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kishen의 기억 제4막

 피시통신, 소위 통신이 그렇게 대중적이지는 않았던 90년대 후반, 오락실에 리듬액션게임이 스멀스멀 퍼져나가기 시작하던 무렵. 당시에 신작 정보는 일본의 웹사이트에 게재된 것을 국내 게임커뮤니티의 열혈 유저가 퍼나르는 것이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정보가 게임잡지를 통한 정보였다. 신작 게임의 발매 소식은 대체로 빨라야 한달 전에 알 수 있었고, 정확한 인컴테스트날이나 출시일은 정말 관심있는 사람이 아니면 알기 어려운 시절이었다. 비트스테이지(비트매니아의 한국판)가 서서히 인기를 올려가며 새로운 리듬액션 게임인 기타프릭스가 나올 것이라는 정보를 접하고 당시 먼 길을 마다않고 다니던 총신대입구 역의 어느 오락실에서 뜬금없이 기타프릭스를 만났던 그 날 느꼈던 흥분을 나는 잊지 않는다.

  

 물론 기타프릭스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리듬액션게임도 아니고, 당연히 내가 가장 잘하는 리듬액션게임도 아니다. 30줄이 훨씬 지나 40대가 가까워 오는 이 시점에서 리듬액션게임은 여전히 좋아하는 장르이기는 하나 어디 가서 자랑할만한 실력은 절대로 아니며 그나마도 전자계집과 노는 게임 정도만 챙겨서 가까스로 클리어나 할 실력일 뿐... 하지만, 요즘 세상에는 잘 찾아보기 힘든 오락실에서 그나마도 만나기 힘든 희귀한 리듬액션게임을 만나는 것은 여전히 설레이고 즐거운 일이다. 


 결혼 후, 또 하나의 집이 부산에 생겼고, 명절이나 휴가철이면 한 번씩 찾게 되는 대연동이라는 동네는 경성대와 부경대가 가까운 탓에 제법 번화가의 모습을 하고 있는 동네이다. 정치적인 이슈로 유명했던 복요리집도 있고, 수많은 술집과 세계요리집이 있으며,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원룸과 원래 거기 있던 주택가가 어우러진, 좀 시끄럽지만 사람사는 냄새 물씬나는 동네이기도 하다. 원래 전자오락을 좋아하는 내게 가까운 오락실이 4곳이나 있다는 것은 꽤 반가운 일이기도 하고. 


 문제는, 원래 대충 거기 있는 걸 알고 있던 오락실들 말고 이번에 새로 발견하게 된, 어느 건물 4층에 위치한 리듬액션게임 전문 오락실이 있다는 사실이다. 아니 뭐 꼭 문제랄 것은 없지만, 서울에서도 보기 힘든 전자계집게임을 비롯해서 비트매니아2디럭스와 댄스댄스레볼루션을 그 곳에서 처음 할 수 있었다는 사실과 그 사실이 새삼스러웠다는 이야기가 하고 싶어서 이렇게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다 하겠다. 


 사실 나는 결혼을 하고도 원래 갖고 있던 취미를 적정선에서 이어가고 있긴 하지만, 그 안에서 전자오락의 비중이 많이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예전처럼 신작 게임을 꼬박꼬박 체크하고 있지도 않고, 어떻게든 시간을 만들어서 게임을 클리어하고 있지도 않다. 오락실에 발길을 옮기는 것은 많은 30대 게이머들이 그렇듯 참 하기 힘든 일이다. 하지만, 그 덕분인지 이번에 새로 발굴한 부산의 어느 오락실에서 만난 게임들의 첫인상과 그 느낌은 저기 위에 적은 기타프릭스를 처음 만났을 떄의 느낌과 아주 많이 닮은 구석이 있었다. 익히 알고 있고, 다른 모습으로 과거의 어느날에 질리도록 플레이했던 노래와 게임스타일이었지만, 실로 오랫만에 느껴보는 즐거움이었다. 


 물론 그 시절에 선택했던 난이도보다는 훨씬 낮은 쉬운 난이도로만 플레이했고, 당시보다 더 많은 코인을 투자할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진 않았고, 둘러보고 구경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썼지만, 그 익숙했던 전자음 가득한 소음속에서 알고는 있었지만 실물로는 처음 만져본 그 느낌은 매우 그리운 설레임이었다. 


 로또가 두 번 쯤 되어서, 언젠가 외진 창고 건물안에 비트매니아 컴플리트믹스와 댄스댄스레볼루션 써드믹스와 기타등등의 내가 사랑했던 게임들을 잔뜩 모아놓을 수 있는 날을 다시 한 번 떠올려보는 그런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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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의 만남이 아쉬워, 서로 억지를 부리며 시간을 보냈다. 덕분에 연신내 역에 도착할 때 쯤에는 달동네 우리집에 오는 마을 버스 막차 시간이 매우 아슬아슬한 시간이었다. 미친 듯이 달리면 못 탈 것도 없을 것 같긴 했지만, 버스로 한 정거장을 더 가서 그 한 정거장보다는 좀 길 것 같은 거리를 걸어가는 한적한 길을 걷고 싶어 그대로 엉덩이를 의자에 붙였다.

 버스를 내려, 완만한 언덕길을 이어폰의 비트를 의식하며 걸어 올라가노라니, 붉고 노란 24시간 맥도날드가 보였다. 그리고 반사적으로, 그 짭짤한 감자튀김에 맥주 한 잔 하면 참으로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잠깐.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잖아? 감자튀김 하나를 테이크 아웃해서 손에 들고, 냉장고에서 출격 준비를 하고 있는 산토리 프리미엄 몰츠를 떠올리며 걸음을 재촉하자니 새로 발매된 게임을 구입하기 위해 게임샵으로 달려가던 그 흥분과 다를 바가 없었다.

