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kishen의 기억 제4막 - 색선희준 블로그

19. 넥슨 컴퓨터 박물관

한치를 우물거리며, 최대한 해안도로를 달리려 구비구비 길을 내달려 제주시로 향했다. 이제 몇 시간 뒤면 차를 반납하고 서울로 가야 한다는 사실을 생각하며 아쉬움을 느끼면서도, 화창한 하늘이 여행 마지막 날을 도와주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는데, 바람이 없는 차 안은 에어컨을 틀어야 할 만큼 따뜻함을 넘어 더워지기 시작했다. 토요일 오후라는 시간적인 이유 때문인지 제주시가 가까워질수록 지난 며칠 간 보지 못했던 수의 차량들을 만나게 되었고, 시내에 접어들고부터는 서울과 다름없는 교통체증도 만나게 되었다.

넥슨 컴퓨터 박물관!
모던한 느낌의 건물

그리고 제주하면 상식으로 알고 있던 넥슨 컴퓨터 박물관에 도착하게 되었다. 입장료를 지불하고 팔찌를 찬 뒤, 하나하나 시간을 들여 둘러보기 시작했다. 정말 컴퓨터의 역사를 다루는 전시물도 있었고, 개인적으로는 지갑이 열리지 않은 굿즈샵도 있었고, 80년대 후반 쯤부터는 슬슬 눈에 익고 귀에 익은 화면과 소리가 들려오면서 가슴벅찬 고물들을 찬찬히 들여다 볼 수 있었다.

CGA로 구동되는 페르시아 왕자라니..
이 모든 것이 기증품이라고?
구형 손전화들이 뭔가 대단하다
추억이라곤 1도 없는 카트라이더
군침 싹도는 컬렉션
하루 종일 보고 있으라고 해도 볼 수 있어

박물관의 전시품들은 기증받은 물건들이 많아 보였는데, 정말 이런 기계와 소프트가지 모아놓다니... 하는 대단한 전시품들이 가득했다. 일견 그냥 고물로 보일 수도 있는 기기들이었지만, 저 기기들과 함께 살아온 세월들을 자랑스럽게 느낄 수 있는, 게임기와 컴퓨터의 역사가 그 곳에 있었다. 한 층에서는 실제 게임을 즐겨볼 수 있도록 스탠딩 타입의 아케이드 기기와 휠과 페달이 연결된 카트라이더, PS2, N64, 아타리(!) 등을 실제로 즐길 수 있는 콘솔기기 들이 준비되어 있기도 했다. 여기서는 일단의 초등학생~중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이가 쏟아져라 웃으며 게임들을 즐기고 있었는데, 흐뭇한 풍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탠딩 기기에 무려 일본판 '캡틴 아메리아 앤 디 어벤져스(데이터 이스트)' 가 설치되어 있어서 잠시 게임을 즐기기도 했다. 

AR로 뭔가 할 수 있었는데.. 잘 안되더라
추억은 없지만.. 기념촬영

나 혼자라면 한나절은 여기서 게임들을 들여다보고 기기들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낼 자신이 있었지만, 이제 제주에서 허락된 시간이 6시간도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다른 전시물들과 AI, 코딩 등의 체험존을 마저 둘러보고 슬슬 차량을 반납하기 전 조금 이른 간식과 저녁에 도전하기 위해 박물관을 뒤로 했다.

20. 간식~유동커피 영일소금공장점 - 석식~고기국수 소곰

범상치 않은 가게 외관
...감귤쪼꼬 샀습니다.
그럴지도 모르지요...
저녁식사 전 간식으로 가볍게
이거 진짜 맛있었다.

간식과 저녁은 모두 공항 근처에서 해결하기로 했다. 그래야 시간을 조금 더 아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었는데, 공항 주변에도 식당이나 시설이 많아서 선택의 폭은 넓었다. 마지막으로 도전한 간식은 '유동커피'라는 카페. 여기는 커피와 빵이 맛있다는 정보를 보고 찾아갔는데, 오너분의 넘치는 자기애가 물씬 느껴지는 인테리어와 굿즈들의 디자인이 재미있었다. 그리고, 매장 곳곳에 씌여진 재미있는 캐치프라이즈와 상품들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가볍게 맛만 보고자 주문한 커피와 빵이... 대단히 맛있었다. 제주에서 먹어본 것들 중 최상위에 들어간다고, 나는 생각한다. 나중에 제주를 다시 찾게 된다면 비행기를 타기 전에 여기를 다시 들르게 될 것 같다고... ....그런데 찾아보니 제주 말고도 다른 지역에 체인이 있더라. 흠흠.

모던한 외관
뭔가.. 돼지국밥이 생각나는 것 같았다.

가볍게 위에 자극을 주고 나서, 정말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제주의 향토음식(...이 맞나?)으로 유명한 고기국수였다. 더 맛있을 것 같은 고기국수집은 검색으로 많이 찾아 보았지만, 공항 근처에서 먹을 수 있는 곳 중에서는 평이 좋아서 낙점한 식당이었다. 인테리어도 깔끔하고, 테이블에서 바로 주문할 수 있는 시스템이 설치되어 상당히 편리한 느낌이었다. 주문한 전과 고기국수는, 평범한 듯 하면서도 독특한 향이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고기국수는 방송에서만 보고 상상했던 것과는 조금 달라서, 부산의 돼지국밥과 비슷한 느낌의 국수...라고 지금은 생각한다. 

21. 제주공항을 거쳐 집으로

공항으로 들어서면서
여행 끝났구나.. 싶었다
제주 공항에서 이륙을 기다리며
대한민국 참 대단하지요

어떤 여행이든지 간에 돌아가는 길은 아쉬움이 가득 남는다. 주말의 제주공항에는 사람이 많고 번잡하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실제 탑승시간보다 좀 더 일찍 공항에 들어갔는데, 예상보다 사람이 많지도 않았고 면세점은 크게 볼만한게 없었고... 시간이 남아버렸다;; 결국 노트북을 꺼내어 묵혀놨던 크라임씬 리턴즈 마지막회를 보면서 비행기를 기다리다, 크라임씬의 엔딩을 보고 나서 비행기에 올랐다. 이렇게, 4일간 나름 알차게 달린 제주 여행은 막을 내렸다.

개인적으로, 늘 제주 여행을 생각하다보면 '가성비'를 생각하며 오키나와나 후쿠오카, 오오사까로 여행지를 바꿨더랬다. '제주'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라고는 '연예인', '비싸다', '갈치', '날씨가 나쁨' 정도였던 것도 컸는데, 실제로 이번에 다녀와보니 마음 속에 다시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매력이 있는 곳..인 것 같다. 여행기를 정리하면서, 블로그에 올린 사진보다 10배가 넘는 사진들을 훑어봐서 그런가, 다음번에 다시 가게 된다면... 하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되었다. 

그게 언제일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  또 아내와 함께 크지 않은 렌터카에 짐을 싣고 또 해안도로를 달리며 가보지 못한 제주의 풍광을, 그리고 한 번은 가봤지만 다시 찾고 싶은 경치를 즐길 수 있기를.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