 건슈팅, 저 구석은 리듬액션, 센터를 차지한 레이싱, 즐비한 아스트로시티에 설치된 스파2 5연작에 제로2, CVS2 까지.. 이 곳은 그냥 내 청춘이, 내 사랑이, 내 영혼이 자리잡고 있는 느낌이었다. 정비에 신경을 쓰는 일본 오락실이긴 해도 오래된 기기들이라 브라운관 화면의 상태들은 기체마다 제각각이었고, 건슈팅 들은 영점이 칼같이 맞아있다고 보기 힘들었고 기체들의 버튼과 레버는 상당한 사용감이긴 했지만... 다들 그럭저럭 즐길만 하다는, 그 시절의 컨디션을 보여주고 있었다. 은근히 동전을 먹는 기기들도 있었는데, 다행히 스탭들이 잘 대처해 주는 것이 좋았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2~30대 서양인들이 스파2 시리즈에 열광하는 건 조금 이해가 가지 않았다. 건슈팅이야 서양인들의 삶이라고는 하더라도...
마음은 여기서 하루 종일이라도 있고 싶었지만, 나 하나 때문에 발걸음을 해준 일행들도 있고 해서 대략 1시간 가량 추억에 젖어 시간을 보내다 다음 장소로 이동하기로 했다. ...나중에 1시간 정도 있었지? 라고 하니 다들 뜨악한 표정으로 쳐다보던걸 보면 좀 더 있었나 싶기도 하지만. 그런게 뭐 중요한가. 데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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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PCOM vs 데즈까 오사무~데즈카푸 파이팅유니버스 2 굿즈 일부
요 아래 포스트에서 다녀온 캡콤 VS. 데즈카 오사무 캐릭터즈 ~ 데즈카푸 파이팅 유니버스2 전시에서 구매한 굿즈의 일부를 따로 올려본다. 여행기에 다 포함할까 하다가, 포스트가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이 스티커는 쇼와레트로관에 입장하면 랜덤으로 주는, 빅쿠리만 포맷의 스티커이다. 번호를 보면 지금까지 15종 정도가 나온 거 같은데.. 이거 다 모으려면... 일옥을.. ...생각하지 않는게 낫겠지. 하지만 갖고 싶은걸...
아크릴 스탠드 굿즈를 한참 뒤적거리다, 결국 일러스트카드를 6종 구매하였다. 더 구매하고 싶었지만, 고르고 고른 것이 이 6종. 사실 위 일러스트 중 마지막에 있는 춘리가 레오를 안고 있는 일러스트는 아크릴 스탠드로도 판매하고 있었다고 하는데, 내가 방문했을 때는 이미 품절되어 다시 입고 예정이 없다고 하더라. 그리고 메루카리를 찾아보니.. ...그만 찾아보자. 사실 뭐 생각해보면 아크릴 스탠드나 일러스트나 뭐 그게 그거지. ...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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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241004, 1일차. 도끼와소トキワ荘
- 나리따 국제공항으로
코로나 상황이 대충 정리가 되고, 대일본환율이 많이 내려가고, 슬슬 일본이나 다시 놀러갈까 하는 생각이 들고 나서.. 두번째로 가는 일본. 지난 6월의 후쿠오카에서 돌아오며, 다음에는 오사카, 도쿄, 홋카이도 중 하나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그게 언제일지는 모르나 2024년이 가기 전에는...이라고 막연히 생각했더랬다. 그러던 것을 새로운 보금자리를 꾸민지 조금 시간이 흐른 동생을 만나기 위해서, 그리고 대충 20년지기를 넘어가는 친우가 제안한 공연 관람도 함께 하러 비교적 급히 날짜를 잡아 나리따행 비행기에 몸을 싣게 되었다...는 어느 덕후의 여행기를 짤막하게 적어본다.
이번에 이용한 항공편은 진에어로, 매우 오랫만에 가보는 인천공항 2터미널을 이용하게 되었다. 비행기 탑승 자체는 순조롭게 진행하였지만, 저가 항공사라 그런지 계속 이륙을 못하고 있다가 한참의 시간이 지나 하늘로 오르게 된 시간은 예정시간보다 1시간이 흐른 뒤였다. 공항에 도착하니 미리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던 동생 부부를 만날 수 있었고, 당초 잡았던 계획 중 하나를 취소하고 즉시 다음 일정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저가항공을 오랫만에 이용하느라 기내식이 없다는 것을 잊어버리는 바람에 아침부터 굶어버려서 주린 배를, 일본 맥도날드의 한정판 달구경버거=쓰끼미버거로 달래며 동생의 스바루에 몸을 싣고 도끼와장=도끼와소=豊島区立トキワ荘マンガミュージアム=도시마구립 토키와소 만화뮤지엄으로 향했다.