 날은 더웠다. 9월이 하순으로 접어들었지만, 끝나가는 긴 연휴가 아쉬운 건지 날씨는 여름 그 자체였다. 습도가 높아 하늘도 흐리고, 휘영청 밝아야 할 달은 달무리에 가려져 있고. 집에 돌아와서 보일러도 켜지 않고 그대로 샤워실로 들어가 옷을 벗고 찬물로 샤워를 했다. 땀을 씻고 알로에향 바디워시를 바르고 물로 씻어내는 일련의 과정은 길고 지루했다. 식탁위에서 종이 봉지 안에 든 채로 눅눅해져가는 감자튀김이 가련했고, 냉장고 안의 캔맥주가 새벽고딩의 그것처럼 튀어나올 기세였기 때문에. 

 욕실에서 나와 감자튀김을 유리 접시에 올려 전자렌지에 20초. 눅눅함이 완전히 가시진 않지만, 더 돌리면 너무 뜨거워 질 것 같아서. 그리고 아이폰을 들어 페북에 나 혼자 자랑질을 하고, 드디어 새벽고딩의 앞섶을 풀어준다. 달칵. 맥주를 그대로 꿀꺽꿀꺽 마시고, 감자튀김을 입에 가져간다. ...이런게 삶의 작은 낙이지. 아니, 큰 낙이지. 우리나라 맥도날드는 감자튀김에 소금을 넉넉히 쳐 주기 때문에, 토마토 케첩은 쓰지 않는다. 매장에서 받아 오지도 않았고, 냉장고에 하인즈 케찹이 대기 중이지만, 역시 맥도날드의 감자튀김은 그냥 먹는 게 맛있다. 그리고 원래는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국산 맥주보다는 확실히 맛있는 산토리 프리미엄 몰츠 캔맥주는 달기만 하다. 

 ...이 글은, 그런 지난 40분간의 일련의 과정을 되도록 리얼하게 남겨두고 싶어 쓰고 있는 글이다. 내일 아침에 얼굴이 붓거나, 건강에 얼마간의 작은 데미지를 줄지도 모르는 일이지만서도 그게 지금 이 순간의 목넘김이 주는 행복보다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꿀꺽꿀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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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ihabu 2013.09.23 00:10 신고

    치맥보단 부담없이 간단히 입가심할 수 있는 좋은 조합이군~!!!
    집에 후렌치후라이를 대량으로 사서 얼려놨다 맥주한캔 할때 조금씩 렌지에 돌려먹어봐야겠어..

그건 어느 가을 날이었다. 

꼭 오늘과 같은, 구름 한 점 없이 푸른 하늘 아래서, 단어 그대로의 느낌을 가진 바람이 살랑살랑 불면서, 조금은 햇살이 따가운 것 같기도 한, 그런 매우 맑은 날이었다. 나는 내 방 앞에 있는 을씨년스러운 마당에 나가, 색이 바래고 벗겨진 플라스틱 의자를 들고, 낡은 파라솔이 만드는 그림자 아래에 자리를 잡고 털썩 앉았다. 아마도 언제나의 회색 반바지와 회색 반팔티셔츠를 입고 있었을 것이다. 내가 나가면 언제나 벌떡 일어나 나를 바라보며 꼬리를 흔들던 하얀 개 진구의 등을 발로 쓰다듬으며 의자에 앉아, 손에 들고 있던 낡은 댄스댄스댄스를 집어들고 언제나처럼 아무 페이지나 펼쳤던 것 같다.


 그건 내게 있어 습관적인 취미와 같은 것이었다. 그리고 늘 동경하던 풍경을 스스로 연출하는 재미와 같은 것이었다. 진구는 내가 좀 적극적으로 만져주고 놀아주길 원했었지만, 이내 포기하고 따뜻한 햇살과 파란 하늘 아래서 하얀 몸을 땅바닥에 붙이고, 내가 힘을 주어 살짝 얹은 발바닥의 감촉을 등으로 느끼며 이내 눈을 감았다. 나는 그 발을 슬리퍼와 의자와 내 허벅지와 진구의 등으로 한 번 씩 옮겨가며, 아무 페이지의 아무 문장부터 시간과 마음이 내키는대로 읽어내려갔다. 

 모든 것이 낡았더랬다. 20대 후반을 향해 달려가는 내 몸뚱이는 나름 젊다고 할 수 있었겠지만, 손에 들고 있는 댄스댄스댄스는 10대 끝자락에 구입한 빛바랜 표지였고, 의자도, 파라솔도, 테이블도, 보수라곤 한 적 없는 을씨년스러운 시멘트 바닥은 15년은 족히 흐른 것 같았다. 그런 낡은 풍경 속에 앉아, 하늘과 바람과 햇살과 개의 등을 감촉으로 느끼며 읽는 낡았지만 좋아하는 문장을 읽은 것은 무척이나 기분 좋은 일이었다. 

 지금은 그로부터 또 10년에는 좀 모자란 시간이 흘렀고, 다시는 그 풍경 속에서 그 개의 등을 발로 쓰다듬을 일은 없게 되었지만 그 풍경은 정취로 남아 오늘 같은 날에 바람이 코끝을 스치면 냄새처럼 이끌려 머릿 속에 떠오른다. 지금은 어디인지 알 수 없게 되어버린, 어쩌면 다시는 찾아갈 수 없을 것만 같은 ㅅㅇ동 212번지 내 방 앞마당의 그 풍경이.

 그래도, 때가 되면 하늘은 그 푸른 빛으로 세상을 감싸고, 햇살은 눈과 피부를 살짝 찌르고, 바람은 이젠 늦어버린 반팔 소매를 살짝 때리며 코 끝을 스치고 지나간다. 나는 조금 쓸쓸해지지만, 그래도 눈꼬리로 빙그레 웃는다.

