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kishen의 기억 제4막 - 색선희준 블로그

미니북 앞면
미니북 뒷면. 필리핀에서 찍었다.

반다이에서 나오는 가샤퐁 제품군 중에 まちぼうけ=마찌보-께 라는 시리즈가 있다. 보통은 귀여운 동물들이 사람처럼 쪼그려 앉아서 무언가를 기다리는 모양의 라인업으로 구성된 제품군으로, 주인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애완동물의 느낌과 조형의 귀여움이 더해져서 나름 인기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まちぼうけ라는 이름 자체가 기다리다 지쳐 얼이 빠짐... 정도로 볼 수 있는 말인데, 한국에서는 일본어 다섯 음절의 느낌을 살려 우리말 다섯음절 언제오려나 로 초월번역되었다. 그러던 것이, 반다이 아니랄까봐 기어이 '기동전사 건담'과 결합한 제품을 내놓았으니 그것이 이 '언제오려나~기동전사 건담의 경우' 가 되겠다.

1. 앗가이

정면
살짝 옆에서
등짝

기동전사 건담에 등장한 MS 중에서 '귀여움'이라는 단어와 가장 잘 어울리는 기체라 하지 않을 수 없는 인기 기체 앗가이. 이 라인업에 딱히 번호는 없는데, 미니북에 있는 라인업 설명 중 가장 왼쪽이라 편의상 1번이라고 적어보았다. 앗가이는 실제로 극중에서 이러한 포즈로 세워놓고 파일럿이 타고 내리는 묘사가 있는데, 앗가이가 등장하는 게임에서도 종종 이 포즈를 재현하고 있다. 굳이 언제오려나 시리즈가 아니더라도 앗가이다! 라고 생각하게 되는 포즈인지라 굉장히 잘 어울린다고 하겠다.

2. 양산형 자쿠(2)

정면
살짝 옆에서
등짝

일본 로보트 만화영화 역사상 가장 많은 팬을 보유한 로보트가 아닐까 싶기도 한 자쿠2. 종종 2를 빼고 그냥 자쿠라고 적기도 하는데, 여기서도 그냥 양산형 자쿠 라고만 적어놓았다. 표정을 알아보기 어려운 모노아이(외눈박이) 기체이지만, 조형의 힘으로 언제오려나 시리즈의 짠한 매력을 잘 살려놓았다..라고 생각한다. 

3. 건담

정면
살짝 옆에서
등짝

작품의 이름이자, 같은 이름을 가진 수많은 동생, 친척, 조카, 외척, 남을 가진 전설의 로보트 건담. 다소 뚱뚱한 느낌의 위 두 라인업과는 달리, 날씬한 체형이 느껴지는 조형으로 완성되었다. 유일하게 두 눈을 가진 얼굴이다보니 눈동자가 없음에도 뭔가 불쌍한 느낌이 가득 느껴지는 표정이 좋다. 엉덩이가 작아서 그런가 뒷모습이 유난히 쓸쓸해 보이는 점도 귀엽다.

4. 짐

정면
살짝 옆에서
등짝

건담에 이어 짐도 등장. 얼굴의 절반이 고글같은 눈인데도 원작 조형이 멍청해 보여서 그런가 언제오려나 라인업으로 등장한 짐의 얼굴은 더더욱 짠한 느낌이 가득하다. 화려한 배색의 건담에 비해 심심한 도색과 단순한 조형이 더욱 그러한 느낌을 더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짐을 좋아하다보니, 이 제품의 정보가 공개되었을 때 이 짐 때문에 구매해야겠다는 결심을 굳히기도 했었다. 너무너무 귀엽지 않은가?

언제오려나...
나 삐졌음...

가동이라곤 일절 없지만, 심플하지만 귀엽고 매력적인 조형과 깔끔한 도색이 매우 매력적인 라인업이라고 하겠다. 최근에 일본도 그렇고 한국도 그렇고 물가가 올라서 저렴하다고 할 수는 않지만, 별도의 조립없이 가샤가샤 돌려서 퐁 하고 뽑으면 바로 꺼내서 즐길 수 있다는 가샤퐁 장난감 본질에 충실한 구성도 좋고, 캡슐의 크기에 비해 묵직하고 큼지막하다고 느껴지는 것도 좋다. 기존의 언제오려나 시리즈를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동물이 아니라 로보트들이라는 것이 생경할 수도 있겠다 싶지만, 원작의 느낌과 별개로 귀여운 MS 조형을 좋아하신다면 추천할만한 라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