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kishen의 기억 제4막 - 색선희준 블로그

행콕님 카드만 따로 구매해 보았다. 두웅!! 카드는 서비스로...

트레이딩 카드라는 물건은 참으로 자본주의적인 사행성 아이템이다. 원하는 그림이 그려진, 원하는 성능을 가진, 그런 카드를 갖고 싶어서 나올 때까지 박스를 까대고, 하다하다 못 구하면 결국 프리미엄을 주고 종이쪼가리 서너장을 사게 되는... 그런 아이템이다. 개인적으로 세계명작 해양로망스 대작 원피스를 크게 좋아하지는 않는데, 다만 그 중 등장 캐릭터인 보아 핸콕 여왕님만큼은 무척 좋아한다. 이유는 뭐 그냥.. 예뻐서?

OP02-059 UC 행콕님. 패러렐 카드 라고.
OP01-078SR 행콕님
ST03-013 C 행콕님...
아마도 게임용 자원카드 같은 건가?

그런데 알고보니, 공식 표기는 '보아 콕'이 '보아 콕'이더라. 그걸 이 카드 3종을 적절한 가격에 구매하고서야 알게 되었는데, 컴배틀러보다 콤바트라가 편한 나한테는 그냥 보아 핸콕으로 밀고 가는게.. 속이 편하지 싶긴 하다. 아무튼, 여기 소개한 3종은 반다이코리아를 통하여 국내에 정식발매를 시작한 '원피스 카드게임'에 등장한 핸콕님의 카드들이고, 이것 외에 단품가격이 상당히 높은 등급의 카드가 1장 더 있던데... 그 가격을 투자할만큼 애정이 있는 건 또 아니라서, 이렇게 3장만 기념으로 살짝 구매해 보았다. 3장이 다 그림체가 다르고 3장이 다 나의 미적기준을 충족하는 건 아니긴 하지만.. 사랑이라는 건 그렇게 딱 잘라서 정리할 수 있는 건 또 아니잖아요. 그쵸? 그렇잖아요...

'몇 억 년 전에 출발한 빛인 거잖아...' (원문:何憶年も前の輝き何だよね=몇 억 년도 전의 빛인거구나)

어린이 회관 천체관에 앉아서 별을 보다가, 문득 고개를 돌려 은희의 귓가에 나즈막히 속삭여 보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뭔 미친 짓거리인가 싶지만, 만 열아홉, 우리 나이로 스무살 시절이었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대학생이 되어, 지금은 상상도 못할 어느 여대 모 과와의 단체 미팅에서 삐삐번호를 주고 받은 은희와  몇 번째인가의 데이트였다.

지금도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건대 근처에 있던 어린이 회관에는 천체관이라는게 있어서, 천체 투영기라는 이름의 기계로 어둡고 둥근 천장에 쏘는 밤하늘 별빛을 볼 수 있는 곳이었다. 딱히 천문학에 관심이 있던 것도 아니고 별자리라고는 그리스신화에서 읽은 몇 가지 동화 같은 신화의 주인공 몇 가지만 알고 있었지만, 아무튼 이 천체관을 가보고 싶었더랬다.

요즘은 갖고 놀 것도, 시간을 내어 봐야할 것도 너무나 많은 세상이지만 당시에는 케이블TV 가 깔린지 얼마 되지 않아서 낮 시간에 TV를 틀어봐야 화면 조정시간이라는 차가운 느낌의 화면이나 치지직 거리는 신호없는 화면만이 보이던 시절이었다. 인터넷 대신에 PC통신이 있었고, 핸드폰은 커녕 공중전화로 비이퍼... 삐삐에 음성을 남기는 것이 새로운 즐거움던 시절이었다. 

몇 억 년 전에 출발한 빛인 거잖아
유미쨩은 그냥 그런 반응

그러다, 보통은 국민학교 때 어린이 회관으로 소풍을 가야만 볼 수 있는 정도였던 천체관을 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고, 천체관 하면 데이트 장소라는 나만의 상식으로 은희에게 슬쩍 건대 쪽에 밤하늘을 볼 수 있는 곳이 있대... 라고 말을 걸어봤던 것이다. 그리고, 그 천체관에 들어가 가짜 밤하늘을 보다가, 문득 해야할 말을 한다는 듯이 저 말을 꺼낸 것이었다. 