 그렇군. 가을이 오려고 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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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Moo 2013.09.17 13:49 신고

    무척 그리운 풍경이구나. 지금은 다 없어졌겠지...

  • eihabu 2016.01.01 03:35 신고

    이글을 왜 이제야 봤을까?
    나도 어제일처럼 생생하게 연상이 되는 풍경과 공기의 냄새이기에 글을 읽으면서 뭔가 찡하네.

    내가 더 그리운 건...

    국딩시절 여름방학때
    커다란 은행나무 밑 파라솔에서 다같이 모여앉아 보드게임을 즐겼던 그 순간..
    중딩시절 겨울방학때
    아랫목이 따끈한 방에서 패밀리 한 대로 돌아가며 록맨을 클리어하던 그 순간...

    그때의 우리는...
    삼형제가 서울/부산/일본 이렇게 뿔뿔이 흩어져 살게될 줄 상상이나 했을까?...

    • 비록 좀 멀리와버리긴 했지만.. 언젠가 식솔들을 거느리고 셋이서 모여 놀 날이 오겠지. 열심히 살자구^^

 계절이 완전히 바뀌었음을 실감케 하는 찬 공기를 코 끝으로 느끼며 잠에서 깨어난 게 오늘 아침이었다. 새로 가을 정장을 꺼내어 놓고 세탁소에 맡기려는 오늘 저녁, 혹시 주머니에 잊어버리고 있던 지폐라도 없나 뒤적여 보던 중에 손 끝에 걸리는 종이가 있었다. 직감적으로 지폐는 아니라는 생각을 하며 꺼내어 보니, 어딘가의 상점에서  물건을 구매한 마트의 영수증이다. 아무렇게나 대충 절반이 접힌 영수증을 펴보니, 날짜는 대략 13개월 전, 그녀와 단 둘이 어딘가로 놀러가면서 장을 본 간소한 내용의 영수증이었다.

 나이를 먹으면 시간의 밀도가 낮아진다는 친구 녀석의 말이 이 영수증 한 장으로 온전히 실감하게 되는 기분이었다. 그게 벌써 1년 전인가. 처음으로 단 둘이서 멀리 나들이를 다녀온 그 날이. 둘에게는 새로운 도전의 하나이기도 했고, 당시 약간 트러블이 있던 직후라 약간은 서먹해진 둘 사이에 뭔가 이벤트를 만들어서 기분전환을 해보고자 했던 나들이였다. 결론적으로 어느 정도는 기분전환도 되었고 나쁘지 않은 기억으로 남았지만, 그 나들이가 어떠한 큰 전환점이 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영수증을 잠시 바라보며 그 날을 떠올려보다가, 결국 영수증을 어떻게 버리지도 못하고 책상 위에 던져놓고 세탁소를 향했다. 날씨가 바뀐 것을 느낀게 나 혼자만이 아닌 탓일까, 뭔가 일이 많아 보이는 세탁소 사장님에게 클리닝을 부탁하고 집으로 오는 길에 제로 콜라를 샀다. 다이어트니 건강이니 해도 내 입맛에는 콜라가 제일이라, 다소 김빠진 맛이긴 하지만 제로콜라는 냉장고에서 떨어뜨리지 않으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고보니 어딜가나 음료를 마실 일이 있을 때 제로콜라를 집어드는 것도 언젠가부터로군.

 집에 돌아와 컴퓨터를 켜고, 아이튠즈로 음악을 틀어놓고 이제부터 무엇을 할까 잠시 고민을 해 본다. 저녁을 먹어야 겠지만 어쩐지 아까 그 영수증을 보고 나니 딱히 입맛이 없다. 배는 고픈데 음식을 준비하기 위해 움직여야 하는 그 행동이 하기 싫다. 노래 두 곡이 끝나도록 딱히 뭘 해야겠다는 생각도 없이 침대에 널부러져 있자니 잠이 오려고 한다. 샤워도 안 했고 시간도 이르고 벌써 잠들기엔 이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도 들지만 될대로 되라지... 하는 생각에 몸을 맡겨 볼까 싶어진다.

 잠이 살풋 들려는 찰나, 핸드폰이 진동을 올린다. 힐끗 화면을 보니 당장 받지 않아도 별 일이 없을 것 같은 이의 이름이 뜬다. 미안하지만, 지금은 받고 싶지 않아요. 시끄러운 벨소리를 차라리 즐기며 잠을 청하려니 이윽고 벨소리가 멈추고 아이튠즈가 들려주는 네번째의 곡이 끝난다. 언제 받았는지도 모르겠는, 모르는 목소리의 모르는 노래가 쿵짝쿵짝 시작된다.

 문득, 오늘 들은 소리 중 가장 오늘을 대표하는 소리가 무어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아까 발견했던 13개월 전의 영수증을 꺼내며 들었던, 그 '바스락'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그러나 그 생각은 그 '바스락'소리와 같이 어디에도 갈 수 없고, 너무 짧으며, 접혀있는 긴 내용이 아무래도 좋은 내용이었던 것처럼 잠 속으로 스며들어 이내 사라진다. 살짝 배가 고픈 것 같지만, 정말 고파지면 눈이 떠지겠지. 지금은 일단 자자. 그리고 잠이 바스락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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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ihabu 2013.01.14 21:33 신고

    이런 글 좀 많이 써줘..나이 먹어가니 이런 쓸쓸한 느낌 좋네...
    예전 비즈 노래 짧은 소설로 쓴 글들도 참 좋았는데..
    형의 다중인격의 상상력을 많이 펼쳐내어 제대로 신춘문예 함 도전해보는게 어때?