도끼와소는 과거 데즈까 오사무를 비롯한 일본만화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초석을 다진 작가들이 머물며 작품활동을 하던 건물로, 한 번은 해체했다가 새로 지어서 박물관으로 만든 건물...이라고 한다. 그리고, 여기서 게임메이커 '캡콤'이 컬래버레이션 전시회를 진행하는 것을 알게되어 이번 여행에서 가야할 곳으로 정했던 것이었다. 건물은 2층으로 구성되어 있고, 입구에서 입장료를 현금으로(여기는 카드를 받지 않는다) 지불하면 팜플렛과 티켓을 받아 2층으로 안내를 받게 된다. 2층은 과거 도끼와소의 각 방에 어떤 작가가 머물렀고 어떤 작품활동을 했는지 당시 물품들과 분위기를 재현한 뮤지엄으로 구성되어 있다. 다만, 2개의 방에는 무려 스트리트 파이터의 '류'와 '캐미' 패널이 있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촬영 스팟으로 되어 있었다.
2층을 둘러보고 나면 작은 엘리베이터로 1층으로 내려오게 되는데, 1층에는 대부분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나오면 특설 전시관의 출구가 보이고, 출구를 나서면 역대 캡콤의 격투게임 소프트웨어를 거의 모두 모아놓은 전시와, 컬래버레이션을 포함한 일러스트들의 전시가 보여서 눈이 매우 즐거워진다. 여기서 바로 굿즈를 사고 출구로 나갈 수도 있지만, 게임이 전시된 벽면 뒷편으로 특별전시관의 입구가 있어서 여기를 놓칠 수는 없게 되어 있다. 역시나 당연히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었지만, 서적과 인터넷의 사진들로만 봤던 게임 설정화들을 거대한 사이즈로 볼 수 있는 호사를 누릴 수 있었다. 뱀파이어, 사립 저스티스 학원 등의 캡콤 대전격투게임들의 자료들이 가득했고, 이 전시 특유의 컬래버레이션 일러스트들과 간단한 설명이 함께 하고 있기에 캡콤 게임의 팬이라면 시간을 내어 들러볼만한 가치가 있는 전시가 아닌가 싶었다.
전시를 다 보고, 굿즈를 조금 구매한 후 밖으로 나와, 티켓으로 이용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스팟, 쇼와레트로관으로 이동했다. 걸어서 5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있는 레트로관은, 사실상 스트리트 파이터6의 캐릭터 설정 전시로 이루어진 곳이다. 여기서 입장할 때, 입구의 관리인분에게 도끼와소에서 구매한 티켓을 보여주면 입장 기념으로 3종의 스티커 중에 하나를 랜덤으로 받을 수 있다. 웃으면서 절대로 원하는 걸 골라주지는 않는다던 관리인분의 멘트가 그야말로 단호했더랬다.. 입구의 스팟을 제외하면 이곳도 전체 사진촬영 금지로 되어 있는데, 스트리트 파이터 시리즈를 비롯한 캡콤 격투게임의 간단한 역사가 전시되어 있고, 스트리트 파이터 6 시즌1까지의 캐릭터들의 개발 중 디자인을 공개한 전시가 빼곡히 들어차 있다. 그리고, PS5 2대와 모니터 4대를 활용해서 최대 4명이 대전을 즐길 수 있는 스트리트 파이터6가 세팅되어 있기도 했다. 스파6의 팬이라면, 더더욱 여기는 무조건 들러봐야 할 것 같은 좋은 스팟이었다.
쇼와레트로관의 전시는 스트리트 파이터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하나하나 꼼꼼히 보고 싶은 내용이었고, 동행했던 동생 부부 또한 스파6를 재미있게 즐기고 있는 중이었기에 함께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다. 전시를 보고 나오니 해가 지고 있었고, 비가 오려고 폼을 잡고 있었다. 이 비는 여행 내내 나를 쫓아다니게 되었는데, 그건 뭐 아무래도 좋은 이야기이고. 동생의 차에 몸을 싣고 동생의 집으로 돌아오다가, 일본 카레의 자존심 고꼬이찌방야(...)에 들러 가끼후라이(굴튀김)을 올려 저녁을 먹고, 마트에 들러 안주로 먹을 푸딩을 사서 동생의 새 보금자리에 처음으로 들렀다. 웰컴드링크로 위스키 한 잔을 나눠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다음날 일정을 정리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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