다행히, 지나가다 길거리 상인에게 서태지 아가씨라는 호객행위를 들을 정도로 힙합바지를 멋지게 입고 다니던 은희였지만, 문득 눈을 크게 뜨고 그런 말도 할 줄 알아? 라며 씩 웃어 주는 것이었다. 그 말 자체를 좋게 들어준 건지, 풋풋한 데이트에서 나름 느끼한 말을 준비했을 것 같은 어설픈 스무살 청년의 노력이 가상했던 건지, 그 때 그녀의 마음은 그때도 지금도 알 수 없다. 오히려, 그 때는 속으로 '꽤 좋은 인상을 준 것 같아'라고만 생각했을 뿐이었고 여길 나가면 건대 앞으로 가서 스파게티를 먹어야 하나, 피자를 먹어야 하나, 지갑에 얼마가 남아있더라 하는 생각 뿐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영덕대게의 삶을 사는 나에게 당연히 저런 느끼한 말은 그냥 하기 어려운 말이기도 했지만, 코나미의 도키메키 메모리얼에서 데이트 스팟 '플라네타리움'에서 호감도를 올리는 선택지 중 하나였기에 수없는 플레이를 통해 머릿속에 들어있던 말이 자동으로 출력되다시피 했을 것...으로 기억한다. 엊그제 점심식사 메뉴도 기억나지 않는데 그 시절의 내 마음을 어떻게 정확히 기억할까. 아마도 그 당시 내 몸을 구성하던 세포의 절반은 바뀌었을텐데.

어린이회관과는 사뭇 다른 반짝시
기사라기 상은 좋아했는데

문득, 아내가 선물로 받아온 '인공태양 알람시계'의 작동 설명서를 보다가 플라네타리움의 기억이 생각났다. 그러고보니 올해는 PC엔진판 첫번째 토키메키 메모리얼의 발매일로부터 30주년이다. 플라네타리움이라는 단어는 데이트스팟보다는 '플라스틱 트리'의 히트곡 중 하나로 더 기억에 남아있지만, 여러가지로 게임과 함께 살아온 영덕대게의 삶이었구나, 하고 고개를 주억거리게 되는 것이다.

박스아트. 묘하게 마음에 안든다.

반다이의 SD건담 프라모델의 계보가 뭔가 엉망이 되면서, BB전사를 조금 개량해서 넘버링 없이 내놓거나 SD-EX 를 메인으로 두거나, SDCS를 뜬금없이 내놓거나, MGSD를 조용히 들이밀거나 하는... 그야말로 중구난방의 세상이 되어버렸다. 하나의 제품군이어야만 한다!! 는 주의는 아니지만, 이 자그마한 SD건프라 판에 삼국창걸전=월드히어로즈 까지 하면 5개의 제품군이 존재하는 자그마한 SD건담 판... 매우 슬퍼지는 현실인 가운데, 사목사목 나오던 SDCS 의 스무번째 라인업인 건담 캘리번을.. 만들어 보았다.

캘리번 정면. 눈이 잘 안보인다
어깨의 스티커를 잘못 붙여버렸다...
뒤에서 보면 이런 느낌

캘리번은 SD프레임과 CS프레임이 모두 들어 있어서, 조립하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 팔다리 길이를 조절해가며 만들 수 있게 되어 있다. CS 프레임의 다소 긴 팔다리의 프로포션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지라 SD 프로포션에 눈동자가 있는 얼굴로 만들어 봤는데... SDCS 제품군의 팔다리 프로포션이 통통하다기보다는 미묘하다는 느낌이라.. SD 체형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이게 또 미묘하단 말이지...

실드와 잉여 손 파츠
라이플의 볼륨은 거대하다
비트온폼도 가능은 하지만.. 귀찮았다.

최근에 가슴이 뛰는 건프라가... 없진 않았지만,  SD쪽에서는 의무감과 나의 지름이 시리즈 존속의 한톨 뿌리혹 박테리아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질렀고.. RG 건담 2.0을 조립한 뒤라 그런가 대단히 심드렁하고 귀찮았던 조립이었다. 프레임이 2종 모두 들어있고, 양쪽의 프로포션에 맞춘 다리 파츠가 별도로 들어있으므로 긴 다리와 팔꿈치 관절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조금 더 어필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렇게 재조립할 일이 나에게는 없겠지만...

그래도, 클리어파츠의 뒷면에 스티커를 붙여서 퍼맷 스코어를 재현한다던가, 비트온폼 재현으로 플레이밸류를 높여놨다던가 하는 장점은 분명히 있는 킷이라고 하겠다. 과연 다음 SDCS 는 나오기는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