 ...그렇다고는 하더라도, 지금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는 꼭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글을 적는 시점에서 내 나이 34살. 내가 어릴 적을 기준으로 한다면 어디에 내놓아도 누구나 당연히 노총각이라고 평가할 나이. 그리고 좀 가을을 제대로 타야겠다고 생각하면서 한 달을 보냈다. 이 달에는 추석도 있었고, 회사 야유회도 있었고, 좋아하는 모임의 MT도 있었고, 취미생활에 있어 큰 비중을 차지하는 몇 개인가의 모임도 있었다. 대체로 즐겁게 보냈지만, 가슴 한 구석에서는 남자의 계절 가을을 제대로 타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으며 하루하루를 또 걸어왔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평생에 있어 여전히 가장 사랑하는 문호, 무라카미 하루키 선생님의 글 중에서 가장 사랑하는 글은 15년 전도 지금도 댄스 댄스 댄스. 발 밑을 확인하며, 스스로의 스탭을 밟아가며 끊임없이 춤을 추어야 한다는 그 문장은 지금도 머릿 속에서 내 삶의 큰 지침이 되어 있다. 그 지침으로 인해서 이따금은 지칠 때도 있지만, 그렇게 지치는 편이 지치지 않고 편안하게 널부러진 시간들보다는 가치가 있다고 믿고 있고, 지금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나는 매순간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 이렇게 스스로에게 묻는다면, 스스로에게 꽤나 관대한 나이지만 고개를 갸웃할 수 밖에 없다.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방향성없이, 요령없이, 그저 지쳐 나가떨어질 때까지 용을 쓰고 결국 나가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할 수 있는 한 머리를 굴리고, 정확한 방향을 가늠하고, 그리고 추진력있게 가진 힘으로 노력하는 것이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할 수 있는 기본 이상의 힘과 머리와 추진력은 사용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이번 가을은 내가 생각해도 매우 잘 타고 있다. 아주 제대로. 남자의 계절인 가을을, 아주 남자답게. 적어도 그렇게 생각한다. 이것이 내가 앓고 있는 수많은 질환 중에 치명적인 질환인 중2병의 발로라고 하더라도, 그러한 내 멋에 나는 내 스텝을 밟아 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타인의 발을 밟지 않도록 주의하고는 있지만 꼭 잠시 방심하는 순간 스탭은 꼬이고 발을 밟게 되긴 하지만, 그래도 내 나름 잘 해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거기에 전혀 다른 리듬으로 스탭을 밟는 타인을 파트너로 두게 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내년의 내가 이 글을 찾아 읽게 될지 어떨지 알 수 없지만, 지금은 대선 전의 혼란으로 가득한 시기이며, 갑자기 날이 급격히 추워져서 올해 가을 들어 처음으로 코트를 꺼내 입었고, 전북 익산에 출장을 다녀온 참이다. 그리고 위에 계속 자기세뇌하듯이 적었지만, 나름 스탭을 잘 밟아나가고 있는 중이다.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나를 위해 울어주고 있는 그 어딘가, 이루카 호텔의 그 어딘가가 돌핀 호텔에 이어졌던 것처럼, 단지 기억과 위로를 위해서가 아닌 그러한 어딘가와 누군가가 있어준다고 생각하면, 혼자 밟아나가는 스탭도 외롭지 않을 것이다. 외롭다고 느끼기 전에 먼저 재미있다고 느껴버리면 그만인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이 추위도, 내 목숨은 커녕 내 재미 하나도 빼앗아기지 못할 것이다.

 언젠가 즐겼던, 지금은 없어진 연신내의 바에서 선배가 키핑해 놓은 술을 몰래 찾아 마시며 혼자 중2병을 열심히 앓던 언젠가가 떠오른 밤이다. 11월이 되면 20, NOVEMBER를 추억하며 또 술잔을 기울이기도 해야겠지만, 12월까지 이어지는 주말 동안 벌써 결정된 스케쥴이 몇 개인가. 보람없는 하나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지쳐 나가떨어지는 건 이제 슬슬 그만하자. 내가 즐겨야 할 꺼리와 내가 즐기고 싶은 사람들은 말 그대로 이 세상의 사람 수만큼 있다. 만추에 다다른, 이 깊어진 가을을 타는 것도 슬슬 방향을 살짝 바꿔서 스탭을 밟아 보자. 우선 지금은, 그것만 생각하자. 어서 오라, 11월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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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ihabu 2012.11.01 06:44 신고

    그 연신내의 바...나도 형하고 갔던 기억이 나네..
    나는 이 가을에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이나 다시 읽어봐야겠다.

http://blog.naver.com/pupplestorm/130139629473

아침에 눈뜨고 컴퓨터를 켰더니 트위터에 모 유명 블로거가 저 링크를 걸어놨더라. 저 글이 이야기 하고자 하는 건 몇 가지가 있지만, 내가 얼른 생각이 든 것은 부모의 역할이라는 것이었다.

 물론 나는 결혼에 대해서 좀 회의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 세상에 태어나서 사람이 마땅히 해야할 것으로 많이들 생각하는 게 결혼인데, 난 그보다 아직까지는 자유롭게 마음 내키는대로 살고 싶다. 다만 얼마 전부터는 아들이 하나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는 있지만 나같은 부모밑에서 애가 올바로 클까 생각해보면 그것도 좀 무섭고.. 뭐 여튼.

 엊그제, 회현역에 있는 모 백화점에 늦은 점심을 먹으러 갔었다. 다른 건물 옥상에 무척 비싼 조각들이 전시되어 있어서 구경하는 재미도 있고, 백화점의 푸드코트 치고는 가격도 합리적이고 음식도 나쁘지 않고, 뭣보다 거기서 파는 요거트 아이스크림이 맛있어서 이따금 생각나면 찾는 곳이다. 유별날 것도 없는 카레라이스를 시켜서 건물 밖에 설치되어 있던 테이블에서 식사를 마치고 주위를 둘러보니, 휴일인 탓이겠지만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어머니들이 무척 많았다. 어머니들끼리는 테이블에 둘러앉아 폐허같은 음식 접시를 앞에 놓고 수다를 즐기고, 아이들끼리는 아이들답게 어른들의 다리 사이를 종횡무진 누비며 뛰어노는, 그런 전형적인 백화점의 옥상 풍경이었다. 

