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kishen의 기억 제4막 - 색선희준 블로그

우연히 날으는 새가 찍혀서 그냥

4. 숙소~협재 게스트하우스 제주기역

한담공원을 뒤로 하고 숙소가 있는 협재 쪽으로 이동하였다. 역시 내비게이션을 조금씩 무시하면서 해변을 지나며 운행하였는데, 덕분에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시간이 조금씩 늘어나는 경험을 하였다. 역시 이것도 여행 내내 겪게 되는 현상이었는데, 제주의 도로는 속도 제한이 30 또는 60인 경우가 많아서 육지의 고속도로를 생각하면 다소 답답했다. 하지만 내가 가는 루트를 가는 차량이 많지 않아서 그랬는지, 도로에 대한 기억은 대체로 쾌적했다. 다만, 3월 초라는 비수기에 떠난 여행이었기에.. 거의 1차로인 이 도로들이 과연 성수기에는 어떨까 하는 걱정도 살짝 드는 것이었다.

드라이플라워가 빛을 발했다.
숙소에서 바라본 풍경. 정말 뷰가 좋은 방이었다.

숙소는 협재에 위치한 제주기역 이라는 곳이었는데, 해변에 완전히 인접한 게스트하우스였다. 직접 안내해주는 멘트에서도 볼 수 있듯이 찾아가는 길이 쉽지 않았다. 차량으로는 들어갈 수 없는 골목을 찾지 못해서, 주차장에서 제법 떨어진 장소까지 한 번 헛다리를 짚었는데, 이정표를 찾기 위해서라도 스마트폰의 지도만 믿지 말고 햇빛이 있을 때 찾아가는 것이 좋겠다 싶었다. 2층에 위치한 방은 약간 작았지만, 그야말로 뷰가 대단히 좋은 방이었다.

타임랩스로 촬영해본 숙소 앞 해변
타임랩스로 촬영해 본 숙소 앞 해변

이 날 일기예보에서 봤던 비는 오지 않았지만, 위 영상들과 같이 구름이 많아서 석양을 볼 수는 없었다. 각도도 살짝 안맞기도 했고... 방에서 풍경을 바라보며 지친 위장과 함께 피곤한 몸을 잠시 쉬며 저녁시간을 기다렸다. 그리고 저녁시간보다는 살짝 늦게, 차를 몰고 저녁식사 장소로 이동하였다. 협재 밤길은 매우 한적했고, 낮에는 볼 수 없던 추월택시를 만나기도 하고, 신호없는 사거리를 눈치껏 통과해야 하는 경험을 하기도 했다. 그렇게 찾아간 곳은, 고등어회와 딱새우회가 맛있다는 블랙씨걸 이라는 해산물 식당이었다.

5. 석식~취침

차를 세우고 가는 길에 엄청난 수의 갈매기들을 보았다...
식당 앞에서

나름 이 쪽에서는 유명한 곳 같았는데, 우리가 들렀던 모든 곳에서 그러했듯 사장님도 친절하시고 음식도 정말 맛있었다. 메인으로 주문한 고등어회와 딱새우 외에, 흔히 말하는 '쓰끼다시'도 매우 충실해서 셀프로 리필해서 먹을 수 있는 메뉴들도 놓치가 아까운 맛들이었다. 부지런히 먹었지만 결국 후식으로 제공되는 튀김과 매운탕은 끝내 먹지 못하고, 튀김만 포장해서 다음날을 도모하기로 했다. 

딱새우와 고등어회를 시켰다
고등어회. 매우 맛있었다.
딱새우. 맛있는거 아는데.. 가격도 매우 좋았다.
정말 맛있었던 고등어
그야말로 입에서 녹는 딱새우
차림표. 또 가고 싶다..

점심에 이어 저녁도 위장을 괴롭히게 된 셈이라, 숙소로 돌아오기 전에 식당 근처의 밤길을 살짝 산책하기로 했다. 사람은 물론이요, 차량도 거의 지나가지 않는 밤길을 둘이서 이야기를 나누며 걷는데, 길 가의 바닷가와 길 바닥에 설치된 불빛, 구름 사이로 우리를 내려다보는 오리온 자리는 약간은 불쾌할 수도 있을 포만감을 잊게 해주는 여유로움을 느끼게 해 주었다.

 그렇게 제법 긴 거리를 걸었지만 지친 위장은 별로 소화가 진행된 느낌없이 다시 차량에 도착했다. 그리고 숙소로 돌아가, 부른 배를 두드리며 잠자리에 들었다. 

숙소 앞에서 바라본 협재해변
비양도에 보이는 등대 불빛
숙소 1층은 카페인데, 날이 좋을 때가 기대된다
잠들기 전에 마지막으로. 바다 너머 비양도가 보인다.

1일차 마무리. 다음은 결혼 10주년 여행2일차~01로... 두 번으로 나눠지려나.