 느긋한 마음으로 그 시끄러운 가운데서 망중한을 즐기고 있었는데, 백화점 직원이 한 무리의 아이들을 데리고 내 옆 테이블의 어머니들에게 다가왔다. 내용인즉슨, 야외에 설치되어 있는... 연못이라기엔 좀 뭐한 물웅덩이랄까 분수랄까 뭐라할지 모를 물 바닥에 사람들이 던져놓은 동전들을, 아이들이 들어가서 주워담고 있더라는 이야기였다. 그 이야기를 들은 어머니들은 직원에게 사과 한마디 없이, 아이들에게 '가서 노로 놓고 와. 얼른' 만을 반복하는게 끝이었다. 아이들은 연못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고 어머니들 앞에서 우물쭈물 하고 있었고, 직원은 난처해하며 그저 서 있을 뿐이었다.

 성질이 급하고 보기 싫은 풍경을 느긋하게 지켜보는 성격이 못되는지라 다 먹은 음식접시를 들고 그대로 일어서서 푸드코트 윗층에서 하고 있던 마릴린 먼로 전시를 보러 걸음을 옮긴지라 그 뒤에 아이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동전들은 물 속으로 돌아갔는지 어떨지 잘 모르겠지만, 그 때 느꼈던 갑갑한 마음은 저 위의 링크에서 나타나는 부모들의 행태에서 느껴지는 그 갑갑함과 같은 것이었다.

 요즘 아이들은 유년기부터 스마트폰, 태블릿PC, 인터넷환경, 온라인게임에 노출되어 지낸다. 소년중앙, 해적판 조립식 장난감, 죨리게임과 함께 유소년기를 지낸 내가 말하기엔 설득력이 떨어질지 모르겠지만, 아이들이 무언가를 하며 노는데 가장 필요한 것은 장난감보다도 어떻게 노는지 지켜봐 줄 부모들의 관심이 아닌가 싶다. 내가 갖고 놀던 놀잇감들과 지금 아이들이 갖고 노는 놀잇감의 가장 큰 차이는, 거기에 부모가 개입할 여지가 아닌가 생각한다. 그리고 그 개입과 지도, 칭찬과 꾸중은 부모의 의무이기도 하다는 생각도 함께.

 물론, 요즘의 부모들은 바쁘다. 우리 세대의 부모님들과는 달리, 맞벌이는 필수적이고 아이를 낳아도 직업을 포기하지 않는 어머니-남녀차별적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현실을 봐주시길-도 많고, 발전된 인터넷 기술이 전해주는 SNS 덕분에 결혼 후 곧잘 끊어지던 사회와의 연결고리는 여전히 굳건하며 포기를 어렵게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육체적/정신적으로 건강한 아이는 저 혼자 그렇게 태어나서 크는게 아니라 부모들의 끊임없는 관심과 지도가 있어야만 비로소 태어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직원 손에 끌려온 아이들이 민망한 나머지 아이들의 손을 잡고 동전을 되돌려 놓게 하고 그래선 안된다고 알려주는 것보다 간만(인지 이번주도 또인지)에 만난 부인네들과의 수다를 포기할 수 없는 어머니들은, 내 아아의 적성을 발견하고 교육에 대해 관심을 쏟기보다 학원에 보내고 사교육에 돈을 쓰는 것으로 의무를 다한다고 착각하는 부모들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오락기와 장난감과 스마트폰을 원하지만, 그보다 먼저 부모의 애정과 관심, 칭찬과 꾸중을 더 원하는 것이 본능이라고 생각하는데.... 과연 어떤게 정답일지, 서른이 넘도록 숫총각인 나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요 10년 사이에 더 이상 학교의 울타리 안에서 감춰둘 수 없는 중고생의 집단 성폭행, 왕따로 인한 자살, 학교 폭력의 잔인성은... 가해학생들의 부모들을 보면 대충 '견적'이 나온다고 생각하는데, 뭐 그런 걸 생각하는 것조차 귀찮은 사람들이 많은 현실에 묻혀가는 거니까. 

 ....제목과 내용이 영 동떨어져 있는 느낌은 들지만...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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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yung 2012.06.09 17:41 신고

    정말...초등학교때 잘 놀고 잘 먹고 많이 구경하고 악기도 배우고 그래야하는데...그게 인생의
    자산이 되더라구요.

  • eihabu 2012.06.14 07:00 신고

    난 절대로 아이가 원하지 않는한 학원같은거 안 보낼꺼야.
    대신 많이 놀아주려고...그러다가 내 취미를 아이가 좋아해주면 더 좋고~

  • 아이의 교육의 문제를 떠나서 부모 자신이 그걸 사과를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전혀 없는것에서 문제가 시작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저도 아이가 없지만, 만약 저런 상황이라면 먼저 점원에게 사과하고 그리고 아이에게도 사과를 하라고 이야기 하고 그리고 아이가 어찌하여 그래야 하는지 이유를 모른다면 찬찬히 설명하고 그리고 함께 동전을 분수에 넣으려 갈 것 같아요.

    그 상황에서 어머니들은 그저 순수하게 자신의 욕구가 상위에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그것과 더불어서 본인 자체도 그런 상황일때 어떻게 행동해야 한다는 가이드 라인이 없는것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이건 이 사람 자체의 문제라기 보다는 윗세대에서 이어서 내려온 유산이 더 확장된 형태일 수 도 있고... 어렵네요. 하하하. 이야기가 정리가. -_-;;;

    여튼간 결론은 생명의 무거움을 알고 공부하고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로. 그냥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사는것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참 많다고 느끼는 편이거든요. 주관적 느낌이지만요. 자신이 부모와의 관계에서 굉장히 불행했다면, 십중팔구가 아니라십중십구로 자신의 부모와의 관계를 자신과 자신의 자식과의 관계에서 또다시 재현될텐데 그걸 잘 모르시는것 같아요. 본질을 명확히 인식하고 정면으로 바라봐도 잘 될까 말까인데 말이에요. 끄응.

    • 제 생각과 같으시네요... 저도 나이로 보면 부모가 되어도 이상할게 없는 나이입니다만, 확실히 요즘 부모들은 그 윗세대에서 뭘 물려받았는지 모르겠는 사람들이 많아 보여요. 사과는 애플의 한국어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고.. 그런 부모를 둬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들도 어마무시하고.. 여러모로 무서운 세상입니다.

 새벽 2시라는 시간은 어둡다고 하기엔 깨어있는 눈들이 많고, 밝다고 하기엔 잠든 사람이 많은 시간이다. 내게 있어서는 일반적으로 깨어 있을 수 있는 한계점이기도 한 시간.

 불타는 금요일에 고기를 불태워 배를 채우고, 막연하게 걷던 을씨년스러운 거리의 카페를 찾아 들어가보니 더치커피를 내리고 있는 개인 바리스타의 비싸지 않은 아늑한 가게였다. 저렴하지만 맘에 드는 향을 내는 에스프레소를 들고 다소 쌩뚱맞은 타이프라이터가 놓인 테이블에 둘러앉은 일행들과 온세상 고기는 다 구워먹은 냄새를 풍기며 아이폰과 아이패드로 보드게임을 즐기며 시간을 보냈다. 

 카페의 영업이 끝나서야 정신차리고 시계를 보니 일행 중 몇은 막차시간을 생각해야 하는 시각. 서둘러 각자의 집으로 데려다 줄 차가 기다리는 정류장을, 플랫폼으로 향했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나에게는 다소 돌아가는 편을 선택하여 여유를 부리며 움직이다보니 간발의 차이로 마을버스를 놓쳐 멀다면 멀고 가깝다면 가까운 등산로를 걸어 달동네 위의 집에 돌아왔다.

 컴퓨터의 전원을 넣어야겠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도 않았다. 에스프레소로 씻어내긴 했지만 구강상피세포와 함께 들러붙어 있는 고기냄새를 세탁기 같은 양치질로 씻어내고, 에그를 충전기에 꽂아놓고 방의 불을 껐다. 그래도 여즉 잠과 싸우고 있는 덕심의 발로에서 아이패드를 집어들고, 자기 전에 잠시 웹서핑을 해본다. 새벽 2시라는 시간은, 웹조차 잠들게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지금이 금요일을 지나 토요일로 가는 시간이라 그렇겠지만....

 아이패드를 내려놓고 눈을 감는다. 먹먹한 잠이 머릿속을 꾸역꾸역 메워가는 가운데 외롭다는 생각이 든다. 어둠 속에 오롯이 혼자 누워있는 기분은 어제오늘 느끼는 것이 아니지만, 적막함 속에 잠을 청하며 기다리는 가운데 오랫만에 무리에서 떨어져 혼자 잠을 청하는 염소새끼 같은 외로움이 먹먹한 잠 속을 거닌다. 이건 그 어떤 걸로도 달랠 수 없는 근원적인 외로움, 자웅이체로 태어나 한정된 시간을 숨쉬는 존재이기에 영원히 눈 감는 그 순간까지 끌어안고 가야만 하는 상념이다. 설령 지금 내 옆에 '사랑'하는 사람과 격렬한 '사랑'을 나누고 알몸으로 끌어안고 있다고 하더라도 잠시 생각하고 있지 않을 뿐 곧 다시 고개를 들 그런 외로움.

 사람은, 결국 혼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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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moo 2012.05.12 14:41 신고

    혼자인 걸 느낄 수 있는 것도 나름 즐거움이라 하지 않겠는가.

  • 여친이 알면 좀 그렇겠지만, 저도 요즘들어 외롭다는 생각을 자주하네요ㅎㅎ^^; 포스팅을 해도 뭔가 예전처럼 쾌감? 같은게 없더군요ㅎㅎ

    • 연애를 하건 아니건 근원적인 외로움이라는게 고개를 드는 순간이 있더라구요. 전 저를 위해 블로그를 하는지라 포스팅은 하고 싶은데 도통 시간이 안나네요... PAXX님 블로그에 언젠가 다시 포스팅 러시가 이어지길 기대합니다^^

  • 공감합니다.
    누군가를 완벽하게 이해한다는 것도(?) 인간이 가지고 있고 필요한 환상에 가까운 것이 아닐까 싶어요.
    비슷하게 함께 같은 방향을 보고 가는 사람과 대부분의 시간이 소통이 원활하고 즐거워도 그런 근원적인 부분이 타인을 통해서 채워지는 건 아니니까요.
    전 주로 상대방이 저를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그 현실에 외로움을 가장 크게 느끼는 것 같아요. 그렇게 전달하는 힘도. 그리고 설사 100% 상대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전달한다고 하여도 그게 정말 상대방이 나의 상태를 이해하는 건 불가능 하다고 느끼거든요.

    • 그런.. 인간이 안고 있는 근원적인 외로움을 부정적으로 바라보지 않고, '인간관계'와 '타인에 대한 이해'의 밑거름으로 받아들이면 외로움도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니긴 하지만... 결국 그걸 어떻게 끌어안고 해결해 나갈지는 자기 자신만이 알고 있는 법이니까요. 만화에서나 나올 듯한 텔레파시가 있다고 하더라도 서로의 마음을, 그 상태를 완전히 이해한다는 건 불가능하겠지만, 그걸 재미있게 받아들일 수 있다면 어떨까 합니다.


 가격적으로 보면 전혀 착하지 않고, 성능적으로는 의심이 가지만, 오피셜 굿즈라는 이유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지른, 아이폰 케이스. 일본에서 2012년 봄 특집 기간한정수주생산품으로 나와서, 아주 그냥 덕후의 마음을 쥐어짜는 기획과 구성으로 발매된 제품. 우리나라에서는 길가의 폰 액세서리 상점에서 1만원 대의 제품부터도 다양한 것을 접할 수 있지만, 일본에서는 오피셜 캐릭터를 사용한 케이스는 퀄리티에 비해 망설이게 되는 가격이 책정되는게 일반적이라고.

 사실 지금까지 아이폰4를 사용해 온 지난 1년 반 정도의 시간 동안, 이 케이스는 꼭 쓰고 싶다고 느꼈던 건 작년 여름에서 겨울까지 사용했던 닌텐도 게임보이 스타일 실리콘 케이스였다. 디자인은 꼭 맘에 들었고 폰을 보호하는 성능도 탁월했지만 개인적으로 싫어하는 실리콘의 촉감과 재질의 한계상 어쩔 수 없이 늘어나는 성질 탓에 지금은 사용하지 않고 있고, 이후 선물받은 몇 개의 케이스를 바꿔가면서 썼지만 마음을 뒤흔드는 케이스는 만나지 못했던 것도 사실.

 대인기 애니메이션 원피스의 최애캐(요즘은 신조어가 참 많이도 나온다) 보아 핸콕이 들어간 케이스가 있었다면 그걸 질렀겠지만 루피나 쵸파, 나미 등의 케이스는 있어도 핸콕은 없어 낙심하던 차에, 결국 잠시 잊고 있던 사쿠라미쿠 케이스를 지르게 되었다.. 라는 변명을 해본다.  

 ...기왕 미쿠 관련 포스팅을 하는 만큼 좋아하는 곡을 하나 첨부. 사실 사쿠라미쿠라고 하면 가장 유명할 것 같은 센본자쿠라=천본앵은 좀 우익삘 나는 곡이라 싫어하는 관계로 봄과는 관계없지만 그냥 귀엽고 재밌는 곡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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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토요일 밤의 늦고 깊은 술자리는 참으로 행복하지만, 그로 인해 무너지는 일요일의 밸런스는 뼈아프다. 그런 기분으로 일요일을 마무리 지으려는 이 시간이 뭔가 억울해서, 돌지 않는 머리 대신 활어처럼 팔딱거리는 손가락에 기분을 맡기고 오랫만에 키보드를 달려본다.

 최근에 예정에 없던 갑작스런 이사를 했다. 결과적으로 집이 매우 넓어지고, 그에 따라 쾌적한 느낌을 받고 있다. 하지만 가구 배치가 아직 정리되지 않아서 풀지 못한 짐을 끌어안고 결국 주말을 넘기게 되었다. 기타 자잘한 불만들이 고개를 드는 느낌도 있지만 그건 좀 더 살아보고 생각해 볼 일인 것 같기도.

 오랫동안 붙잡고 있던 진삼국무쌍6도 크로니클 모드를 클리어하는데 성공. 플레티넘 트로피를 딸려면 못 딸 것도 없을 것 같긴 하지만 더 이상 노가다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진삼은 플투용 4편을 본편과 맹장전 모두 소장하고 있는데 어째 이 진삼6는 없애버릴까 하는 느낌도. 전혀 쳐다보고 있지 않는 건담무쌍3는 소장할 생각인데 말이지...

 반면 프습용 택틱스 오우거는 노가다가 지겨워서 진도를 빼려고 하고 있는데, 점점 프습용 타이틀이 쌓여가는 느낌이라 얼른 클리어만 하고 다음 게임으로 넘어갈까 고민중. 하지만 3가지 루트는 모두 타보고 싶긴 한데 말이지... 공략만 읽고 넘겨버릴까.. 싶기도.

 사람은 살아가면서 수많은 선택을 하게 마련. 바로 위에 게임에 관한 고민만 잔뜩 늘어놓았지만, 나이를 한살한살 먹어갈 때마다 가장 귀 기울여야 하는 건 자기 스스로의 마음이 정말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하는 소리가 아닌가 싶다. 슬프게도 이제껏 받아온 교육이라는 것이 그 마음을 속이고 감추는 것을 겸양과 예의로 포장하여 정말 스스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게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교육과 전통에 대한 책임전가가 슬며시 드는 요즘이다. 나라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욕심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그 본질을 파악하지 못한 채 대략 이렇지 않을까 하고 틀린 방향을 향해 휘적휘적 어슬렁거리고 있던 것이 아닌가 하는, 그런 의구심이 또 다시 고개를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나는 사회성있는 덕후로 살고 싶기에 나를 둘러싼 인간관계 속에서 주의깊게 다음 스텝을 살펴보고 몸치인 몸을 흔들며 춤을 춰나가야만 한다. 관객들을 만족시키진 못하더라도 함께 플로어에 서 있는 사람들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 정도의 능숙함은 몸에 익히고 싶다. 스스로 생각할 때 비교적 잘 해 나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긴 하지만 역시 다른 사람들의 평가는 그렇지 않다고 느낄 때가 많으니...

 아... 그나저나 벌써 5월 중순이 흘러간다. 얼른 뭐라도 시작해서 습관을 들여야 올해 12월의 내가 후회하지 않을텐데, 늘 물리치고자 경계하지만 인류 최강 최대의 적 '귀찮아'와는 영원히 적과의 동침 관계를 유지해야하나... 싶다. 에휴.

 여러분은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습니까? 귀를 기울이고 이야기를 듣더라도 냉정해지 못하는 스스로가 부끄러운 요즘이더랍니다. 그게 만들어내는 후회라는 건.... 결국 스스로가 짊어지고 가야만 할 짐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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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yung 2011.05.15 22:52 신고

    꿈을 꾼다는 것의 영역을 넓히기는 커녕 계속 줄여나가야하는 현실이 슬프지만, 열심히 살아서 후회없이 세상을 뜨고 싶어요.

    • 그 꿈을 줄여 나간다는 것이 내가 가고 싶고 또 가야 할 길을 선택했기에 집중하기 위함이라면 모르겠지만...여전히 갈팡질팡하는 것만 같아 두렵기만 해요. 하지만 역시 후회없이 살고는 싶어요.

  • 욕구를 억제하는 것이 바른 풍조라고 배워서 그런게 아닐까 싶어요. 지나치게 도적적이다 싶은 분들을 볼때는 특히 그래요. 그냥 사고 싶어서라고 말하거나 가만히 있어도 되는데 그런 이유들을 붙여서 불편함을 줄이려는 것이 눈에 보일때는 참 가슴이 아파요. 저도 좀 많이 그랬던 과거가 있던지라... 많이 속상하지요.

    불편함이나 짜증남이나 여러가지 것들을 느끼면 관찰 일기를 쓰시다보면 자기가 몰랐던 부분을 많이 발견하게되어요. 그날의 감정상태나 뭘샀을때 어떤 느낌이 든다던가... 그런거 관찰하고 기록하다보면 자신의 패턴을 좀 알게되고 그리고 이전보다 자신에 대해서 좀더 이해하게 되는 것같아요. 그런식으로 반복하다보면 자신의 감정상태나 원하는 것들을 알아채는 기간이 조금씩 줄어드는것 같아요.

    제도권 교육이라는 것이 참... 교에서 좋은걸 배운 기억이 거이 없어요. 심지어 좋은 선생님을 만난적도... 그래서 은사님 이름도 기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 다니는 학교의 교수님들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개강파티에서 격이 없는 모습을 보구요. 아 제가 아는 분들은 정말 다 권위적인 인간형이었거든요. 학생들이 진심으로 좋아하면서(음 착각일지도 모르겠지만, 저의 시선에는 그랬어요) 옆으로 가서 술잔을 함께 기울이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어요.


    그나저나 이사를 하셨군요.
    최근에 이사를 하신 분들이 주위에 참 많은것 같아요. 역시 5월은 이사의 달인가요. ^^:;

    • 저도 점점 나이가 들면서 쓸데없이 참았다...는 생각을 할 때가 종종 있더라구요. 지나놓고 보니 마음에 소리에 귀를 기울였더라면 지금 더 좋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들구요...

      도덕적으로 착하게 사는 것이 비난받을 일은 아니지만 금욕적으로 사는게 과연 정말 행복하게 사는 길인지는.. 계속 의심이 드네요.

      예정에 없던 이사를 해서 아직 좀 적응이 덜 된 감은 있지만 전보다 조금은 쾌적해져서 좋습니다^^

 불교에서 하는 말이라던가. 지금 생에서 한 번 옷깃이 스치려면 전생에 백겁의 인연을 쌓아야 한다고. 뭐 매일 아침 신도림역으로 출퇴근하는 내겐 아무래도 현실성이 없는 이야기로 들리긴 하지만 그만큼 사람의 인연을 소중히 하라는 뜻이겠지.

 머릿속에 최소 7명의 인격을 넣고 사는 내겐 주말에 아무런 약속없이 나만의 만족을 위한 덕질만을 하고 싶은 생각과, 아침 댓바람부터 주구장창 외출을 하며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우하하 놀고 싶은 생각이 시시때때로 마구마구 교차하곤 한다. 어제는 말하자면 제법 바삐 움직인 날이었는데, 아침에 학원에 갔다가 점심 전에 평택의 친척 결혼식에 들렀다가 오후엔 신촌에서 지인들과 노래방에 이은 저녁식사 모임을 즐긴, 움직인 보람이 있는 하루였더랬다. 그리고, 최근에 약간 쇼크였던 다른 모임에서의 이야기가 그대로 재현된 것에 대해서(이쪽은 약간 예상을 했지만) 신선찬 충격을 받아보기도 했고.

 많은 사람들이 모여사는 서울에서, 수많은 모임들이 교차하노라면 이런저런 인연들이 많이도 생긴다. 학창시절보다 더 깊게 사귀게 되는 선후배-친구도 만나게 되고, 상상치도 못했던 상대와 연애감정에 휩싸이기도 하고, 그러다 이별하면 서먹해지기도 하고 처음 봤을 때부터 마음에 안 드는 사람들이 생기기도 하고.

 그러나 통성명을 하고 서로 교류를 이어가게 되는 사이가 된다면 어쨌거나저쨌거나 서로 좋은 면을 보고, 스스로의 단점을 극복해 나가며 조언은 조언으로, 잔소리는 슬기롭게 흘려듣는 지혜를 가지고 사는 요령을 배우는게 중요하지 않나...싶다.

 아무튼 어렵사리(쉽사리는 아니죠?ㅎㅎ) 스친 옷깃, 그리고 스치는데 그치지 않고 차곡차곡 인연을 쌓아갈 약속을 나눈 분들의 앞날에 지혜와 행운이 가득하길 빕니다. 전생에서 얼마나 죽고 못사는 사이였으면 다시 만났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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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5.08 15:28

    비밀댓글입니다

    • 뉴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사기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kyung 2011.05.09 17:36 신고

    좋은인연은 잘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 사장 2011.05.12 18:13 신고

    안죽이고 못사는 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